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 ⑮ 신 장생도 新 長生圖

민화는 우리의 전통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그림이다. 세화로써 집안 장식으로
길상과 벽사의 의미로 그려지고 도자기나 생활용품에도 사용되었다. 그 시대의 종교, 가치관,
정서,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는 그림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전통을 바탕으로 현대적 요소를 담아
길상을 전하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오늘도 책상에 놓인 문방사우를 보며 열의를 북돋운다.


인사동 수운회관 건물에는 수필문학사와 (사)한국민화협회 사무실이 있고 종로 오피스텔에는 화실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인사동에 방문한다. 수많은 갤러리에서는 전시회가 열리고 전통 문화의 거리답게 골동품, 수예품, 문방사우, 미술도구, 장식품, 한복집, 전통음식점, 찻집 등이 있어 해외여행자들이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경험하고자 이곳으로 많이 오기도 한다.
나는 이곳에서 자그마한 연적을 몇 점 사서 모아 두었다.
게 모양, 복숭아, 해태, 바둑판 등 모양도 다양하다. 그리고 녹차, 보이차, 다기, 다식 접시, 수예품으로는 복주머니, 수저집, 안경집, 댕기, 목침, 사주보 등도 사 모은다. 전통 물건에 그려진 그림은 모두 길상吉相 무늬이다. 연꽃, 모란, 국화, 패랭이꽃, 나비, 벌, 원앙, 새, 십장생(해, 달, 산, 바위, 물, 거북, 학, 사슴, 소나무, 불로초) 등으로 수壽, 복福, 강康, 령寜, 부富, 귀貴, 다多, 남男을 염원한다.
민화를 그리면서 그림도구를 사기 위해 인사동을 더욱 자주 들리게 되었다. 한지마트에 들어가 가장 큰 한지를 두 장 샀다. 창작대작전에 참가할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이다. 대작은 100호 이상 되어야한다. 국산한지로 닥이 많이 들어간 좋은 것으로 달라고 했다. 좋은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는 좋은 도구도 필요하다. 민화에는 먹을 많이 쓰는데 벼루에다 연적에 담긴 물을 부어 먹을 갈아 쓰기도 하지만 편리하게 먹물을 사서 쓰기도 한다.

문방사우로 마음을 다잡으며

붓글씨를 배울 때 종이, 붓, 벼루, 먹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모두 갖추어 두었으나 민화를 그리면서 채색물감과 파레트를 더하게 되었다. 문방사우는 선비들이 시조를 읊고 문인화를 그리며 글을 쓰며 주로 사용하였지만 현대에는 모든 사람이 공부하며 문구류를 곁에 두고 있다. 민화를 하면서 문방사우를 늘 곁에 두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좋은 작품이 탄생하길 소망하며 밤을 샌다.
게 모양 연적에 산책 뒤에 살짝 꺾은 작은 들꽃을 양쪽 구멍에 꽂아 두었는데 어느새 꽃이 노랗게 말랐다. 한지 위에 세필로 먹을 찍어 형태를 그리고 중필과 대필을 사용하여 채색과 바림을 한 후 덧선을 그리고 완성하여 낙관을 찍고 마감한다. 낙관으로는 성명인과 아호인이 있고 박쥐문양의 초형인을 갖고 있다. 붉은 나무로 만든 매화꽃 문양과 박쥐 문양 초형인을 비교하다가 복福을 상징하는 박쥐 문양을 선택했다.
이번 시간에 선보이는 작품은 장생도이다. 장생도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소재로 그린 세화歲畵나 축수祝壽용 그림으로 궁중에서는 병풍 등으로 장식했고 조선 후기에는 민간에서도 회갑, 은혼식 등에 사용했다. 하늘엔 해, 구름, 학을, 땅엔 산, 바위, 나무, 불로초, 사슴, 물에는 거북이를 그려 넣고 <신 장생도 新 長生圖>라 제목 붙였다. 궁중 화원들의 그림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구성은 아니지만 정성스레 완성하여 소형 액자에 담으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한다.


글·그림 최천숙((사)한국민화협회 해외조직팀 이사, 한국수필가문학가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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