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실기교본 펴낸 책거리 전문작가 이경주

책거리 구성미를 역사의 흔적과 교차시키는 이경주 작가가 책거리 노하우를 담아 《실기교실 시리즈5 책거리》를 발간했다. 이 책은 월간<민화>에서 민화의 화목별로 이름난 작가의 실기강의를 압축해 제작한 실기교실의 다섯 번째 시리즈로, 민화 책거리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책거리를 테마로 한 저자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통로였다.


근대 회화의 아버지 폴 세잔(Paul Cézanne)은 다시점을 표현한 정물화로 대상의 본질을 찾아내고자 했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이미 역원근법이나 산점투시의 조형예술로 그림 속에서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했으며, 민화 책거리는 ‘보이지 않는 면’을 ‘볼 수 있는 면’으로 그린 입체미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책거리의 입체성과 구조적 짜임에 매료되어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경주 작가가 지난 11월에 민화 기법서 《실기교실 시리즈5 책거리》를 발간했다. 책은 여러 형태의 책갑이 있는 책거리, 원근과 균형의 파격미를 살린 책거리, 소과도 책거리, 문갑 책거리 총 4가지 전형적인 책거리를 그려볼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선 긋기부터 문양 묘사까지 책거리를 그릴 때 중요한 테크닉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책에는 저자의 책거리 작품 6점과 초본 부록을 함께 실었다.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도록 기물이 적은 것에서 무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순서로 난이도를 고려해 각 장을 배치했습니다. 특히 기초 단계의 도안은 수없이 많은 스케치를 거친 결과물이에요. 게다가 기물간의 색감과 문양을 조합해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설명해야 해서 애를 먹었죠.(웃음) 실기 교본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책을 통해 책거리의 묘미를 풍성하게 느끼고, 창작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
실기 교본을 제작할 때는 진행 상황을 글과 사진으로 세세하게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 강의와 다른 시간적·물리적 제약이 있다. 그러나 그녀는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촬영준비를 일주일 만에 마칠 정도로 열의가 높았다.

전통성과 독창성을 모두 갖춘 천상의 컬렉션

이경주 작가는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송창수 작가와 강효진 작가에게 민화를 배워 2015년부터 책거리 창작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책에 실린 국보 시리즈 작품은 단색조의 책가도 안에서 문양의 미학을 펼쳐내 주목을 받았으며, 최근 공개한 <꼭두>는 근대 이후 점차 사라진 상여 장식물 꼭두와 책가도를 접목했다. 이러한 작품의 변화는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전통한옥의 문창살을 좋아해 문양에 관한 자료를 모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그녀는 전각篆刻과 전서篆書도 배우고 있다며 말했다.
“인간의 수집욕을 반영해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y)으로 발전한 서재가 책가도의 원형이라고 알고 있어요. 저는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유물을 서가에 채워 넣어 저만의 컬렉션으로 만들고 싶었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람을 지켜주거나 즐겁게 해준다고 믿었던 꼭두가 민화와 다르지 않다고 느껴 두 가지를 연결해봤죠. 앞으로는 작품에 목판화도 응용해볼 생각이에요.”
예술이 지닌 품격과 우리의 희로애락을 보듬는 책거리는 작품의 내밀한 곳에서부터 균형을 회복한다. 오래된 영감을 정교하게 다듬어나가는 이경주 작가의 그림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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