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⑫ 부드럽고 우아한 타이완 우롱차

타이완에는 “여름에는 녹차, 겨울에는 홍차가 좋다면, 일 년 내내 마시는 차는 우롱차”라는 말이 있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마실 수 있는 차는 타이완 우롱차뿐이라는 것이다. 녹차와 홍차의 사이에서 부드럽게 풍미를 자아내는 타이완 우롱차를 만나보자.


‘부드럽고 우아하다!’라고 영국 여왕에게 찬사를 받은 차茶가 있다. 이 말은 맛과 향에 대한 느낌 외에 몸에 전달되는 운치에 대한 표현이기도 하다. 차가 떫거나 쓰지 않고, 너무 진하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목 넘김이 자연스럽다는 의미이며, 무엇보다 몸 안에서 일어나는 감각이 멋지다는 감탄사이다.
부드럽고 우아하다는 표현은 타이완의 어느 우롱차를 두고 한 평이다. 또 타이완 우롱차를 한 마디로 표현할 때 곧잘 인용되기도 한다. 본래 우롱차는 녹차 같은 산화발효차를 덩이 짓지 않고 만드는 과정에서 출현했지만, 향미香味와 성질에서 둘은 서로 달랐다. 이 과정에서 녹차와 정반대의 발효도를 가진 홍차도 등장했고, 그러면서 우롱차는 녹차와 홍차 중간 지대에서 산화발효차가 보여줄 수 있는 풍부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우롱차를 제차과정으로만 녹차나 홍차와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롱차는 중도中道라는 자신의 세계를 확실하게 갖추고 있는 차라고 할 수 있다. 중도中道는 자기중심을 유지하면서 좌우 장단을 맞출 수 있어야 가능한 세계이다. 우롱차는 자신의 색깔이 분명하고, 그러면서 녹차와 홍차에 대한 기대를 적절히 수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펙터클한 우롱차가 탄생하고 발전한 곳이 타이완이었다.

새벽 이슬을 머금은 포종차

녹차의 1차적인 특색은 신선함에 있다. 녹차를 마시면 선향鮮香이 후각을 자극하고, 시면서 떫은 듯한 맛과 시원한 단맛이 입안을 맴돈다. 찻잎이 지닌 자연 그대로의 향미를 느낄 수 있고, 새벽 이슬처럼 심신을 깨우는 매력이 있다. 다만 많이 마실 경우 속이 쓰리거나 몸이 약간 냉해질 수 있어 체질에 따라 하루 마시는 양을 제한하기도 한다. 우롱차 가운데 발효도를 최소화하여 녹차의 기대 효과를 보는 차로 타이완의 포종차包種茶를 들 수 있다.
포종차의 ‘포종包種’은 약藥을 포장하듯이 포장한 후 인장을 찍는 방법이 독특해서 얻은 이름이다. 차를 포장하는 양量도 기존과 달랐다. 포종차 찻잎은 가늘고 길면서 부드러웠고, 색깔은 청록색을 띠었다. 차 탕색은 녹색은 녹색이되, 금빛이 나면서 꿀을 탄 듯 아름다운 색깔이었다. 향기는 맑고 청아하며, 그윽하고 우아한 것이 꽃향기를 닮았다. 찻물은 감미롭고 부드러우면서 몸 안을 풀어주는 듯 타고 들어갔다. ‘이슬을 머금은 향’이자 ‘안개가 녹아 든 봄’이라고 예찬했을 정도이다.

잘 익은 과일 같은 동방미인

포종차가 녹차에 가까운 청향靑香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타이완 우롱차라면, 홍차에 가까운 달콤함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타이완 우롱차가 바로 동방미인東方美人이다. 동방미인의 본래 이름은 팽풍차膨風茶 혹은 백호우롱白毫烏龍(찻잎 싹의 하얀 털이 두드러져 보였기 때문에 백호白毫라 불림)이었다. 백호우롱에 쓰였던 차나무는 산수 환경이 매우 깨끗한 곳에서 자랐다. 매년 단오 무렵 찻잎을 딸 때면 작은 벌레들이 어린 찻잎에 붙어 진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벌레의 작용으로 찻잎은 자연적으로 발효되었고, 그런 상태의 찻잎이 경험 많은 차 사부師傅들의 세밀한 작업을 거쳐 탄생한 우롱차가 백호우롱이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백호우롱은 찻잎에 백白·황黃·녹綠·홍紅·갈褐 등 다섯 가지 빛깔이 고루 섞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기도 했다. 또한 백호우롱은 봉밀蜂蜜과 잘 익은 과일 같은 독특한 향을 지녔다. 차를 우린 탕색은 어떤 우롱차보다 진한 색을 띠었고, 맑고 고운 호박색이어서 동방의 고전적인 미인으로 비유되기도 했다.
백호우롱차는 중간 정도로 산화 발효시킨 차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 발효도가 일반 우롱차에 비해 무척 높았다. 보통 60% 정도였고, 어떤 경우에는 75~85% 정도까지 발효를 시켰다. 거의 홍차에 가까운 발효도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풀 냄새에 가까운 어떠한 선향鮮香도 없었고, 쓰지도 떫지도 않았다. 덕분에 영국 차상들의 눈에 띄어 빅토리아 여왕(Victoria, 1819~1901년)에게 진상됐다. 백호우롱의 투명한 오렌지 빛깔과 순후한 달콤함은 그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고, 동방의 미인처럼 우아하다는 의미에서 ‘동방미인’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포종차와 동방미인차는 서로 다른 우롱차 세계를 잘 보여준다. 흔히 좋은 차를 만나기 위해 우롱차를 이용해 공부한다고 하는데, 두 가지 차는 좋은 교재가 된다. 특히 위장이 약해 녹차와 홍차를 즐기기 어려운 사람은 타이완 우롱차의 부드러움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사진 티쿱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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