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랑스tolerance 정신이 깃든 결혼기념사진 액자

박암종 관장의 이발소그림 콜렉션
톨레랑스tolerance 정신이 깃든 결혼기념사진 액자

여느 때와 달리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다. 그 결과 압도적인 표차로 문재인 후보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는 연일 뉴스의 톱을 장식하며 화재를 일으키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다. ‘유쾌한 정숙씨’로 불리는 김정숙 여사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대학을 다닌 문재인 대통령을 사귈 때부터 결혼 이후 지금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어려울 때나, 즐거울 때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곁을 지킨 내조의 여왕으로 일컬어진다. ‘유쾌한 정숙씨’의 자신감 있고 당당한 영부인으로서의 활동을 보면서, 다양한 장르로 발전하고 재생산된 이발소그림 중 이 결혼기념사진 액자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이발소그림을 살펴보면, 좌우로 황금색 봉황이 자리를 잡고 있고 ‘祝’, ‘結婚’, ‘一心’ 등의 한자어와 사진이 들어갈 공간 세 곳을 비워 놓았다. 그 빈 곳 중앙에는 바짝 붙어 서 있는 부부의 사진과 그 좌우로 신랑과 신부의 흉상 사진을 끼워 넣었다. 이러한 유형의 액자는 70년대부터 수없이 제작되어 일반 중산층 집안에 내걸렸다. 40cm 정도의 작은 흰색 나무 액자 속 유리에 프린트된 그림 상태로 봐서 그리 고가는 아닌 듯하다. 유리에 고급스럽게 프린트된 결혼기념사진이 화려하게 걸려 있는 오늘날의 신혼부부 방을 생각하면 너무나 초라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이발소그림은 ‘절대 이혼금지 증명서’라도 되듯이 방에 내걸려 마음을 다잡게 만들고 화목한 가정을 만들어 나가는 ‘부적’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수 백 만원이나 호가하는 결혼 앨범과 화려한 결혼기념 사진 제작이 보편화된 현재 우리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율이 매우 높다. 아시아에서 1위, OECD 국가 중 9위를 기록하고 있다.(2016년 통계) 이혼 사유 중 1위는 ‘성격차이’라고 한다. 성격차이가 가장 큰 이혼 사유라는 것은 우리사회가 서로를 배려하는 ‘톨레랑스tolerance’와 상대를 이해하는 문화가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발소그림은 이혼율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의 가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이 이발소그림 속 사진배치만 봐서는 둘의 관계가 일방적인 ‘복종’이 아니라 ‘동등’이다. 이러한 관계를 가지고 한마음(一心)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기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이 액자를 만들어 집에 걸어 놓았으리라.
‘톨레랑스’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관용寬容’이라는 뜻이다. 생김새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 문재인 대통령과 유쾌한 정숙씨가 그랬듯 자신과 다른 타인과의 차이를 자연스레 인정하면서 그 차이에 대해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관용’이란 ‘포용’이기도 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사상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당선 후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오늘날 대통령을 있게 한 배경에는 이러한 ‘톨레랑스’ 정신이 뒷받침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정신이 문재인 정부 내내 정책에 반영된다면 정말 국가의 품격과 정의가 살아 있는 국민을 섬기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거제 남정마을의 슬레이트slate 지붕을 이고 있는 허름한 대통령 생가를 보니 그 집에 꼭 걸려 있을 법한 이발소그림에 담긴 ‘톨레랑스’의 의미를 새삼 되새겨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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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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