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쿱의 차 이야기 ① 우리 차茶 문화에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

한동안 커피나 건강차 등 물을 대신하는 대용차代用茶 위주였던 우리 사회의 차 음용 패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음식은 물론 기후와 토양이 더 이상 옛것과 같지 않을뿐더러, 사회 전반에 건강하고 윤택하며 안락한 삶을 중요시 하는 기조가 확산되면서 다시금 차가 주목받고 있는 것.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서해진 이사와 떠나는 느릿한 차 기행. 그가 단순히 차의 종류를 분류하고 늘어놓는 게 아닌 본질을 이해하는 차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편집자 주)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는 차茶의 패턴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유행하는 차와 차를 마시는 패턴이 과거와 무척 다릅니다. “차 한 잔 하실까요?” 사람들이 마치 선문답처럼 주고받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동안 커피나 건강차 등 물을 대신하는 대용차代用茶 위주였습니다. 그랬던 차 시장에 변화가 찾아온 것이죠. 무엇보다 오리지널 찻잎으로 만든 다양한 차가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보이차와 우롱차 혹은 전 세계 홍차의 기원이 된 ‘정산소종正山小種’이라고 하는 오리지널 홍차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커피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유가 있겠지요.
기존 한국 차 시장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차라고 한다면 두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녹차입니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녹차 문화권이었죠. 물론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녹차는 현미와 블렌딩 된 현미녹차 위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차는 유럽식 블렌딩 홍차입니다. 현재 세계 차 시장의 70%가 홍차이고, 그 홍차의 대부분은 유럽식입니다. 한국사회 역시 서구화로 인해 음료가 서구식으로 바뀌게 되었지요. 전국에는 4만여 개가 넘는 카페가 있는데요. 커피와 티 그리고 주스가 주 메뉴인 카페에서 만나는 티 메뉴의 경우 유럽식 홍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죠.

각성 대신 휴식을 위해 차茶를 선택하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차 산업의 기준에서 보면, 차 관련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유통자가 모두 변하고 있는 것인데요.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을까요?
먼저 오리지널 찻잎으로 만든 정통적인 차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발원지는 중국입니다. 대륙굴기大陸屈起라는 구호로 상징되던 중국의 급성장은 1차 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특히 세계적인 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차茶는 중요했습니다. 이처럼 음료는 사회적인 특징을 가졌을 뿐 아니라 먹는 음식과 짝을 이루며 발전했기에 현재의 시대상과 분리해서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운남에서는 기름기 있고 무거운 음식을 위한 보이차, 쿠키나 케이크처럼 단 음식에는 홍차, 담백한 한국 음식에는 녹차가 어울리듯이 말입니다.
차의 기원과 발전의 역사는 앞으로도 차츰 나눌 이야기이긴 하지만, 애초 차의 등장과 쓰임새는 음식 때문이었죠. 지역과 시대별 음식에 따라 유행하는 차는 달랐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유행했던 음료도 음식 패턴을 통해 보다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음료는 커피와 콜라입니다. 도시화와 서구화로 인해 인스턴트 식품이 유행하는 등 우리 사회의 성격과 먹고 마시는 음식의 변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커피와 콜라를 선택하게 만든 것이죠. 차 시장의 또 다른 변화 역시 소비자의 음식 선택 기준에서 비롯됐습니다. 팍팍하게 짜여진 삶 속에서 다시 여유를 찾고자 하는 움직임은 각성의 음료인 커피나 콜라 대신 휴식과 릴렉스를 위한 차를 선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이제는 사회 전반에 복지를 주제로 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데요. 무엇이 내 몸과 마음에 이로운 것인지 곱씹어보고, 스스로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스스로 선택해서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소비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차의 본바탕을 이야기하는 느릿한 여정

‘차’라는 상품이 다시 유행하는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입니다. 지역성이나 민족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종류의 차가 유행하고 있으며, 여기에도 분명한 까닭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더 이상 한국적인 것만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음식이 더 이상 옛것과 같지 않고, 기후와 토양 그리고 대기마저도 과거의 한국적 특징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우리의 몸도 변했을 것입니다.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쉽게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내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식의주食衣住가 달라지고, 내 몸과 마음에 대한 배려가 달라지는 배경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변화 흐름 속에서 주목을 받는 음료가 ‘차’입니다.
티쿱(Teacoop)은 ‘차문화협동조합’입니다. 차茶라는 사물을 두고 벌이는 일을 품앗이하듯 풀어가려고 합니다. 다양한 차라는 상품을 다루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오래된 미래가 될 수 있는 차의 본바탕을 기준으로 일을 풀어가고자 합니다. 세종대왕이 써내려간 <월인천강지곡>의 ‘천강에 비친 달’의 모습은 그 하나하나가 각자 자기 이야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창공의 달을 다시 보고 천강에 비친 달 이야기로 이어가려고 합니다. 차의 제품을 분류해 늘어놓는 게 아니라 차의 본질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차 이야기는 조금 에둘러 목적지를 찾아갑니다.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다음에 가능하다는 말처럼, 이제부터 차의 본바탕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글 서해진(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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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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