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⑯ 리옹에서 어린 왕자를 만나다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가 11월 5일부터 11월 12일까지 <2019 한국민화아트페스티발>이란 제목으로 팔레 드 봉디(Palais De Bondy) 대형 시립 전시관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참여작가로서 프랑스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와 더불어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리옹(Lyon)은 프랑스의 남동부에 있는 론(Le Rhone)강과 손(La Saone)강의 합류 지점에 있는 로마의 식민도시로 2천년 이상 지속되어 온 도시이다.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이며 예술, 건축, 요리, 실크로 유명하다. 리옹 구시가지(Vieux Lyon)는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지하철을 타고 리옹 시내 중심에 있는 벨쿠르 광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민화 전시회를 후원한 <한불교류협회>의 회장이 관광지를 안내했다. 그는 전시 기간 내내 민화 전시장을 돌보고 지켜주었고 내일 새벽에 떠날 우리를 위해 안내를 자청하기까지 했다.
벨쿠르 광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중앙에는 말을 탄 루이 14세의 동상이 위엄 있게 서 있었다. 절대왕정으로 태양왕이라 불린 17C의 프랑스를 통치하고 예술을 사랑한 황제였다. 그가 지은 베르사유 궁전은 해마다 어마어마한 수의 세계 관광객들이 모여들 정도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광장의 서쪽 마로니에 가로수 사이에 우뚝 솟은 흰 대리석 기둥이 보였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어린왕자’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기둥 꼭대기에 조종사 복장을 한 셍텍쥐페리와 어린왕자가 함께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학이 담긴 아름다운 동화 《어린왕자》의 저자 셍텍쥐페리는 비행사이며 작가이고 미술학교를 다녔으며 건축공부도 했다고 한다. 옛 프랑스 50프랑 지폐에 얼굴이 찍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금발머리 어린왕자는 어디에서 만나도 반갑고 사랑스런 아이였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리옹은 온통 녹색의 평야였다. 가을이 아니라 봄빛이었다. 황금빛 들판이었으면 어린왕자를 떠올렸을 텐데…. 《어린왕자》에 들어있는 삽화는 작가 자신이 그린 것으로 아름답고 독특한 시적세계를 이룬다. 반짝이는 별 아래 어린왕자와 빨간 장미, 여우가 그려진 에코백을 사서 매고 다녔다. 갑작스런 만남이었지만 어린왕자를 보게 되니 가슴이 뛰고, 오늘은 이곳만 보아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셍텍쥐페리는 어린왕자와 함께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다 백조가 떠다니는 안시 호수를 지나 별을 따라 하늘 속으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으로 봐야 더 잘 보여.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어린 왕자가 속삭였듯이 말이다.

프랑스에서 민화를 알리다

한국민화국제교류협회가 해외에서 2008년부터 민화 전시회를 시작하여 12회째 하고 있으며 이곳 프랑스에서는 파리에서 3회, 리옹에서 3회째 하고 올해에는 11월 5일부터 11월 12일까지 <2019 한국민화아트페스티발>이란 제목으로 팔레 드 봉디(Palais De Bondy) 대형 시립 전시관에서 전시를 개최했다. 부스 개인전 9명을 포함해 총 70여명의 민화작가들이 참여했고 현지의 성인과 한글학교 어린이들과 함께 민화 체험행사를 하며 한국의 민화를 알리기 위해 힘썼다. 또한 강연을 통해 그들이 민화에 들어있는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느끼고 한국민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프랑스와의 이러한 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게 되었으면 했다.
올해에는 나도 프랑스로 함께 가서 단체전에 참여하고, 아를(ARLES)에서 고흐, 니스(NICE)에서는 피카소, 마티스, 샤갈 미술관을 다녀왔다. 민화작가들이 많은 경험을 했기에 앞으로 창작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나는 족자로 된 그림을 걸고 옆에 <백사대길도(百事大吉圖)>란 제목을 붙였다. 백사百事는 백합, 대길大吉은 큰 귤과 발음이 비슷하여 백합꽃과 큰 귤을 그리고 백사대길이라 한 것이다. 거기에 두 손으로 받든 여의주를 ‘감’으로 상징하여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성취하는 큰 행운이 따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민화의 특성을 문화와 가치, 종교와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으나 행복을 소망하는 인간의 본질이 같다는 점만 파악하면 이해가 더욱 수월하다는 점에서 민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냥 보기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겠다.


글·그림 최천숙((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가문학가협회 이사)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