티쿱의 차 이야기 ⑬석 잔에 담긴 인생, 삼도차 三道茶

중국 윈난의 소수민족인 바이족은 차를 마실 때는 조금씩 여러 번 나누어 마신다.
보통 세 번 정도 우려 마시는 삼도차로 손님을 대접하는데, 이를 인생에 비유하여 맛을 평가한다.

–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요즘 마시는 차가 왠지 쓰다. 아마도 차를 잘못 우린 탓이다. 찻물에 쓴맛이 넘친다는 것은 필요한 차의 양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거나, 차를 우리는 타이밍을 놓친 데서 비롯한다. 결과적으로는 차를 우리는 내가 흔들린 탓이다.
차를 우리는 일은 차가 지닌 성질을 우러나게 하는 일이다. 차가 몸 안에서 소화와 해독, 중화 작용을 하지 않는다면 일반 음료에 머물고 만다. 차 우리는 일은 차의 성분과 성질이 내 안에서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차 우림은 마치 약을 조제해서 복용하도록 하는 일과 비슷하다.
내가 마시고자 하는 차, 혹은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은 차를 선택할 때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차를 마시는 사람의 심신 상태와 어울리는 차여야 하고, 시공간적 분위기와 어울리는 차여야 한다. 먼 길을 달려와 피곤한 상태의 몸이라면 어떤 차를 대접할까?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상황이라면 어떤 차를 권하는 것이 좋을까? 나른한 오후에는 어떤 차를 마실까? 하루 일을 마치고 심신이 쉬어야 할 저녁 시간에는 어떤 차가 어울릴까? 저마다의 상황이 복잡해 아무렇게나 차를 대접하겠다면, 아직 차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지 않은 셈이다. 차를 이해하고 때에 맞추어 즐긴다면, 심신에 크나큰 즐거움이 솟을 것이다.
오랜 세월 차가 생활 속에서 발전한 지역에는 나름의 차문화가 자리했다. 영국에서는 오후차로서 홍차문화가 국민차로 자리했고, 일본에서는 자신들의 신교 의식과 결합한 차도茶道를 발전시켰다. 중국 남부지역에서는 우롱차를 소재로 한 공부차功夫茶 문화가 있다.

쓰고, 달고, 복잡한 인생을 깨우치는 맛

차의 고향이라 불리는 윈난云南에는 26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윈난은 보이차로 잘 알려진 지역이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은 각자 특유의 차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윈난은 한때 당나라와 맞서며 인류 최초 민국民國으로 불리던 남조대리국(南詔大理國, 738~1094년)이 있었던 곳이다. 이를 이끌던 중심 종족 가운데 하나가 바이족[白族]이었다.
따리[大理] 지역의 바이족에게는 손님을 접대하는 삼도차三道茶 문화가 있다. 1,5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삼도차는 지금도 바이족이 손님을 대접하는데 등장하곤 한다. 멀리서 손님이 찾아오면, 처음에는 고차苦茶라고 부르는 쓴 차를 내온다.
두 번째에는 단맛의 차를 내오고, 마지막에는 회미차回味茶라고 부르는 조금은 복잡미묘한 맛의 차를 내온다. 그렇게 차를 내는 중간 마디마다 노래도 부른다.
삼도차는 대접하고자 하는 손님의 몸 상태를 고려하고, 동시에 멀리서 찾아온 벗과 생각을 나누는 철학을 담고 있다. 쓴맛의 차는 지친 상태의 위胃를 진정시키면서 심정적인 안정을 유도하고, 대추 등을 넣어 만든 단맛의 차는 위장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회미차는 안정된 심신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한다. 한편으로 쓴 차는 인생의 쓴맛을, 단맛의 차는 인생의 단맛을 그리고 회미차는 복잡미묘한 인생을 의미한다. 이렇게 쓰고 달면서 복잡한 인생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지금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는 신종新種 코로나바이러스는 아직 인간과 낯선 존재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이 전염 상황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예방과 치료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 2월 26일, 중국 저쟝성[浙江省]질병통제센터는 저쟝성과학기술청이 진행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몸의 입출 작용을 조화롭게 매개하는 차가 세포 내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복제를 제거 혹은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역대책도 중요하지만 일상 속의 대책으로서 음식과 운동, 그리고 휴식에 대해 재사再思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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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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