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⑦ 녹차 한 잔

녹차는 요즘 흔하게 즐길 수 있는 차 가운데 하나이다.
라떼나 아이스크림 등 녹차를 활용한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되며, 프리미엄 티(Tea) 브랜드나 하동야생차문화 축제처럼 우리 녹차의 대중화를 위한 사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녹차의 세계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녹차를 제대로 알고 즐겨보자.


한국의 차茶 문화는 녹차를 중심으로 음식문화와 불교문화가 결합하여 발전했습니다. 지금 녹차를 한 잔 마신다면, 여러분은 어떤 녹차를 떠올릴 수 있나요? 보성 녹차? 아니면 하동 녹차? 하동, 보성, 김해, 제주도 등 여러 지역에서 녹차가 생산되고 있는데요. 녹차 제품을 고를 때 어느 지역의 어떤 찻잎을 이용해 어떻게 만들었는지 확인하고, 녹차 성질에 맞게 보관하여 마시는 게 좋습니다. 어느 지역의 차나무인가를 따지는 이유는 차나무가 먹고 자라는 토양이 차의 풍미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와인처럼 ‘떼루아(terroir)’를 알아보는 것이죠. 같은 지역이라도 산지인지, 구릉인지, 아니면 평지밭인지에 따라 차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고요. 지역과 더불어 찻잎의 크기에 따라 세작細雀, 중작中雀, 대작大雀으로 녹차를 구분합니다. 찻잎의 크기가 달라지면 제차 방법도 차이가 나기마련인데요. 녹차는 수분과 엽록소를 10% 정도 제거하는 약弱발효 공정을 거쳐 몸에서 상하운동의 작용을 합니다.

중국 남방에서 전해진 녹차 문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녹차에는 현미녹차가 있습니다. 현미녹차는 현미 60% 정도에 녹차를 가미한 일종의 블렌딩(blending) 녹차로, 녹차가 지닌 냉한 성질을 구수한 현미로 중화시켰죠. 그리고 녹차 하면 가루차, 말차抹茶가 있습니다. 말차는 일본식 녹차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기원은 중국의 당송唐宋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죠. 당나라는 차를 문화적으로 정립한 시기입니다. 《차경茶經》이란 차 문화의 경전이 출간되고 ‘차茶’라는 글자도 정형화됐습니다. 이 시기 대표적인 차가 바로 녹차 계열이었죠. 다만, 녹차를 나누는 기준은 현재와 다릅니다. 당송시기 녹차 계열은 세 갈래가 있었다고 합니다. 서민들이 쉽게 마시는 잎차, 중국 남방에서 즐긴 가루차(말차), 증청蒸靑을 거쳐 떡처럼 덩이진 단차團茶입니다. 이 가운데 황실 가족이나 귀족이 즐겨 마신 차는 단차였죠.
중국 남방에서 유행한 녹차 문화는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의 전통적인 녹차는 떡차 종류였고, 떡차 문화가 고려 시대에 융성했다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쇠퇴했습니다. 그 후 일제 강점기 시대에 한국의 차 산업이 전환기를 맞게 되죠. 일본에서는 말차가 일본의 신교와 결합하고 사무라이 계급에 의해 전파되면서 차도茶道의 중심을 이루었습니다. 말차에 어울리는 연한 차나무 종을 많이 개량하기도 했죠. 그뿐만 아니라 일본은 1930년대에 한국의 차밭에 일본 말차에 어울리는 차나무를 대량으로 재배하고, 여자고등학교에서 일본식 차도를 가르쳤다고 합니다. 복원된 전통적인 떡차로 성장세를 보이는 현재의 차 산업은 이런 역사적 배경이 반영된 셈이죠.

녹차의 효능, 장단점 알고 즐겨야

녹차를 즐기기 위해서 원료와 종류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녹차를 왜 마셔야 하는지부터 알아야겠죠? 녹차를 마시는 이유는 이름에서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보통 탕색이 연녹색을 띠어서 ‘녹차綠茶’로 불린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녹차의 이름은 상하로 뻗치는 작용인 ‘녹색 성질(오행의 목木 기운)’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하운동성을 지닌 녹차는 우리 몸에서 위장을 중심으로 머리와 배를 연결하게 됩니다. 또 엽록소가 충분해서 소화와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식중독 예방에도 좋습니다.
녹차의 박테리아 억제 능력이 항생제보다 3배나 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녹차에 함유된 폴리페놀이 항암작용과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죠.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스(SARS) 예방 10대 식품 중 하나로 녹차를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죠. 녹차는 거의 발효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차이기 때문에 마실수록 찻잎의 성질이 그대로 전해져 몸이 차갑게 될 수 있습니다. 엽록소 성분이 많이 남아있어 위염 증상이 있거나, 결핍성 빈혈일 경우에는 녹차를 삼가는 게 좋고요. 또 수분과 엽록소를 적게 제거한 녹차는 단단히 밀봉해서 보관해야 합니다. 녹차의 성질을 알고 몸 상태를 고려해 적정한 양을 즐기는 것이 지혜로운 차 생활입니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