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③ ‘차茶’라는 글자에 담긴 미학

차나무의 고향은 윈난雲南과 쓰촨四川 등 중국의 서남쪽 일대다. 그곳에서 기마민족이 찻잎을 달여 애용한 음료가 한족과의 교류로 중국 대륙 전체로 전파됐다. 차나무 재배지 역시 기후대를 따라 널리 퍼졌다. 그러나 차를 나타내는 글자와 부르는 말은 지역마다 달랐다. 이번 시간에는 차라는 글자의 향기를 음미하며 차茶의 역할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차는 약이 아니지만 약처럼 쓰이며 하나의 문화양식으로 정착됐습니다. 일상적인 식문화에서 소화와 해독, 그리고 중화의 작용을 해오면서 말이죠. 음식과 밀접한 관계였던 차의 기원과 효능에 이어 오늘의 주제는 ‘차茶’라는 글자입니다.
차에 대해 알아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름의 유래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파자破字(한자의 자획을 나누어 풀이하는 방법)해서 살펴보면, ‘차茶’는 사람[人]이 풀[艹]과 나무[木] 사이에 있는 모양입니다. 이것은 사람과 일체가 되는 풀과 나무가 곧 차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 한자로 표기가 통일된 것은 당나라(618~907년) 무렵입니다. 중국의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육우陸羽의 《차경茶經》도 바로 이 시기입니다. 당나라 이전에는 차를 나타내는 글자가 무려 서른 가지나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소독신消毒臣’이나 ‘척번자滌煩子’라는 별칭이 있었죠. ‘소독신消毒臣’은 소독을 해주는 신하를, ‘척번자滌煩子’는 번뇌를 씻어주는 사람을 뜻합니다. 중국 진한秦漢 시기에 발간된 것으로 보이는 동양 최초의 의약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나오는 글자는 처음에 씀바귀를 의미하는 ‘도荼’였습니다.
이후 한자문화권에서 ‘茶’라는 글자를 사용해왔지만 지역에 따라 독음은 달랐죠. 중국은 춘추전국시대의 지역구도가 지역문화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언어적 차이도 뚜렷합니다. 광둥廣東 지역에서는 ‘차(cha)’라고 읽고, 푸젠福建 지역에서는 ‘테(te)’라고 읽습니다. 유럽의 티(tea)는 푸젠 지역과 교역을 하면서 음가가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죠. 우리나라도 중국과 교역한 지역에 따라 같은 글자를 다르게 읽었습니다. 요즘도 ‘다’와 ‘차’를 섞어서 읽고 있죠.

채움과 비움의 역할을 하는 차

차나무의 고향은 중국 중원이 아닌 윈난雲南과 쓰촨四川 등 서남쪽 일대입니다. 차는 이 일대에서 유목생활을 했던 기마민족이 당나라 이전부터 널리 애용한 음료였죠. 특히 당나라 시기에 윈난은 남조대리국南詔大理國이라는 나라였습니다. 윈난에서도 당연히 차와 관련된 그들만의 표기와 음가가 있었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음가는 ‘차(cha)’와 ‘레(re)’였습니다. 그러나 차는 무언가를 채워주는 역할을, 레는 무언가를 비워주는 역할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윈난 리장麗江에 사는 나시족納西族은 지금도 ‘동파문東巴文’이라는 수천 년 전의 상형문자를 사용하면서 차를 레라고 읽는데요. 마찬가지로 비움을 의미한다고 하죠. 차는 동아시아에도 전해져 오늘날까지 쓰이지만, 레는 윈난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만 남아 있습니다.
중국 4대 명차 중 하나인 윈난의 미생물발효차를 보이차普洱茶라고 부릅니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푸얼차이죠. 그런데 윈난 소수민족에게 푸얼의 원래 발음은 ‘푸레’라고 한답니다. ‘푸’는 떡을 가리키는 말이고, ‘레’는 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래서 푸레를 한자로 병차餠茶라고 합니다. 보이차는 우리 몸에서 비움의 작용을 하는 떡처럼 생긴 차라고 할 수 있겠죠.
의약서에서 차를 소화와 해독, 그리고 중화의 작용을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면, ‘차’라는 말과 ‘레’라는 말에 담긴 차의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 몸에 채워야 할 것은 채워주고, 비워야 할 것은 비워주는 것. 이것이 차의 기본 역할입니다. 차는 글자에도 채움과 비움의 미학이 배어 있습니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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