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㊲ 맨드라미와 매미

<혜명 초충도(맨드라미와 매미)>, 2021, 한지에 분채, 봉채, 먹, 53×42㎝



벼슬길에 잇다라 승진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의 맨드라미, 선비들의 본보기가 된 매미, 그리고 바위를 익선관 모양으로 그려보았다. 익선관을 쓸 인물이 무지개 타고 내려오길 기원하며.

글·그림 최천숙 작가


오덕을 지닌 매미

한여름 밤에 매미 소리 들린다. 작은 바람이라도 들어오라고 창문을 열어 두었더니 “찌르르 맴맴” 수컷 매미가 암컷 찾는 울음소리가 요란하다. 열대야로 밤에도 햇빛 강한 낮에도 짝을 부른다. 매미의 긴 금빛 날개는 부드럽게 몸을 덮고 있다.
매미에게 오덕五德이 있다고 하여 조선시대 선비들이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첫째, 매미는 머리에 반문斑紋이 있으니 학문(문文)이 있고, 둘째, 이슬만 먹고 사니 맑음(청淸)이 있고, 셋째, 사람이 가꿔 놓은 곡식이나 채소를 훔쳐 먹지 않으니 염치(염廉)가 있고, 넷째,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을 짓고 살지 않으니 검소(검儉)하고, 다섯째, 자기가 사는 계절을 지키며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있으니 신의(신信)를 갖췄다고 보았다.
조선시대 임금은 익선관翼善冠을 머리에 쓰고 신하는 사모紗帽를 썼는데 익선관에는 매미의 날개가 위로, 사모는 날개가 좌우로 달려있다. 모두 매미의 오덕五德을 본받기 위함이다. 요즘 오후 비슷한 시간에 소나기처럼 비가 쏟아지다 그치기를 자주 하니 ‘무지개’가 떴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크게 반원을 그리며 오색의 쌍무지개가 구름다리를 만들어 신비로웠다. 옛날 말에 무지개에서는 자리에 큰 인물이 난다고 하여 무지개 꿈을 꾼 임산부는 태교를 잘하였다. 큰 인물이 나와 나라를 잘 다스려 국민이 안정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반석위에 올려 세계 속에서 우뚝 선 대한민국을 이루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원한다.

맨드라미, 잇단 승진을 축원

산책을 하고 들어오다 어느 동 아파트 화단 앞에 꽈리랑 맨드라미를 일렬로 심어 놓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꽈리는 꽃이 핀 후 꽃받침이 자라 주머니 모양으로 열매를 둘러싼다. 어린 시절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서 조심스레 씨를 빼내고 입에 넣어 꽈리를 불어본 추억이 있어 반가웠다. 소나기 온 뒤여서 그런지 쓰러져 꺾인 작은 맨드라미 꽃을 주워 왔다. 원래 꽃을 아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모양을 제대로 알기 위해 사진도 찍고 관찰하는 습관이 들었다. 맨드라미꽃을 화병에 꽂아 두고 스케치를 한다. 꽃이 수탉의 볏처럼 생겼다고 계관화鷄冠花라고도 하는데 꼬불꼬불한 모양이 생각보다 그리기가 쉽지 않다. 나는 맨드라미가 지닌 붉은 색, 민화에서 상징하는 ‘벼슬’이란 의미, 꽃말 ‘열정’을 좋아한다. 하늘을 향해 곧추 세워진 줄기도 특이하다.
꽃을 짓찧어 만든 붉은 색으로 바탕색을 칠해볼까? 달떡에 꽃을 뿌려 화전을 부치고, 찻물에 띄워 티타임을 가져볼까? 맨드라미는 ‘벼슬길에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다.
맨드라미를 닭과 함께 그린 그림은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 하여 ‘벼슬길에서 잇달아 승진’하기를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래 전 조자용 기념 사업회에서 주최하는 제1회 대갈문화축제 현대 민화 공모전에 맨드라미를 그린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맨드라미와 봉황의 볏, 사모紗帽를 그려 제목을 ‘벼슬’이라 하고 개인적으로 ‘진급’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혜명 초충도’를 다섯 점째 그리며 맨드라미와 매미를 쓰고 바위를 익선관 모양으로 그렸다. 익선관을 쓸 인물이 무지개 타고 내려오길 기원하며….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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