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을 여는 화조도

화조도

*화조도, 40×45.5cm│유리화│1960년대│근현대디자인박물관 소장

춘삼월을 여는 화조도

명절 때면 으레 등장하는 반가운 화투. 화투는 18세기 말 일본에서 완성된 후 19세기 초에 우리나라로 넘어와 조금씩 변화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시각 소재가 매우 상징적이며 색채가 화려한 화투는 알게 모르게 그림소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12달을 상징하는 12종의 화투그림 중 2월에 해당하는 화투에는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새와 꽃이 등장한다. 2월 화투에 등장하는 그림과 비슷한 소재의 이발소그림이 발견되는데, 그것이 바로 이 화조도이다. 일본 화투에 등장하는 새의 종류는 동박새인데, 한국 화투에는 머리에 화관을 얹은 꾀꼬리가 등장한다. 이발소그림에 등장하는 새는 형태로 봐서는 화투에 등장하는 일본의 동박새를 닮았으나, 색채는 연초록의 동박새와 전혀 다른 신비로운 비취색을 띠고 있다.
이 이발소그림은 보시다시피 두 마리의 새와 세 개의 알이 들어있는 둥지, 그리고 세 송이의 무궁화가 등장하고 있다. 화투에는 한 마리의 새가 등장하나, 이발소그림에는 두 마리의 새와 둥지가 등장한다.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을 상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25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60~70년대 가정을 중시하는 당시의 시대상을 담고 있으며 이를 강조하고 싶은 작가의 생각이 잘 반영되었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발소그림은 작가가 좋다고 생각하는 여러 개의 그림을 짜깁기해 그렸으며, 민화와 유사하게 자유분방하고 좋은 의미가 복합적으로 계속 더해져 새로운 형태로 제작되었다.
이 이발소그림은 액자의 장식성, 그림의 내용과 색채의 화려함 등의 요소를 살펴볼 때 집안의 장식용으로 사용한 그림이라 생각된다. 유리에 그린 이 같은 그림은 보관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칠이 벗겨지는 경향이 많은데 이 그림은 손상된 곳이 전혀 없는 보관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다가오는 따듯한 춘삼월 새소리와 함께 활짝 핀 꽃들의 향연을 미리 보는 듯하다.

 

글 : 박암종(근현대디자인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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