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㊸ 봄맞이 매화

최천숙, <매화꽃 찻자리>, 2022, 순지에 분채, 봉채, 45×53㎝



추위와 언 땅을 뚫고 나와 피는 꽃 매화는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학문에 정진하는 깨끗한 기품을 지닌 선비를 상징한다. 작품에서는 매화나무 아래 너럭바위 위에서 찻자리를 하는 모습과 칠지도, 까치, 곡옥을 함께 그려 길상에 대한 염원의 마음을 담아보았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바람결에 실려 온
고운 향 따라 갔더니

순백의 작은 꽃이
하늘을 향한 가지 따라
총총히 달려
군자의 풍모를 보이고

봄바람 불어와
꽃비 날린다

발등에 꽃잎 쌓여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비 맞고 서 있다

북한산 자락에 있는 우리 아파트에도 곳곳에 나무가 많이 심겨져 있다. 입춘이 지나며 언 땅이 풀리고 마른 가지에 물이 오르면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이다. 춘선春先을 알리는 매화나무는 청 매실이 달리는 청매, 붉은 꽃이 피는 홍매, 흰 꽃이 피는 백매가 있는데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면 이 세 종류의 매화나무를 모두 볼 수 있다. 벽을 뒤로 하고 피어 있는 홍매는 한 폭의 사군자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검은 가지에 하얀 꽃이 피어 고운 향기를 전해오는 매화는 예로부터 소나무, 대나무, 난과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꽃나무이다. 추위와 언 땅을 뚫고 나와 피는 꽃이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학문에 정진하는 깨끗한 기품을 보여주어 선비의 표상이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천 원짜리 지폐에 있는 성리학자 퇴계 이황은 매화를 사랑하여 매화시를 여러 편 남겼고, 70세에 돌아가시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였다고 한다.
차를 마실 때 따뜻한 녹차에 꽃봉오리를 띄우면 꽃이 활짝 피어 매화향이 그윽한 차를 마실 수 있다. 피어나는 꽃봉오리를 딸 수도 없어 주변을 맴돌며 쳐다보기만 했다.

매화, 그리고 차

경기도 안양에서 1년 정도 살았던 적이 있었다. 동네 길을 가던 중 ‘예절관’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어 찾아가보았다. 집에서 걸어가니 10분 정도 걸렸는데, 안내판이 있는 건물은 정원이 넓은 주택으로 대문이 열려 있었다. 꽃나무가 잘 정돈되어 심겨져 있었고, 잔디가 깔린 마당이 넓은 곳이었다. 원래 시장 공관이었는데 당시 안양 시장이 공관을 시민들에게 내어주며 만든 공간이라고 한다. 시민이나 유치원생,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예절교육을 진행하여 예의 바른 시민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두는 듯 했다. 나도 가정학을 전공하고 가정 선생을 한 경력이 있어 가정교육을 비롯해 기본예절이나 공중도덕, 바른 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예절관에서는 관혼상제 의례와 절하기, 인사하기, 한복입기 등의 기본예절을 공부하고 그에 따른 다례와 꽃꽂이 강습을 받았다. 예전에 다 해본 것이었지만, 재밌었다. 한 번씩 소학, 중용, 명심보감 등의 강의도 들었다. 다례茶禮 시간에는 주로 녹차 마시는 법으로 시작하여 말차 만들기, 다식과 다화 등을 두루 배웠다. 그 시절 함께 배운 동료 몇 명과 함께 ‘별밭다회’를 만들고, 봄가을 좋은 날을 잡아 찻자리를 열곤 한다.
매화 핀 봄날. 찻잔에 꽃봉오리 띄워 주던 팽주(烹主, 찻자리에서 차를 우려내는 사람)가 생각난다. 작품에서는 매화나무 아래 너럭바위 위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그렸다. 칠지도, 까치, 곡옥 등을 함께 그려 길상에 대한 염원의 마음을 담아보았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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