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천숙 작가의 민화에세이⑥ 우리 집 책거리

예부터 민중들은 소망과 행복을 염원하며 책거리를 즐겨 그렸다.
이번 호에서는 집안의 보물과 소중한 염원을 담아 그려낸 책거리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집에 배치된 장식물을 보면 집안의 면모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필자의 집 거실에는 삼정도三精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군인이 장군이 되면 대통령이 삼정도를 수여한다. 육陸, 해海, 공空 3군이 일치하여 호국, 통일, 번영의 3가지 정신을 달성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소위로 임관하며 “이 생명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를 되새기며 장군으로 진급하는 그 순간의 영광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진급 신고식에는 내조의 공이 크다 하여 부인이 함께 동반한다. 양쪽 어깨에 별 계급장을 달아 주는데 한쪽은 참모총장이, 다른 한쪽은 부인이 달아준다. 남편이 키가 커서 까치발을 하고 빛나는 계급장을 떨리는 손으로 달아 주었다. 요즘은 삼정검에 ‘必死則生 必生則死’란 이순신 장군의 명문구가 새겨져 있다. 삼정도를 받아들며 나라에 ‘충성’, 전투에 ‘승리’를 다짐한다. 아직 승리의 ‘통일’을 이루지 못했으니 삼정도의 정신을 새기고 매진해야 할 것이다.

집안의 풍경에 염원을 덧입히다

필자가 그린 <우리 집 책거리> 속에는 가보家寶인 삼정도와 소장으로 진급하여 사단장에 보한다는 대통령 임명장을 그려 넣었다. 책가가 있는 책가도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책거리를 그려 보려고 우선 조선시대 책거리 속의 책을 배치하고, 선비의 상징인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넣어 문무文武를 겸비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화병에는 삼정도와 어울리는 ‘충忠’자를 표범무늬를 넣어 그렸다. 화병에 담은 꽃은 맨드라미인데 이 꽃은 벼슬을 상징하므로 내가 즐겨 그렸던 꽃이다. 자손이 번성하길 바라며 씨가 꼭꼭 박힌 석류도 넣었다. 다례茶禮를 공부하며 녹차를 마시다가 찻물 온도를 맞추어 우려내기가 비교적 쉬운 보이차를 마시며 차담茶談을 나누던 기억을 떠올려 다구도 그렸다. 보이차는 주사朱沙로 만든 작은 주전자에 뜨거운 물로 자주 우려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좋다. 찻잔에 피어오르는 운무를 감상하며 오감으로 차의 색, 향기, 맛, 소리, 촉감을 느낀다. 다례를 시작할 때 향을 피우기도 하는데 냄새를 제거하기 위함도 있으나 구도자의 수양 정진의 의미로 향로에 향을 피운다. 차를 의식과 절차에 따라 구도하는 기분으로 조용히 해야하므로 차는 혼자 마시는 것이 제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다도茶道라고도 하나보다. 요즘의 차 문화와는 거리가 있다. 작품 속의 향로는 백제금동대향로이다. 불교의 연화화생에 의한 조형원리로 만들어져 연꽃과 용, 산에는 신선과 동물들이 조각되어 있다. 뚜껑에 천하가 태평할 때 세상에 나타난다는 봉황이 날개를 펴고 앉아있다. 신선이 노니는 이상세계를 꿈꾸는 백제인의 정신세계를 보여주는 유물이다. 우리 집에도 동으로 만든 모조품이 기념품으로 장식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 집 책거리> 작품을 통해 문무를 겸비하여 국가를 보위하고 번영된 사회를 이루는데 이바지하며, 장수, 자손의 행복, 평화, 연화화생까지의 큰 꿈을 담아본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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