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㉒ 동백꽃이 피면

동백꽃을 볼 때마다 동백꽃을 유난히 아끼셨던 아버지 생각이 난다.
꿈속에서 뵈었던 아버지는 젊은 날의 모습으로 행복한 꽃놀이를 떠나는 모습이었다.

글·그림 최천숙 작가


멀리 보이는 화단에서 붉은빛이 보이길래 ‘무슨 꽃이 피었나?’ 싶어 집으로 들어가려다 뒤돌아 화단으로 뛰어 갔다. 노란 수술 같은 산수유랑 향기로운 매화도 지고 잎이 나는데…. 나는 평소에도 꽃을 좋아해 꽃을 따라다닌다. 키가 1m도 안 되는 동백나무가 몇 그루 모여 심겨져 있었는데 꽃이 피기 전에는 무심코 지나다녔다. 붉은 동백꽃이 무성한 잎 위로 올망졸망 피어있다. 꽃잎은 겹겹이 겹친 동그란 모양이었다. 꽃이 다 피면 열 겹도 될 것 같았다. 남쪽 바다 근처의 섬이나 언덕, 산에 피는 야생 동백과는 다른 모양이다.

동백꽃을 사랑하신 아버지

겹동백을 보면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생각이 절로 난다. 친정집 화단에도 큰 동백나무가 있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께서는 전근 다니실 때마다 동백나무를 옮기며 소중히 키우셨다. 꽃과 새를 좋아하고 예술적 소양이 많았던 아버지는 이사를 다닐 때 마다 제일 먼저 꽃나무를 챙기셨다. 꽃은 연분홍 겹꽃으로 층층이 꽃잎이 있고 가운데에는 연노랑 수술이 박혀있다. 활짝 핀 꽃은 손바닥만 한데 그 화사함이 눈부셨다. 우리 집 동백나무는 해마다 마당에서 꽃을 피웠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결혼 후 한 번씩 친정에서 본 동백나무는 키도 나보다 훨씬 크고 꽃도 많이 달려 아름다웠다. 꽃이 떨어질 때는 꽃송이 통째로 떨어져, 수반에 띄우면 며칠을 더 볼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니 동백나무도 같이 따라 갔는지 더 이상 새봄 마다 꽃을 피우지 않았다. 언젠가 우리 집에 옮겨 심고 아버지 보듯 하려 했는데….
나는 아버지 임종을 보지 못했다. 연락을 받고 서울서 내려가는 중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두고두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남았다. 아버지의 감은 눈에는 눈물이 흘러, 볼에 한 줄기 눈물자국이 남아있었다. 한줄기 눈물의 뜻을 헤아려 보며 나는 아버지 손목에 백두산 여행 갔을 때 샀던 그곳 나무로 만든 염주를 끼워 드렸다. 아버지께서 태극기에 감싸여 화장火葬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편안하게 가시기를 기도 드렸다. 꿈속에서 아버지는 젊은 날의 모습으로 꽃놀이 간다며 춤추듯 꽃잎을 뿌리고 계셨다. 꽃을 좋아하신 아버지는 뚝뚝 떨어진 동백꽃을 밟고 가슴에 분홍꽃을 한아름 안고 가셨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동백꽃이다. 동백꽃은 고귀高貴와 사랑을 상징하여 그 의미가 상통하도록 화려한 꼬리와 아름다운 기품氣品을 자랑하는 공작을 그려 넣었다. 바위에 연화화생을 의미하는 연꽃을 그리고, 연속성을 뜻하는 덩굴무늬를 더해 자손의 번성과 복이 영원히 이어지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최천숙ㅣ작가

(사)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 (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사)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이다.
저서로 수필집 《내가 행복할 때 그대는》이 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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