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자 형태로 만든 그림 교본 한국의 민화초본집①

표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민화초본의 모습을 떠올려보기 바란다. 대개 본지에 소개되었거나 자신이 쓰던 낱장의 형태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 대한 예시와 초본을 모아놓은 책이 있다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대부분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책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 사용되었던 민화초본 교재이다. 이번 호를 시작으로 낱장의 초본이 아닌, 책자 형태의 민화초본 교재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어떤 그림들이 들어있나

책의 내용을 알고 싶으면 표지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이 책 표지 왼쪽 상단의 화첩花帖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꽃을 그린 책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책 속에는 꽃그림만 가득한 것일까? 표지를 조금 더 살펴보자. 오른쪽 상단에 금수충린도회禽獸蟲鱗圖會라는 문구가 보인다. 이 문구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이 동식물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특이하게 같은 문구가 두 번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제목 부분이 훼손되어 그 옆에 제목을 한 번 더 쓴 것으로 보인다. 가장 왼쪽의 제목 아래에 단單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한 권짜리 책이라는 뜻이다. 가운데에는 유년신작酉年新作이라는 문구가 있다. 제작년도를 표기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안타깝게도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간지干支만 가지고는 제작된 년도를 알 수 없다.

 
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제 본문 그림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 소개할 초본은 요즘 한창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있는 대표적인 겨울철새인 기러기다. 기러기가 그려진 페이지 상단에 27번째 그림이라는 의미의 27번이라는 번호가 쓰여있다. 그 아래에는 백표구류라는 제목이 한자로 쓰여있다. 하얗게 변한 갈매기 떼라는 뜻인데, 그 옆에는 연필로 쓴 ‘갈마기’라는 한글이 보인다. 그 아래에는 먹으로 쓰여진 ‘기어기’라는 글자를 찾아볼 수 있다. 새 그림 위에는 ‘기러기’라고 연필로 쓰여있다. 연필로 쓰인 것들은 나중에 쓴 것이라 제외하더라도 먹으로 쓴 글씨는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 새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 이 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우선 여기에 그려진 새를 자세히 살펴보자. 온 몸이 회색으로 채색되어 있는데 부리가 뾰족하고 길며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없다. 이 새는 부리가 뾰족한 갈매기일까? 하지만 갈매기라고 하기에는 목이 너무 길고 다리도 길다. 그렇다면 목이 긴 기러기일까?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어락도 속 기러기와 비교해보면 비록 자세는 비슷할지언정 둥근 부리와 물갈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제 다시 제목을 살펴보자. 갈매기 구鷗자에는 ‘물새’라는 뜻도 들어있다. 그렇다면 물새의 범주에 들어가는 기러기 또한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 들어간 그림을 처음 그린 사람이 기러기를 이렇게 그려놓은 것은 아닐까. 책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세부묘사가 어렵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새를 기러기로 보아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민화초본집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민화 관련 자료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이 계속 수집, 연구된다면 우리 민화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이런 자료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여러분도 주변을 한 번 잘 살펴보길 바란다.

 

글 :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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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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