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박물관 – 조선 예원의 마지막 불꽃, 추사를 마주하다

추사박물관
조선 예원의 마지막 불꽃, 추사를 마주하다

과천과 추사 김정희의 인연은 매우 깊다. 지금의 과천에서 아버지의 삼년상을 치르기도 했으며 인생의 말년을 보내며 학문과 예술의 절정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과천시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추사를 조명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해왔다. 추사박물관은 추사를 종합적으로 연구, 전시, 체험하는 과천시 추사 관련 사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추사 김정희(1786~1856)는 조선 예원의 마지막 불꽃같은 존재로 조선이 고유문화를 꽃피운 진경시대의 세계화에 성공한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학문 조류인 북학 사상을 본궤도에 진입시킴으로써 조선 사회의 변화 논리에 힘을 실어준 장본인이다(『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선비』, 정옥자 지음, 현암사, 2002). 그는 청나라 고증학의 정수를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했으며, 독창적인 추사체를 창안한 서예가로, 금석학을 학문의 반열에 올려놓은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추사는 과천과 매우 깊은 인연이 있다. 1824년에 지금의 과천 주암동에 과지초당이 조성될 때 깊이 관여했으며, 아버지인 유당 김노경(1766~1837)이 별세하자 청계산 옥녀봉에 모시고 삼년상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1852년 북청유배가 끝난 뒤 인생의 말년을 보내면서 학문과 예술의 절정기를 맞이했다. 때문에 추사의 서화 작품은 과천에서 완성된 것이 많다.
과천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1996년 과천 관련 추사 김정희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이래 추사를 조명하는 여러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6년에는 추사 연구의 권위자인 후지츠카 치카시 박사가 수집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그의 아들 아키나오 선생에게서 기증받기도 했다. 또한 2007년에는 과지초당과 독우물을 복원하였다. 추사박물관(이하 박물관)은 이러한 과천시 추사 관련 사업의 결정체로,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2013년 6월에 개관하였다.
박물관은 추사가 이룩한 학문과 예술의 정수를 널리 알리기 위해 후지츠카 치카시 박사의 기증 자료, 방대하게 축적된 연구 자료와 다양한 유물을 바탕으로 품격 있는 전시와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관련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추사의 삶과 학문, 예술을 담아내다

박물관은 주변의 환경과 어우러지도록 열린 건축으로 지어졌다. 복원된 과지초당 옆에 위치하고 있어 전통과 현대적인 아름다움의 조화로 시선을 끈다. 지상 2층, 지하 2층의 규모로 2층 추사의 생애실, 1층 추사의 학예실, 지하 1층 후지츠카 기증실등 3가지 상설전시실을 비롯해 기획전시실, 체험실, 뮤지엄숍, 세미나실, 수장고, 학예실, 휴게실 등을 갖추었다. 2층부터 전시를 관람하면서 천천히 내려오는 구조로 설계되어 추사의 생애부터 학예, 후지츠카 부자의 학문적 성취와 기증 관련 내용, 기획 전시를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층마다 휴게실이 있고, 자연 채광을 극대화한 이동 통로로 편안한 관람을 돕는다.
제1전시실 ‘추사의 생애’는 추사의 삶을 시기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의 수학, 연행을 통한 새로운 문물 체험, 북한산진흥왕순수비의 확정 등 금석 연구, 한양에서의 관직생활, 제주와 함경도 북천 등 두 번의 유배생활, 말년 4년간의 과천생활로 구분된다. 추사가 유년기나 유배시절, 말년에 썼던 편지, 금석학 연구에 사용한 탑본, 공부한 서적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추사의 인생을 간접 체험하며 추사가 마주한 현실과 시대적인 변화부터 그의 인간적인 모습까지 살필 수 있다.
제2전시실 ‘추사의 학예’는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주제별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7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으며 다양한 유물과 자료를 바탕으로 추사가 북학파의 영향을 받아 청나라의 새로운 문물에 눈을 뜨는 과정, 청나라 학자들과의 학예 교류, 조선 금석학 연구와 여러 계층과의 교류를 살필 수 있다. 또한 고전과 글씨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추사체’를 이룩해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금석 연구와 글씨를 다룬 섹션은 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추사의 글씨가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었는지, 또 어떤 시기의 글씨인지를 알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제3전시실 ‘후지츠카 기증실’은 후지츠카 부자의 학문적 성취와 추사 관련 유물의 기증을 기념하는 전시공간이다. 후지츠카 치카시는 일본의 유명한 경학자이자 추사연구자였으며, 그의 아들 후지츠카 아키나오는 추사자료를 과천시에 기증하였다. 후지츠카 치카시의 논어 연구, 추사를 중심으로 한 청조문화 동전의 연구, 사진으로 남은 추사글씨, 과천시의 추사연구등을 살필 수 있다. 박물관은 서책을 비롯해 글씨 중심의 유물이 대부분이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시를 짜임새 있는 시기별·주제별 섹션 구성과 입체적인 전시,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서 깊이 있으면서도 쉬운 관람을 돕고 있다.


