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㊷ 새해 벽사초복辟邪招福을 기원하며

<상평수복>, 2022, 순지에 분채, 봉채, 33×41㎝



임인년이라 호랑이를 주제로 삼아 작품을 그려보았다. 단짝인 희작喜鵲을 등장시켰으며 엽전문양의 상평통보를 그린 뒤 상평수복常平壽福이라 써넣었다. 2022년에는 호랑이가 코로나 역병疫病을 썩 물리쳐주기를.

글·그림 최천숙 작가


간밤에 눈이 내렸나보다. 창밖이 하얗다. 소복하게 쌓이진 않았지만 얼어붙은 땅이 환하게 빛났다. 잎이 다 떨어진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작은 삼각형을 이루며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눈 내린 앙상한 나뭇가지가 얼음으로 둘러져 있는 듯 했다.
테이블 위에 있는 임인년 새 달력을 보니 오늘이 1월 11일이다.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가 쳐지지 않은 것을 보니 집에서 푹 쉬어도 되겠다 싶다. 약속 시간 맞추느라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편한지….
어제 스타벅스에서 새로 사온 원두커피를 내리고 슈크림빵 하나만 접시에 담았다. 여기에 달걀 프라이, 사과, 귤이 들어간 샐러드가 아침 식사이다. 머그컵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창밖에서 무슨 물체가 떨어지는 것 같아 내다보았다. 밖은 온통 하얗고 조용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더니 둥근 해가 꿈틀거리며 떠오르고 오색 빛이 내려왔다. 눈 내린 땅이 보석을 깔아 놓은 듯 반짝였다. 큰 나무 꼭대기에 달린 까치집을 올려다보았다. 까치도 추워서 둥지 안에서 나오지 않는 눈치다.
“까치다!” 까치 한 마리가 깍 깍 울어대며 이리 저리 휘젓고 날아다니더니 흰 눈 위에서 무얼 찾는지 두리번거린다.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려다 인기척이 나면 날아갈 것 같아 멀찍이서 바라만 보았다. 햇빛 속에서 까치의 검은색 날개가 신비한 청록색으로 빛났다.

호랑이 기운에 힘입어 모두 상평수복하기를

북한산에서 검은 호랑이가 내려온다. 호랑이는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 속에서 함께 살아온 우리 민족과 친근한 동물이다. 강인하고 날쌘 몸놀림을 가진 맹수로서 동물의 왕이다. 지혜와 늠름한 기품을 가져 12간지 중 호랑이띠는 원기왕성하며 만인을 다스릴 통솔력과 재능을 타고 난다고 한다. 우리민족의 조상인 단군신화에서 곰과 함께 등장하고, 삼국시대 고분 벽화에서는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나온다.
산이 많은 한반도는 예로부터 호랑이가 많은 나라이며 그에 대한 이야기와 문화가 많아 호담국虎談國으로 불렸다고 한다. 사악한 잡귀를 물리치는 영물靈物로 새해 대문에 붙여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했다.
“옛날 옛적에~” 울며 보채는 어린아이에게 할머니는 곶감을 무서워했다는 호랑이 이야기, 착한 사람에게는 호랑이가 보은을 한다는 등 재미난 호랑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시대 민화에서는 양반의 횡포나 권력을 풍자하여 바보 멍청이 같은 해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산신도에서는 산신山神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고, 위엄과 용맹스러움으로 군기軍旗나 무관武官의 흉배에 그려졌다.
이후 현대에 이르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고 세시풍속, 민담, 민화 등에 등장하며 생활 속에서 함께 해왔다. 임인壬寅년 새해를 맞이하며 세화를 그려 설날에 현관에 걸어둘 예정이다. 설날에는 일을 쉬고 행동을 삼가야 한해를 잘 넘길 수 있다고 한다. 임인년이라 호랑이를 주제로 삼아 그려보았다. 단짝인 희작喜鵲을 등장시켰으며 엽전문양의 상평통보를 그린 뒤 상평수복常平壽福이라 써넣었다. 호랑이 얼굴을 위엄 있고 용맹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림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2022년에는 호랑이가 코로나 역병疫病을 썩 물리쳐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게 되고 모두 상평수복常平壽福하길 기도한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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