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㉝ 양귀비 사랑

<초충도(양귀비와 여치)>, 2021, 한지에 분채, 50×40㎝


양귀비꽃은 중국 당나라 현종이 사랑한 양귀비처럼 아름다운 꽃이다.
나만의 초충도를 그리며 신비스러운 양귀비꽃과 장수를 상징하는 바위틈에 핀 패랭이 꽃,
부부금슬과 다복多福을 상징하는 여치를 넣어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소원하였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봄날은 꽃이 피고 피어 화사하다. 명동 신세계 백화점 앞 광장에 튤립이 피어 꽃동산이 되었다. 청동 조각물과 함께 유럽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롯데백화점 앞 길가 작은 화단에 무지개 색깔이 모두 들어간 꽃이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빨강, 노랑, 하양 양귀비꽃이 노란 수술을 드러내고 활짝 피었다. 보라, 파란색의 키 작은 꽃들 사이에 줄기에 털이 복숭한 양귀비가 꽃봉오리를 올망졸망 달고 피고 지고 있었다. 활짝 핀 꽃과 고개 숙인 꽃봉오리, 꽃잎이 떨어진 열매가 함께 있었다. 양귀비꽃은 중국 당나라 현종의 애비愛妃인 양귀비楊貴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깃든 화청지

몇 년 전에 중국 산시성에 있는 고도古都 서안을 여행하여 현종과 양귀비가 즐겨 찾은 휴양지인 ‘화청지華淸池’를 관광하였다. 양귀비가 수려한 풍경의 여산 기슭에 질이 좋은 온천수가 샘솟는 화청지에 화청궁을 지어 겨울을 보낸 곳이다. 양귀비가 온천욕을 즐긴 해당탕海棠湯,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눈 연꽃 모양의 연화蓮花탕 등이 있으며 흰 대리석으로 만든 양귀비 상이 파리 루브르박물관의 비너스 상과 비슷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곳곳의 석류나무에 꽃이 피어 있었는데 1300년 된 석류나무에는 현종이 양귀비의 미모와 건강을 위해 한 알씩 따서 먹여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화청지 입구에는 모택동이 친필로 쓴 ‘장한가長恨歌’가 대리석에 새겨져 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백낙천)가 양귀비와 당 현종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쓴 대 서사시이다. 현종이 죽은 50년 뒤 806년에 지은 장편 시로 경국의 미인 양귀비의 짧은 생애와 현종의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며 펼치는 사랑과 비극을 읊었다.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석 장생전에서
夜半無人和語時
한밤중 남몰래 속삭인 말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선 연리지가 되기를 바라노라
天長地久有時盡
끝없는 천지라도 다할 때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이들의 한은 이어져서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
– ‘장한가’중

* 비익조 : 암수가 각각 눈과 날개가 하나뿐이라 둘이 함께라야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전설의 새
* 연리지 :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붙어 한 몸이 된 나무



화청지 뒤에 있는 여산과 못, 화청궁을 야외무대로 하여 중국식 대형 오페라 공연 ‘장한가’를 관람했다. 현종과 양귀비의 만남과 이별, 사후 하늘에서 선녀가 된 양귀비와 만나 둘의 사랑을 이어가는 내용이다. 화려하고 장엄한 야외공연이었다. 연인들의 영원한 사랑을 읊은 시로 이보다 더한 사랑의 시는 없을 것이다.
나의 초충도를 그리며 아름답고 신비스런 양귀비꽃과 장수를 상징하는 바위틈에 핀 패랭이 꽃, 부부금슬과 다복多福을 상징하는 여치를 넣어 영원한 사랑과 행복을 소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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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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