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④ 차나무의 찻잎만이 차가 되는 이유

시중에 판매되는 차 제품은 천차만별이다. 차의 원료로 확인된 차나무만 천여 종이 넘는다니 그럴 수밖에. 흔히 녹차, 홍차 등 차를 우려낸 물의 색깔로 분류하지만 각각 맞는 차나무도 정해져 있다. 차나무의 뿌리부터 찻잎까지, 알고 마시는 차의 세계. (편집자 주)


우리 몸속에서 소화, 해독, 중화의 작용을 하지만 약이 아닌 음료로 즐기던 차茶. 그런데 차나무의 찻잎만이 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차나무는 식물의 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했습니다. 동백나무의 돌연변이를 차나무의 발생 기원이라고 보지만, 동백나무 잎은 차가 되지 못했습니다. 식물학자들은 그 이유를 뿌리와 잎에서 찾았습니다. 차나무의 뿌리는 직근성直根性, 즉 표토와 심토층深土層을 거쳐 암반층을 향해 곧게 내려가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나무는 원래 하나의 종種이지만, 자연적으로 변이되거나 유성·무성생식되어 수많은 아종亞種이 생겨났습니다. 지금은 아종의 수가 1,100여 종에 이른다고 합니다. 아종은 크게 교목종喬木種과 관목종灌木種으로 구분합니다.
교목종 차나무는 주간(主幹, 나무의 주축을 이루는 중심 줄기)이 뚜렷하고 키가 큽니다. 키가 10m인 교목종 차나무의 경우, 그 뿌리는 20~30m까지 곧게 땅 밑으로 뻗어갑니다. 관목종 차나무는 줄기가 여러 갈래로 솟아나고, 키가 작은 재배종에 해당합니다. 와인의 떼루아(terroir)처럼 차나무의 뿌리가 자리한 토양의 성질은 차의 특징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차 제품에 유기농이나 무농약 등의 표식이 있는데요. 차나무에 영향을 주는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비료’입니다. 특히 차나무 묘목을 심을 때 비료를 주면 지표면의 거름을 흡수하기 위해 옆으로 뻗어나가면서 뿌리의 직근성을 잃게 됩니다. 뿌리가 옆으로 뻗는 차나무의 찻잎은 차의 작용을 못합니다. 비록 겉모습은 차나무일지라도 말이죠.

까다로운 안목으로 골라낸 찻잎

식물의 잎은 광합성을 하고, 뿌리로부터 온 자양분을 저장합니다. 찻잎은 70% 정도가 수분이고, 나머지는 엽록소 같은 고형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찻잎의 성분은 꽤 특별합니다. 탄닌(tannin, 식물에 널리 분포하는 수용성 물질로 떫은맛을 낸다)도 감의 탄닌과 달라 차 탄닌이라고 따로 불렀습니다. 카페인이나 비타민 같은 성분도 흔히 접하는 것과 달랐습니다. 이것은 차를 만드는 제차방법과 연관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차나무가 1년에 무려 열다섯 번 정도 새잎을 피운다고 합니다.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새잎이 납니다. 그러다가 11월말이나 12월초쯤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잎이 새로 돋아난다고 찻잎을 무작정 계속 딸 수는 없겠죠. 찻잎도 차나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일부분입니다. 보통 1년에 서너 차례 찻잎을 땁니다. 너무 자주 찻잎을 따면 차나무는 힘을 잃어버립니다. 그런 상태에서 채엽(採葉, 찻잎을 수확하는 것)한 원료도 차의 역할을 못합니다.
차나무는 찻잎이 다 자랐을 때를 기준으로 크기에 따라 다시 구분됩니다. 대엽大葉과 중소엽中小葉으로 말이죠. 물론 차나무의 특성은 뿌리와 잎이 만나는 자연의 조건, 즉 떼루아(terroir, 토양과 기후 등 생산조건)와 빈티지(vintage, 생산연도)에 따라 또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다 자란 찻잎으로 차를 만들지는 않습니다. 찻잎을 언제 딸 것인지에 따라 원료 등급이 결정됩니다. 한국 녹차의 경우 첫물차나 두물차, 혹은 끝물차로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홍차, 우롱차, 보이차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크고 작은 찻잎을 나누는 것은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차의 개성일 뿐입니다. 차가 다양한 종류로 분화되면서 차 제품도 여러 가지가 등장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생활 가까이에서 만나는 차를 찾아볼까 합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넓은 차의 세계에서 차를 어떻게 즐길까요?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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