과천시는 1996년부터 추사 관련 자료의 수집과 조사, 연구 등을 추진하기 시작하여 2004년 <추사글씨 탁본전>을 시작으로 추사 재조명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결과 매년 추사 유물 전시회 및 학술대회 개최, 논문집·도록·보고서·번역서의 발간 등을 통해 방대한 추사 문화 콘텐츠를 축적해왔다.
즉, 개관은 2013년이지만 추사박물관의 모든 전시는 1996년부터 이어져 내려온 추사 관련 사업과 연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2013년 개관기념 특별전 <추사묵연>, 2014년 <추사가 보낸 편지>, <추사 글씨 현판>, 2015년 <다산과 추사>, <성추하벽의 네 번째 주인공, 정벽 유최관>, 2016년 <자하 신위>, <추사금석> 등 1년에 2회 진행하는 기획전시도 탄탄한 학문적 배경과 시기적절한 기획으로 매번 학계와 관람객 모두를 만족시켰다.
특히 2015년 하반기 기획전인 <성추하벽의 네 번째 주인공, 정벽 유최관>은 추사서화파의 한 사람인 정벽 유최관의 삶과 교유를 살핀 전시로 그 기획은 2003년부터 시작되어 전체 준비기간만 10년이 넘는다. 정벽과 추사를 중심으로 19세기 전반학인들의 교유, 나아가 추사서화파의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여 전문가와 추사애호가, 시민들 모두에게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박물관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앞으로도 박물관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관람의 재미와 학문적·시기적 의미를 동시에 잡는 기획전을 계속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에는 상반기와 하반기를 통틀어 기존의 2회가 아닌 1회의 대규모 특별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추사 연구·체험·교육의 중심지로 우뚝 서다


박물관은 전시 외에도 학술활동, 소장품 관리, 교육 및 문화행사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며 추사 관련 연구소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학술활동 측면에서 박물관은 기획전시 도록 발간, 추사박물관 학술총서 발행, 전시연계 학술대회 매년 2회 개최, 다양한 학술강연 등 추사 콘텐츠의 집적과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추사학 센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노력해오고 있으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20년 넘게 진행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학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체계적인 소장품 관리도 인상적이다. 후지츠카 기증 자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추사 관련 유물을 수집하였고 방대한 소장자료에 대한 목록 정리를 완료하였다.
매년 소장품 소독을 실시하며, 소장유물의 DB 등록 역시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박물관은 시민들과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교육 및 문화행사를 실시해 교육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학교 연계 프로그램을 비롯해 유아, 어린이, 가족으로 대상을 분류해 매년 흥미롭고 유익한 행사들을 계속 개발하며 진행하고 있다. 개관 이래 300회가 넘는 교육을 진행했고 10,000명 이상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렇듯 박물관은 추사를 종합적으로 연구, 전시, 체험하는 공간으로서 과천 시민뿐만 아니라 학자, 추사애호가, 서예가 등 국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추사 연구의 중심지이자 창조적인 추사 문화의 발신지를 꿈꾸며 그 단단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글 방현규 기자
사진 박성일 기자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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