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⑧ 행복한 새해맞이

과거 선조들은 대문에 까치호랑이 그림이나 입춘대길 문구를 붙이며 새해를 맞이했다.
시대도, 풍속도 변했지만 새로운 봄을 맞는 설렘은 한결같은 법. 올 한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현관 근처에 걸어두었다.


어느새 추운 겨울이 지나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 입춘은 음력으로 24절기 중 처음으로 맞는 절기로 봄의 시작 즉 한해의 시작을 의미한다. 일제 강점기부터 태양력을 기준으로 하는 양력을 쓰기 시작 하였으나 그전의 전통 사회에서는 음력을 사용했다.
입춘기도를 드리러 국방부 원광사에 다닌지 3일째 되는 마지막날 입춘축立春祝을 받아왔다. 예전에는 대문 한쪽에는 ‘까치호랑이’를, 다른 한쪽에는 ‘입춘대길’을 붙이고 새해에 액운을 막아내고 행운이 들어오길 기원했다. 요즘은 입춘을 맞이하는 집도 드물지만 나는 아파트 현관 안쪽 문에 ‘立春大吉’, ‘建陽多慶’을 입入자 모양으로 부쳐두었다.
설날은 한해의 첫날인 음력 1월 1일. 양력으로는 2월 5일로 음력과 양력이 1달 남짓 차이가 난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명절인 설은 새해 첫 달 첫날로 한해 처음으로 맞이하는 명절이다. 설을 쇨 때 마다 1살을 먹음으로 ‘살’이 ‘설’로 바뀌었다는 말도 있다.
올해는 12간지 중 마지막에 있는 황금돼지 기해년이다. 돼지띠는 천수天壽라 하여 수명이 길다고도 한다. 예전에는 대가족이 한 마을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설날에 큰집에서 차례 지내고 집안 친척들께 세배 드리고 윷놀이도 하며 보냈지만 요즘에는 핵가족 시대로 친척들이 각지에 흩어져 살기 때문에 직계가족만 모여 설을 쇤다. 설날전후 휴일을 이용하여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여행지에서 설맞이 하는 가족들이 많아졌다. 관모여제도를 펼쳐놓고 차례를 지낼 수도 있겠다. 효孝를 행하는 것은 미풍양속이고 인간의 도리이니 형식도 중요하나 형편에 맞게 마음으로 조상을 기리면 될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풍속도 변화하고 가치관도 변화하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는 한 끈으로 이어져있다. 과거의 전통을 이어 받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현재에 맞는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더욱 발전적인 미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수복강녕의 소망을 담아

새해에 집안에 복福이 들어오는 그림을 걸어 두고 싶었다. 예전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 조선 궁중화 민화걸작 전시회에 갔다가 붉은 바탕에 감색 띠를 두른 비단 천에 ‘수壽’ 자가 수놓인 <자수壽자문침장>을 보고 그림으로 그려 보았다. 처음에는 ‘壽’ 글자를 모란꽃이 핀 나무로 표현 했는데 그 속에 박쥐 4마리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모란꽃 사이에 숨어있는 것처럼 꽃과 비슷한 색으로 새겨져 있어 알아보기 어려웠다. 모란꽃은 자주색, 흰색, 노랑, 분홍색으로 칠하고 잘 보이지 않는 박쥐를 금색으로 칠하여 눈에 띠게 하였다.
박쥐는 복福을 상징하는데 이는 박쥐의 한자음 ‘편복蝙蝠’의 복이 ‘복福’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쥐 문양은 의복, 복주머니, 별전, 문자도 등에 애용되었다.
동전 모양의 원 안에 ‘수壽’, ‘복福’, ‘강康’, ‘녕寜’을 그려 넣고, 화제를 <수복도>라 했다. <수복도> 액자를 찾아 유리를 닦고, 현관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반듯하게 걸어두며 모두가 수복강녕壽福康寧하기를 빌어본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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