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㊼ 까마귀 날다

<삼족오 비상하다>, 2022, 순지에 분채, 봉채, 먹, 47×54㎝



삼족오는 대우주의 광명사상과 천자국天子國이 한민족임을 상징하여 선조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태양과 삼족오 그리고 생명을 관장하는 마고선녀를 그리고 주변 하늘에 연꽃과 구름 바람을 넣어 자연의 조화와 영원함을 표현해 보았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간밤에 비가 내렸나 보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물방울이 넝쿨장미 잎에 맺혀있고, 난간에 조롱조롱 달려있다. 푸른 땅 위에 하얀 망초와 보랏빛 지칭개가 피어 있더니 오늘은 작은 해바라기처럼 생긴 루드베키아 한 송이가 활짝 피어 나를 반긴다. 바람 타고 날아온 풀씨가 작고 예쁜 꽃을 피우고 또 피운다.
휘파람 소리가 들려 커피 잔을 들고 창가로 와서 밖을 내다보았다. 크고 작은 새들이 자기 목소리를 뽑아낸다. 작은 까치 한 마리가 두리번거리며 나무 둥치 주변을 돈다.
까치집을 찾으려고 나무꼭대기를 올려다보니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까만 새가 주변을 날아다녔다. 까치는 어깨와 가슴, 날개부분이 흰색이지만, 까치처럼 생겼는데 온통 새까만 새는 까마귀이다.
까치는 희작喜鵲이라 하며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거나 기쁜 소식이 전해오려나 하여 반기지만, 까마귀는 까악까악 하는 울음소리와 검은 모습에서 죽음과 관련하여 불길한 새로 여긴다.
한국의 서양화가 이중섭은 <달과 까마귀>를 그린 후 돌아가셨다. 서양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까마귀가 있는 밀밭(Wheat field with crows)>은 그가 권총 자살을 하기 직전에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렇듯 까마귀는 절망감, 짧은 생을 산 불길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동양권의 일본에서는 까마귀를 신의神意를 전달하는 영조靈鳥로 생각하여 자기 집 마당에 있는 나무에 까마귀가 머무른 집은 부유하게 된다고 한다. 까마귀를 길상吉祥과 행운을 주는 길조吉鳥로 여기는 것이다.

한민족을 상징하는 삼족오

삼족오三足烏는 세발 까마귀로 고대 동아시아 전역에서 태양 속에 산다고 여긴 전설의 새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붉은 태양과 그 속에 삼족오가 그려진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태양은 달과 천지를 상징하는 절대적 자연물로 광명정신과 왕권, 하늘자손의식, 영원성을 상징한다.
북부여의 시조 해모수가 머리에 쓴 관이 오우관烏羽冠이다.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왕비가 된 일월지정日月之精의 상징인 연오랑, 세오녀 설화에도 까마귀 오烏자가 있다. 후고구려 궁예에게 왕王자가 새겨진 조각을 전한 새도 까마귀이다. 현조玄鳥는 천조天鳥이며 태양새로 상서롭고 아름다운 새이다. 태양이 양陽이고 3이 양수陽數이므로 삼족오가 되었다. 그것은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3의 원리와 삼신이 갖고 있는 생명탄생의 비밀을 내포하고 있다.
삼족오는 대우주의 광명사상과 천자국天子國이 한민족임을 상징하여 선조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비상의 날갯짓으로 낙원이 열리고 영원하리라. 까마귀를 밝은 낮에 보니 크기가 까치보다 크고 목과 날개 부분이 보랏빛으로 반짝였다. 눈매가 힘이 있고 날아가는 뒷모습이 신비스런 느낌을 주었다.
태양과 삼족오 그리고 생명을 관장하는 마고선녀를 그리고 주변 하늘에 연꽃과 구름 바람을 넣어 자연의 조화와 영원함을 표현해 보았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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