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51) 한글 사랑

최천숙, <한글문자도 “사랑”>, 2022, 순지에 채색, 50×40㎝



지난 10월 한글날을 맞아 민화작가로서 한글문자도 작품을 그려보았다.
우리 민족의 이야기와 함께 태양, 달, 별 등으로 불변의 진리를, 인간의 소망인 행복, 건강, 장수를 상징하는 문양을 넣어 ‘사랑’을 완성했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한글날 기념식 중계 장면에 채널을 고정했다. 아침에 일어나 집안을 정리하고는 TV로 날씨와 뉴스를 본다. 오늘 제 576돌 한글날 기념식을 하는데 화면에 태극기가 많이 나왔다. 나도 태극기를 꺼내 아파트 창 왼쪽에 있는 국기봉에 걸었다. 학창시절에는 한글날에 운동장에서 전교생이 모여 기념식을 했다.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솟았네
한글은 우리자랑/ 문화의 터전
이 글로 이 나라의/ 꿈을 키우자.


한글학자 최현배가 작사하고, 박태현이 작곡한 곡이다.
오랜만에 따라 불렀어도 기억에 남아있어 끝까지 함께 불렀다. 가사 속에 한글날의 뜻이 모두 잘 담겨있어 작사자가 누구인가 다시 보았다. 언제부터인가 한글날, 국군의 날 등이 법정공휴일에서 단순 기념일이 되어 행사 규모가 작아졌고, 요즘 학생들은 이에 대한 내용을 거의 몰라 기념일이라기보다는 나들이 가는 휴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조선 4대 임금 세종대왕께서 1443년 한글을 창제하고 1446년에 반포하셨다. 그 이전에는 문자가 양반계급의 사대부, 선비 등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니 과거를 볼 자격도 없는 일반 백성들은 글을 배울 수 없었다. 조선의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은 여성들이 글도 배우지 못하게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자로 쓴 문자를 모르니 공부를 하지 못하고 지식을 넓혀 생각을 전달하거나 꿈을 펼칠 수도 없는 시대였다.
이에 “민民은 나라의 근본”이라며 민본民本정치의 꽃을 피운 세종대왕께서 집현전 학자들과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28자를 창제하셨다. 한글로 쓴 최초의 문학작 <용비어천가>는 조선의 건국을 정당화하는 영웅서사시로 일반 백성들에게 읽혀지도록 하였다.
한글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록되어 우수성과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 받았다. 온 세계 사람들이 세계 제일의 글자로 평가받은 한글을 배우고 싶어한다고 한다.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한글로 디자인한 옷감으로 패션쇼도 하고, BTS나 소녀시대 등 가수들의 노래를 부르기 위해 한글을 배운다.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문화 예술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으며 국위를 선양한다.
나는 민화작가로서 한글날을 맞이하며 한글문자도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민화의 문자도에는 주로 조선시대 유교문자도가 대부분이다. ‘효제충신예의염치孝弟忠信禮義廉恥’는 조선시대 관리들이 지켜야할 덕목이다. 수복도壽福圖, 수복강령壽福康寧 등은 행복한 삶을 소원한 모든 인간이 소장하고 싶은 한자 글이다. 한글로 무슨 글자를 써 볼까 하다가 인간의 본성이자 가장 중요한 순 우리말 ‘사랑’을 선택했다. 내가 결혼하면서 자녀들에게 가르침이 되고 그 정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가훈家訓을 지었다. ‘서로 사랑하며/ 높은 꿈을 가지고/ 성실하게 나아가자.’ 사랑, 이상, 성실, 전진의 덕목을 담은 글이다. 한글로 예쁘게 써 액자를 만들어 거실에 걸어두었다.
작품에서 두 사람이 서로 기댄 모습으로 사람인(人)을 형상화하여 ‘ㅅ’, 하트(사랑) 모양에 화살을 통과시킨 모습으로 ‘ㅇ’을 그렸다. 큐피드의 화살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우리 신화에서도 화살이 등장한다.
아기가 태어날 때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쏜다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천손강림天孫降臨으로 하늘에서 내려와 하늘을 숭배했다고 전해진다. ‘ㅏ’자에는 인간의 삶과 죽음, 운명을 주관한다는 북극성별을 빛나게 그렸으며, 고구려 고분에 그려진 ‘해’속에는 삼족오를, ‘달’속에는 두꺼비와 생약을 만드는 옥토끼를 그렸다. ‘ㄹ’자 속에는 부귀와 다산, 장수를 상징하는 꽃과 열매를 그렸다. 우리 민족의 이야기와 함께 태양, 달, 별 등으로 불변의 진리를, 인간의 소망인 행복, 건강, 장수를 상징하는 문양을 넣어 ‘사랑’을 완성했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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