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㉓ 손자를 기다리며

자손을 바라고, 사랑하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다. 민화에서도 씨가 많은 야채나 과일 등 다산과 득남을 상징하는 도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손자를 기다리는 친구를 위해 민화 속 길상의 의미를 지닌 소재들을 한데 모아 작품을 그려보았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오랜 역사 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꿈과 사랑

돼지 새끼 세 마리가 따라오는 꿈을 꾸었더니… 딸이 결혼한 지 6개월 만에 임신 소식을 들려주었다. 혼자는 외로우니 형제를 두면 좋겠다고 하더니 둘째를 가졌다. 사위가 “아들이 둘이니 딸도 있으면 좋겠지요”하더니 셋째를 가졌다. 나는 2년씩 터울을 둔 외손자 셋을 보았다. 둘째가 태어나고 한 달 보름 뒤에 친손녀를 보아 손자가 네 명이 되었다.
딸이 직장을 다니며 아이 셋을 키우느라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가 총출동 하여 정성을 다하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 손자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기도한다. 아들과 딸이 결혼했을 때 내가 그린 민화를 2점씩 혼수로 주었다. <호작도虎舃圖>와 <화조도花鳥圖>였다.
<호작도>는 호랑이와 까치를 그린 그림으로 새해에 집으로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기쁜 소식, 즉 복福이 들어오라는 것이고 <화조도>는 열매가 달린 석류나무와 암수 두 마리 새가 있는 그림으로 씨가 많은 석류는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호작도>는 현관에 걸고 <화조도>는 안방에 걸어 두라고 했다.
할머니로부터 어머니, 또 어머니가 나에게 해주신 먼 옛날이야기들을 나도 자녀들에게 이야기해주며 지내왔다. 민화는 길상화吉相畵라 이렇게 좋은 뜻을 가졌으니 잘 걸어 두라며 그림을 선물 했더니 미신이라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좋다고 믿으면 이루어질 것이다.
오천년 이상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각 시대별 종교나 사상이 있었겠지만 그 오랜 세월을 지내오며 구전으로 이어지는 동안 우리 민족의 생활상과 정서가 가장 잘 반영된 한국적인 그림이 민화이다.
시대나 지배계층에 따라 사상과 가치도 변화를 거듭하며 이어져 왔고 과학기술도 발달했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종교가 갖는 의미는 크다. 민간신앙도 삶 속에서 이어져 오고 있다.

친구의 염원이 이루어지길 기도하며

친구가 자녀가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손자를 못 본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의 전통 혼례복에는 부富, 귀貴, 다자多子라는 글귀가 많이 쓰여 있다. 자손 얻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민화에서도 다산多産과 득남得男을 상징하는 그림이 많이 있다. 석류, 수박, 참외 등 씨가 많은 과일과 가지, 오이 같은 채소류 그리고 알을 많이 낳는 물고기류와 물총새. 연꽃, 수선화, 난초, 나리꽃, 원추리 등이 있다.
득자녀得子女를 염원하는 그림을 그려 친구에게 선물하면 좋아하겠다 생각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알이 박힌 석류와 여의如意한 감을 넣고 부귀富貴를 상징하는 모란, 장수長壽 바위에는 연꽃과 자손만대 영화가 이어지라는 의미로 덩굴무늬를 넣었다.


최천숙ㅣ작가(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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