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㊴ 제주 이야기

<제주이야기>, 2021, 순지에 봉채, 분채, 호분, 40×60㎝



수호신인 한라산의 설문대할망과 돌하르방을 그리고, 바다를 보며 피어있는 문주란,
마라도의 바위틈에 핀 키 작은 노랑꽃, 귤나무를 배치했다.
현무암과 푸른 바다에는 물거품이 일고 새벽하늘에 오리온 별자리가 떴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창밖으로 보이는 별을 보다 잠이 들었다. 새벽에 흰 커튼을 뚫고 별이 내려와 눈을 떴다. 5시 30분. 문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커튼이 하늘거리고 별이 보였다. 눈을 비비고 유리문을 열고 베란다로 나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검푸른 하늘에 뜬 별이 총총히 빛났다. 10월, 가을날 새벽에 남쪽 하늘에 뜬 오리온 자리였다. 큰 별 작은 별이 모여 활을 쏘는 자세를 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사냥꾼 오리온이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쏜 화살을 맞고 죽어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었다고 한다. 동쪽하늘에서 동이 트는지 불그스레한 빛이 피어오르며 밀려온다. 회색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나 순식간에 하늘을 덮어 별이 묻혀버렸다.
제주에 있는 친구네 아파트에 와서 며칠을 보내고 있다.
아침에 물 한 잔 마시고 산책하러 나섰다. 현무암으로 쌓아 놓은 낮은 담 너머 귤밭이 보이고 조롱조롱 달린 귤이 익어가고 있다. 아침 공기가 상큼하고 신선한 바람이 살랑거렸다. 길가에 핀 작은 꽃들이 오므렸던 꽃잎을 조금씩 열어 활짝 피우고 있다. 국화꽃, 나팔꽃 모양을 한 작은 풀꽃이다. 담을 타고 덮으며 핀 ‘하늘타래’. 흰 꽃이 실타래처럼 생겼다. 열대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키 큰 야자수의 늘어진 잎이 춤을 춘다. 산길엔 억새와 버들강아지가 보송보송 피어있고 나무에 빨간 열매가 달려있다. 이른 봄부터 핀 민들레가 다시 작은 노랑꽃을 피우고 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설화를 한 폭에

멀리 또는 가까이에 한라산 설문대가 보인다. 설문대할망이 길게 누워있는 모습이다. 한라산을 베개 삼고 긴 머리를 위로 늘어뜨리고 하늘을 보며 누워있다. 산봉우리에 그려진 할망의 옆얼굴이 멀리서 보아도 선명하다. 제주에서는 태초에 탐라에서 키 크고 힘센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창제하였다는 구전설화가 전해져 온다. 해녀들을 보호해주고 부富를 가져다주는 당신堂神으로 해신당에서 모시고 있으며, <산신굿무가>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창조신 마고할미 대모신은 생산과 출산을 관장하는 신성한 존재이다. 이 제주도 창제에 얽힌 설화는 극장에서 연극으로 영상으로 공연되고 있다.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에 고 이건희 회장이 소장한 작품 몇 점을 기증했다고 한다. 그 중 <섶 섬이 보이는 풍경>이 있는데 이중섭이 서귀포에 살았을 때 그린 그림이다. 그의 그림 속에는 멀리 바다에 섶 섬이 보이고 서귀포의 집들이 그려져 있다. 우리는 섶 섬이 보이는 카페에서 햇빛을 받으며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하얀 물거품 같은 라떼를 마시고 있다. 그림 속의 섬과 똑같이 생긴 섶 섬을 바라보며 행복해한다.
수호신인 한라산의 설문대할망과 돌하르방을 그리고, 바다를 보며 피어있는 문주란, 마라도의 바위틈에 핀 키 작은 노랑꽃, 귤나무를 배치했다. 현무암과 푸른 바다에는 물거품이 일고 새벽하늘에 오리온 별자리가 떠있는 모습을 그려 소중한 이 시간을 담아보았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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