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52) 달 이야기

최천숙, <달 이야기>, 2022, 순지에 분채, 70×70㎝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 대보름에는 나라와 가정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각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2023년 새해를 앞두고, 그림에 달을 비롯해 다양한 길상문을 배치하여 새해 무병장수를 염원하였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용산 CGV에서 영화 시사회가 있어 친구들과 영화를 보려고 저녁 시간에 모였다. 저녁을 먹으러 실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다가 동쪽 하늘에 붉고 둥근달이 떠있는 것을 보았다.
‘오늘이 보름인가?’ 가까이서 보았는데 늘 보던 보름달이 아니었다. 거의 꽉 찬 둥근 달인데 색이 유난히 검붉고 이글거려 역동적으로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붉은 달이라 달만 쳐다보며 내려왔다. 아래로 내려오니 빌딩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특별하고 신비한 모습에 그 잔상이 오래 남았다. 누군가 ‘개기월식’을 하나보다고 했다. 오늘이 2022년 11월 8일, 음력으로는 10월 15일 보름이다.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가리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늘은 개기월식과 달이 별(천왕성)을 가리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 평생 동안 한 번도 보기 힘든 개기월식 날이다. 다시 보고 싶었지만 여러 명이 같이 움직여 이탈할 수도 없었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나와 빌딩 사이로 보이는 작은 하늘부터 올려다보았다. 하얀 초생달이 떠 있었다. 영화 <동행>에서도 개기월식 장면이 나왔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11시 40분쯤 되었는데, 중천에 늘 보던 친숙한 보름달이 환하게 떠있었다. 오늘 같은 개기 월식이 200년 뒤에나 일어날 것이라 한다. 그래도 나는 살아있는 동안에 한 번은 붉은 보름달을 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해를 품은 달’처럼 붉게 타오르며 이글거렸던 그 달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달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 대보름에는 나라와 가정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각가지 행사가 벌어진다. 현대에는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으나 명맥을 유지하고 민속행사로 나라 곳곳에서 전통을 이어 나가고 있다. 우주와 자연은 과학으로 정복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진리를 지녀 그 앞에 서면 절로 경외심을 가지게 된다. 세계 각국의 국기에도 해와 달, 별들이 많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달 밝은 보름날. 장독대 위에 정안수 한 사발 올려놓고, 달을 품듯 크게 원을 그리며 두 손 모으고 기도하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개기 월식 때 붉은 달을 보며 가족의 건강과 시험합격을 빌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 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달을 소재로 한 구전 민요다.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오래오래 살고 싶은 효孝를 주제로 하였다. 달 속의 계수나무는 도끼로 찍어 내려도 죽지 않는다. 도끼 자국이 패인 그 자리에 다시 새 잎이 돋는 불사의 나무이다.
동아시아의 전설 속, 달에는 절구를 찧는 옥토끼가 있다. 달 토끼는 두 발로 서 있고, 절구에서는 약초로 선단仙丹을 만든다. 선단은 무병장수하는 약이니 계수나무와 더불어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염원한다. 노란 빛 쟁반 같이 둥근 달은 ‘희망’을 주고 달과 토끼는 여성을 상징하기에 풍요와 다산多産의 의미를 갖는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남녀신男女神이 해와 달을 머리 위로 받들고 있는 그림이 있다.
남신은 삼족오가 들어있는 해를, 여신은 달을 들고 있는데 그 달 속에 두꺼비가 들어 있다. 삼족오나 세발 두꺼비는 용이나 봉황, 해태, 기린처럼 실존하지 않고 길상의 뜻으로 널리 쓰여 임금님의 용포, 베겟모, 자수, 도자기나 그림 속에서 살아있다.
작품에는 노랗게 떠오른 희망의 달 속에 절구 찧는 옥토끼, 선녀, 두꺼비, 계수나무, 약초를 넣어 2023년 토끼해에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염원하였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월간민화 민화에세이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지면을 할애해주신 월간민화에게 감사드립니다.
12월호 지면을 끝으로 2018년부터 진행한 52회의 연재를 끝맺음합니다.
연재를 진행하기 위해 달달이 민화를 창작하며 실기와 이론 등을 폭넓게 공부하는 시간은
너무도 행복하고 보람찼습니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천숙 드림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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