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⑨ 벚꽃 그늘 아래

봄 햇살이 앙상한 가지를 어루만지며 벚꽃을 수놓았다.
달빛에 반짝이고, 여린 꽃잎이 눈처럼 떨어지는 풍경 속에서 연인들의 사랑도 활짝 피어난다.
꿈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벚꽃길을 그려보았다.


화창한 봄날
연분홍 보랏빛 벚꽃 그늘 아래에서
봄빛을 즐기는 연인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 보았다.

이 화창한 봄날에 봄빛을 쏘이고, 봄의 소리를 들으러 산책을 나섰다. 마른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꽃망울이 옹기종기 달려있더니 어느날 망울이 터지며 꽃나무가 되었다. 환한 꽃길을 거닐며 분홍, 보랏빛을 머금은 벚꽃 그늘 아래에서 꿈을 꾸는 듯 아름다움에 빠졌다. 천국의 빛깔이 이러하리라. 흰 꽃잎과 분홍 수술이 모여 뿜어내는 연보라 빛깔이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지…. 벚꽃나무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하늘이 꽃으로 메워져 있다. 겨울을 넘긴 나뭇가지에 작은 꽃들이 몽실몽실 덩이를 이루며 총총히 달려있다. 잎도 없는 앙상한 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들로 메워져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다. 봄날의 화려함은 벚나무로 시작하나보다. 벚꽃은 밤에 보면 더 아름답다. 가로등 불빛에 비친 꽃나무 길은, 꿈길인양 몽환적이다. 그 길을 남녀가 함께 거닐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으리라. 벚꽃 향이 매화 향처럼 진하다면, 그 향에 취해 쓰러져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긴 벚꽃 가로수의 향이 은은하다. 바람이 살랑 분다. 여린 꽃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져 바람에 실려 춤을 춘다. 봄날에 눈이 내린다. 꽃눈이 소리 없이 내려온다. 꽃눈을 맞으러 벚나무 가로수 길을 걸어간다. 매화같이 진한 향은 아니지만 그 화려함에 취해 버렸다. 머리 위에, 어깨 위에 눈이 날린다. 꽃잎에 묻혀 버렸다.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더니 여린 꽃잎이 한 잎 한 잎 다 떨어져버리고 분홍 수술만 남겨져 달려있다. 그 화사함은 순간에 지나가 버렸다. 벚꽃은 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눈처럼 날리며 떨어져, 바람 따라 흐르다 사라진다. 나무 아래 도로 귀퉁이에 쌓였던 꽃무덤이 거친 봄바람에 실려 흩어져 날린다. 꿈처럼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허무하고 애틋하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 잎이 가득 피어나고, 둥글납작한 잎이 단풍들고 검붉은 열매가 맺히고, 꽃을 그리워하다 눈꽃을 보며, 다시 꽃 피는 새 봄을 맞이한다.
환圜을 그리며 순환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인간도 자연임을 생각해 본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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