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㊳ 10월에 만난 국화

<혜명초충도(국화와 귀뚜라미)>, 2021, 순지에 분채, 봉채, 먹, 52×42㎝



국화는 여러해살이 화초로 매화, 난,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중의 하나이며 기품과 곧은 기상이 있다.
꽃이 아름다워 모란, 작약과 함께 삼가품三佳品에 속한다.
노란색의 기품 있는 대국, 실국화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가을날의 귀뚜라미를 그려
계절의 정취를 담아낸 초충도를 그려보았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동대구역 문을 나서니 음~ 국화꽃 향기.
광장에 꽃잔치가 열렸다. 음력 9월에 아버지 기제사가 있어 친정 가는 길이었다. 갈 길이 바쁘다고 해도 꽃바람에 실려 오는 그윽한 향기를 따라 갔다. 오방색의 크고 작은 국화가 모여 고운 자태를 보인다. 전시된 작품들은 꽃을 하나하나 따서 만든 누군가의 솜씨를 자랑한다. 아버지 손바닥만 한 노란 실국화가 받침대를 하고 우아하게 서 있고, 각색의 소국이 옹기종기 모여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龍을 만들었다. 나는 대형 꽃 태극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광장을 떠났다.

어느 가을날의 추억

대구 근교에 경산군과 청도군이 있는데 청도 매전중학교에 발령이 나서 근무하게 되었다. 공립학교의 경우 한 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하고 나면 다른 학교로 이동해야 하므로 경산 용성중학교에서 청도로 갔다. 청도는 산 고개를 넘어 가고 과수원이 많은 꽃피는 산골이었다.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학교로 갔다. 봄에는 과수원의 사과꽃, 배꽃, 복사꽃이 분홍 천지를 이루고 여름에는 못에 연꽃이 출렁이며 가을에는 집집마다 서있는 감나무 끝의 까치밥 달린 풍경을 보며 언제나 즐거웠다. 흰 눈 내린 겨울산에는 눈꽃이 피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차창 밖으로 감상하다보면 먼 출퇴근길이 멀지 않았다.
가을이 무르익을 때는 농업 선생님께서 정성껏 가꾸어 차려 놓은 국화분이 출근길을 환하게 해주었다. 매전중학교는 남녀공학으로 나는 여학생들에게 가정과 가사를 가르쳤고 남학생들은 농업 선생님께 기술과 농업을 배웠다.
그 선생님께선 가을이면 국화전시를 하셨다. 꽃을 직접 기르고 분재도 하며 가꾸어 1년 중 마지막에 피는 국화꽃으로 저무는 가을의 쓸쓸함을 덜어 주었다.

기품과 곧은 기상 겸비한 국화

국화는 여러해살이 화초로 매화, 난,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중의 하나이며 기품과 곧은 기상이 있다. 꽃이 아름다워 모란, 작약과 함께 삼가품三佳品에 속한다. 선비가 좋아하는 은자隱子의 풍모와 서리 내리는 추운 계절을 견디고 이겨내는 모습 때문에 절개와 충절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국화는 시詩와 그림의 제재가 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노란 꽃송이가 하늘빛을 받아 환하고
찬 서리 맞으며 홀로 피어 당당하다
맑은 향기 사방에 퍼져 덕을 베풀고
들국화 술에 띄워 근심을 잊으리
고결한 기품과 지조는 선비의 표상이라
정신을 잘 길러 도道를 찾으리

국화와 만난 지난날을 추억하며 올해도 국화꽃 축제를 찾아 볼 예정이다. 작품에는 노란색의 기품 있는 대국, 실국화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가을날의 귀뚜라미를 그려 계절의 정취를 담아낸 초충도를 그려보았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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