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50) 삼신할미 이야기

최천숙, <삼신할미 이야기>, 2022, 순지에 분채, 봉채, 먹, 42×61㎝



딸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삼신할미 상을 차렸다고 했다. 흰밥 세 그릇에 미역국 세 탕기, 정화수 세 대접을 차려 놓고 아기가 탈 없이 무럭무럭 잘 크도록 빌었단다. 나도 손자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가정과 사회, 나라를 위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하길 기원했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높고 푸른 가을하늘. 오늘은 햇빛이 환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맑은 날이다. 집안에 있는 문과 창을 모두 열어 거풍을 하였다. 여름날의 장마와 폭우로 인한 습기를 거두기 위해 방문, 농문, 유리문, 창문 모두 열어두고 햇빛과 바람이 들어오도록 하였다. 나는 자연적인 것을 좋아한다. 습하다고 가습기 틀고, 덥다고 에어콘을 켜는 대신 창을 열고 닫는다. 햇빛, 바람, 비, 눈 모두 좋다. 인간
이 과학으로 자연을 정복할 수 있을까? 결국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간다.
풍경도 울리지 않는 작은 바람에 무성한 대추나뭇잎이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녹색의 조용한 바다위에서 반짝이는 윤슬 같다. 방범창을 따라 감겨 올라간 넝쿨장미 잎도 살며시 물들어 간다. 딸에게 날씨가 좋으니 손자들 데리고 오라고 했다. 가을햇살을 쬐며 동네 한 바퀴 돌아야겠다.
딸이 서른 중반에 결혼하여 아들 셋을 두 살 터울로 낳았다. MZ세대에 직장인인 딸이 기특하다. 독신이 늘어나고 자녀를 두지 않는 부부도 많다는 요즘이지 않은가. 딸이 첫 아들을 낳고 백일을 맞이했다. 나는 백일 옷을 사가지고 가서 옷을 갈아 입혔다. 수명이 길어지라고 옷고름을 길게 만든 한복인데, 고름이 길어 허리에 돌려 매주었다. 백일이 지나면 빛깔 있는 옷 색동저고리를 입힌다고 한다. 딸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삼신할미 상을 차렸다고 했다. 흰밥 세 그릇에 미역국 세 탕기, 정화수 세 대접을 차려 놓고 아기가 탈 없이 무럭무럭 잘 크도록 빌었단다. 딸이 삼신할미를 어떻게 아는가 싶었다. 백일 상을 어떻게 차리나 싶어 인터넷을 찾아보았다고 한다. 백일의 ‘백百’은 완전하다는 의미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백일을 무사히 넘김을 자축하고 축복하는 날이다.
백白일 상에 흰밥, 백설기, 흰 실타래, 미역국, 과일, 나물, 전 등을 차려 식구들과 먹고, 이웃에 떡을 돌려 나누었다. 백일 떡을 많은 사람과 먹을수록 아기의 명이 길어지고 아기가 복福을 듬뿍 받게 된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살아 숨 쉬는 구전설화

언젠가 어머니로부터 아이들 궁둥이에 있는 푸른 반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이가 태어날 때 삼신할미가 “밖으로 빨리 나가라”며 엉덩이를 때려서 생긴 것이라고 하셨다. 인간의 생명과 수명을 관장한다는 삼신三神/産神 할미는 하늘의 북두칠성 가까이에 있는 북극성에 산다는 마고麻姑 할미와 연관이 있는 듯하다.
마고할미는 우리나라 고유의 신화에 전해져 내려오는 여신으로 여성의 생산성을 중요시한 대모大母이다. 수 천 년의 역사 속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며 지금은 민간 속에서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반도 전역에 각 지방에 마고관련 전설과 관련된 사당이 있다.
딸이 우리 전통 신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자식을 위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넉넉하게 베푸는 것을 보고 나도 손자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가정과 사회, 나라를 위하여 좋은 일을 많이 하길 기원했다.
작품에서는 3대의 여성(할머니, 딸, 손녀)을 원으로 하나로 묶은 뒤 인간의 생사를 관장한다고 알려진 북극성,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와 불로초, 부귀영화와 복福을 상징하는 모란을 그렸다. 더불어 하늘과 조상을 섬기는 충忠·효孝 사상 등 대를 거쳐 순환하며 불멸하는 우리네 정신을 표현하였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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