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㉞ 오월의 작약

<초충도(작약과 장수풍뎅이)>, 2021, 순지에 분채, 채색물감, 50×40㎝



부귀영화를 뜻하는 모란, 청순이라는 꽃말을 지닌 동시에
약재로 즐겨쓰이는 작약을 함께 그려 사랑과 건강을 염원하는 초충도를 그려보았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푸른 오월. 흰 구름 떠다니는 하늘에서 따뜻한 햇볕이 내려와 꽃이 피어난다. 기와가 올려진 흙담 아래 작약이 피어있다. 분홍빛 흰색 꽃이 두 손 모아 올린 함지박 모양이다. 향기를 맡고 싶어 얼굴을 가까이 대니 소담스런 담홍색 수술에 벌이 앉아 꿀을 빨고 있었다. 꽃은 은은한 향기를 내뿜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작약은 모란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산지에 피었던 꽃으로 크고 탐스러워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모란과 작약은 모양이 닮아서인지 외국어로는 둘 다 ‘피어니(Peony)’라고 칭한다. 모란은 나무에서 자라고 작약은 다년초로 풀에서 자란다. 둘은 접목 교배를 하여 서로 닮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작약의 뿌리는 약재로 쓰이는데 작약감초 탕은 두통, 해열, 이뇨, 보혈에 좋다. 그리스 신화에서도 의사를 뜻하는 ‘Paeon’이 Peony로부터 유래했다고 하니 동서양에서 모두 작약의 약효성을 인정하나보다. 그래서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수호부적’으로도 쓰인다.

꽃송이에 깃든 추억과 사랑

나의 친정집 화단은 오월이 되면 모란꽃 마당이 되었다.
자주빛 모란이 나무 둥치에 비해 큰 꽃을 가득 피워 아름다웠다. 꽃이 피면 행여나 꽃잎이 금세 질세라 부모님과 손잡고 사진도 찍고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를 외워 보기도 했다. 꽃을 좋아하셔서 늘 꽃을 심고 가꾸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동백도, 자주색 모란도 더 이상 피지 않았다. 작약을 보니 모란이 떠올라 나의 아버지가 그리워진다.
우리 그림 민화에는 모란이 많이 그려져 있다. 모란은 부귀富貴를 상징하므로 궁궐이나 사대부 집안에 있었다면 작약은 초본이라 산지에 피어 민가에서 사랑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란은 크고 화려하여 부귀영화를 상징하지만, 작약은 순수하고 수줍어 보이기에 꽃말이 ‘청순’이다. 모란과 작약에 대해 다음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왕자는 나라를 지키러
전쟁터로 떠나가고 왕자를
사랑한 공주는 돌아오지 않는
님을 찾으러 떠났다.
왕자가 전사한 자리에는
붉은 모란꽃이 피어 있었고
공주를 떠올리며 죽어간 님을 따라
공주도 그의 옆에 누워 눈을 감았다.
공주의 혼은 작약이 되어
모란꽃 옆에 청순한
모습으로 피어났다.


사랑하는 님을 따라간 공주는 모란과 작약으로 해마다 피고 진다는 이야기다.
작품에는 초본 식물인 작약, 번식을 위한 벌과 나비, 장수를 상징하는 바위와 장수풍뎅이를 그려 넣어 깊은 사랑을 전하고 건강을 염원해본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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