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부채박물관장 금복현 –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부채의 미학, 선조들의 천부적 재능은 어마어마해”

녹음 짙은 계곡의 바람이 제일 시원하듯, 청곡靑谷 금복현 청곡부채박물관장이 모으고 만든 부채는 남다른 미감에 보는 이로 하여금 한여름의 무더위도 잊게 만든다. 1971년부터 부채와 동고동락하며 국내외에서 부채바람을 일으킨 금복현 청곡부채박물관장을 만나 우리 부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금복현 관장이 만든 청홍 다각선, 홍오엽선, 학선

“우리 전통부채는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데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다양한 부채를 찾기 힘듭니다. 질기고 가벼운 한지와 견고한 대나무 덕분이지요.”
금복현 청곡부채박물관장(72)은 부채를 비롯한 고미술품 전문가로서 경기도 광명시에 청곡부채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이곳은 그가 2000년에 2층 규모의 가정집을 지으면서 1층에 마련한 공간으로, 1971년부터 수집한 1500여점의 전통부채를 소장 중이다.
“송나라 시대 서긍이 고려에 사신으로 와서 지은 견문록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고려인들이 한겨울에도 부채를 가지고 다니는데, 접고 펼 수 있는 신기한 부채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고려가 당시 접고 펴는 부채인 합죽선合竹扇을 중국보다 앞서 사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죠. 또한 정조가 총애하는 화원인 운초 박기준은 백선도白扇圖 등 주로 부채를 그렸는데 그가 그린 부채 병풍은 일본이나 중국으로 많이 수출됐어요. 수집의 장점은 이처럼 관련 역사를 알게 된다는 거에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보게 되면 그때는 전과 같지 않다.’(조선시대 문인 유한준)고 하지 않던가요.”

독학으로 전통부채의 맥 이은 부채장인

금복현 관장은 경기도 우수공예인 4호로 지정됐으며, 2000년도엔 예술분야 ‘경기으뜸이’로 선정된 공예인이자 부채장인이다. 1970년 화곡동에서 표구사를 운영하며 고미술품을 수집하던 그가 직접 부채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민속품 애호가인 권옥연 서양화가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그에게 옛부채를 팔 것을 권했지만 거절당하자, ‘혹시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되물었던 것. 평소 전통부채의 맥이 끊어져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던 차에 그길로 전통부채 기술 배우기에 나섰다. 그는 전국을 수소문해 전통부채 명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어깨너머로 부채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부터 스스로 쇠톱을 갈아 도장을 새길 만큼 손재주가 남달랐던 그이기에 부채를 만드는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작품은 선풍적인 관심을 모았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부채바람을 일으켰다. 제9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 부채로 문화재위원장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계기로 청와대에 해외 귀빈용 부채를 만들어 납품했다. 1986년에는 문화공보부 주관으로 아시안게임 유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방글라데시 등 해외 13개국에서 부채전을 개최해 성료했으며 1994년 서울정도 600주년을 기념해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 부채전 개최 등 대규모 전시를 연이어 열었다. 유례없는 특급 부채전시에 출품작은 거의 완판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그간 모아둔 수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금복현 관장은 풍부한 이론과 경험을 바탕으로 20년 넘게 국립민속박물관을 비롯한 전국 박물관 및 대학교 공예과에서 부채 만들기 강의를 진행했다.

고미술품 컬렉터이자 전문 감정위원

금복현 관장은 돈이 생길 때마다 전통부채는 물론 각종 고미술품을 사모았다. 어린 시절부터 조선시대 상평통보 및 고려시대 동국통보 등 옛 엽전을 수집하며 골동품 가게를 수시로 드나들었고, 상경하기 전에는 공주에서 골동품 가게인 동국당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고미술품 수집은 그의 취미이자 습관이었던 것. 수집품목은 옛날 화폐, 안경집, 민화, 목공예 등 매우 광범위한데 이는 추후 민속품, 공예품 감정위원 및 문화재조사위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금복현 관장은 초창기 TV쇼 진품명품 자문위원, 종이공예박물관 자문위원 등을 비롯해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선자장(扇子匠, 전통 부채를 만드는 장인) 지정을 위한 조사위원 등 굵직한 직함을 역임했다. 그는 고미술품 전문 감정鑑定 위원이 된 배경에 대해 “산 경험을 통해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한 덕분”이라고 답했다. 향후 금복현 관장은 새로운 공간과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전통미를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선조들의 공예실력은 천부적입니다. 옛부채는 단순하지만 깊이감이 있어 싫증이 나질 않아요. 그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하죠. 언젠가 고미술품 전문가들과 합심해 전원에 예술마을을 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야생화를 그려넣은 부채전시도 해볼 계획이에요.”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유물 청곡부채박물관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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