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방장 성파 스님 –
오랜만의 서울 전시, 세계 최대의 괘불 제작 발원하다




우리 시대의 손꼽히는 예승藝僧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최근 세계 최대의 괘불 제작을 발원하고 이를 위한 초대형 한지를 직접 만들어 또 한 번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11월 11일에는 서울 나마갤러리에서 원로 미술사학자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과 이색적인 2인전을 열어 독특한 옻칠민화의 세계를 선보인다. 평화롭고 아늑한 영축총림의 정경과는 달리 고승의 가을은 분주하기만 하다.

– 글 유정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독특하고 의미있는 2인전 ‘지기지우知己之友’

독특하고 장엄한 옻칠 민화로 민화계에 끊임없이 묵직한 울림을 던져온 통도사 방장 성파 큰스님이 만추晩秋를 장식하는 의미 있는 서울 전시 나들이를 갖는다.

성파스님과 원로 미술사학자 정양모 선생

11월 11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에 있는 나마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 ‘지기지우知己之友’가 성파스님의 민화세계와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이 전시는 제목에서도 짐작이 가듯이 성파스님의 개인전이 아니라 서로의 정신세계를 잘 아는 두 사람의 벗이 작품을 통해 나누는 무언의 교감을 일반에게 선보이는 전시회다.
성파스님과 함께 전시회를 꾸미는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은 원로 미술사학자 정양모 선생이다. 모두 알다시피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국내의 손꼽히는 미술사학자로 특별히 도자사陶瓷史 연구에 많은 업적을 남긴 이 분야의 거목이다.
한 사람은 학자이고 한 사람은 예술가이자 승려로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이룬 성과와 업적에 대해 서로 깊은 존경심을 지니고 있던 터였다. 오랜 세월 오고 간 이러한 무언의 교감이 결국 색다른 전시회라는 뜻밖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성파스님은 전시회의 성격에 맞춰 특별히 선정한 18점의 옻칠민화를, 정양모 관장은 자신의 그림과 글씨를 도판과 도자에 올려 구워낸 이른바 도화陶畵 30여점을 선보인다. 그리고 별도로 정양모 관장이 직접 검수한 조선시대 순백자 20여 점이 전시된다. 한마디로 옻칠민화와 도화, 그리고 조선백자가 어우러진 이색적인 전시회인 셈이다. 무엇보다 눈으로 보는 시각적인 의미를 넘어 서로 다른 분야의 두 거목이 풍겨내는 고매한 인격과 시공을 초월한 교감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회이기도 하겠다.

손수 제작한 틀로 떠낸 초대형 한지

성파스님은 최근 이 전시회 준비와는 별도로 이제까지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롭고 실험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님이 머무는 경상남도 양산의 유서깊은 거찰 통도사에 딸린 아름다운 암자 서운암에는 누구도 한 번 본 적이 없는 거대한 한지韓紙 제작 틀이 자리 잡고 있다. 무려 가로 3m, 세로 24m 크기의 한지를 한 번에 뜰 수 있는 거대한 틀이다. 지난 여름 내내 성파스님이 직접 고안하고 설계해 만든 장치이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한 크기의 한지를 한 번에 뜨는 것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성파 스님은 발을 이용해 종이를 떠내는 기존의 방식 대신 지통 자체를 발처럼 사용, 닥나무 섬유를 적당한 두께로 올린 후 물을 빼낸 뒤 그대로 건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알고 보면 단순한 기기인 것 같지만, 실은 전통 한지 제작의 원리를 정확히 꿰뚫고 있지 않으면 고안해 낼 수 없는 장치다. 스님은 오래 전 금니사경金泥寫經에 필요한 감지柑紙를 만들기 위해 유명한 한지 장인을 서운암에 초빙해 근 3년엔 걸쳐 한지 제작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한 적이 있다. 당시의 경험과 연구가 수 십 년의 세월이 흐른 뒤 이렇듯 색다른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런데 성파스님은 왜 이렇게 거대한 한지 제작 틀을 만들어야 했던 것일까? 물론 이 경이로운 작업 그 자체가 이 분야에서 이룬 대단한 성취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실은 그보다 더욱 의미 있는 목적을 향한 사전 작업의 하나라고 한다.
“이제까지 없었던, 정말 크고 장엄한 괘불을 만들려고 해요. 완성되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큰 괘불이 될 거요”

성파스님이 직접 고안하고 제작한 한지 틀. 무려 가로 3m, 세로 24m 크기의 한지를 한 번에 뜰 수 있다.

세계 최대로 기록될 거대한 괘불을 위하여

그랬다. 성파 스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거찰 중 하나인 영축총림靈鷲叢林을 상징하는 방장方丈으로서 불상, 불탑과 함께 불교의 중요한 예배 대상의 하나인 불화,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와 장엄함으로 뭇 중생들에게 절로 불심을 불러일으키는 ‘괘불掛佛’을 주목하고 새로운 세기에 걸맞은 최대 최고의 괘불을 만들겠다는 발원發願을 했던 것이다.
괘불은 말 그대로 걸어 놓을 수 있도록 만든 불화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법당 밖에서 진행되는 법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크게 제작한다. 현재 남아 전하는 괘불 중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압도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 통도사에도 옛 괘불들이 몇 점 전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세로가 12m를 넘는 초대형 괘불도 있다.
그런데 성파스님이 만들고자 하는 괘불은 가로가 12m 세로가 24m에 이르는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여기서 만들어 내는 초대형 한지조차 가로로 3장이나 이어 붙여야 하는 엄청난 크기이다. 스님의 말대로 이 괘불이 완성되면 세계 최대의 불화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다.
“괘불과 같은 걸개그림, 즉 탱화는 불화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특히 세계에 자랑할 만한 불교유산이지요. 불교가 발달한 동아시아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에도 탱화는 거의 없어요. 서양의 성화聖畵보다도 훨씬 일찍부터 우리는 불화를 그렸어요. 우리 불교는 조선시대의 그 혹독한 억불정책 속에서도 세계에 자랑할 만한 불화의 전통을 이어왔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지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 초대형 괘불을 통해 한국 불화의 진수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 게 내 마음이요.”
일찍이 없었던 초대형 한지를 만든 뜻은 이처럼 세계 최대의 괘불을 만들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스님은 이 괘불을 천년을 가도 변하지 않는다는 천연안료 옻칠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완성하겠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여러 전문가들과 힘을 합쳐 세계적인 불교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언젠가 가졌던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구도求道와 예술藝術은 둘이 아니다’라고 설說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불심佛心을 불러일으키는 불화를 그리는 화승의 간절한 마음이 도를 구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승의 하나로서 예술을 통해 가장 큰 음성으로 불법을 설해온 성파스님의 올곧은 걸음걸이가 그걸 말해준다.

정양모 작가 & 성파스님 2인전 <지기지우(知己之友)>
11월 11일(수) ~ 11월 30일(화)
나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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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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