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참여 작가 온라인 좌담회 Ⅱ




경기도박물관(관장 김성환)은 현대 민화 특별전 <경기별곡: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과 연계하여 지난 9월 9일 참여 작가들과 온라인 좌담회를 개최, 현대 민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저마다의 창작 철학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달에는 창작민화의 의의와 창작 방안에 대해 살펴본데 이어 이번 호에서는 좌담회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과 작업 배경, 현대 민화가 지향해야할 점에 대해 들어본다.

  [온라인 좌담회]

좌담회 좌장 유미나 (원광대학교 교수, 한국민화학회 회장)
진행, 사회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실장)
참여 작가 라오미, 박소은, 이경미, 이지숙, 최서원
회의 지원 김경진 (경기도박물관 학예실 연구원)
기록, 녹취 김수영 (한국민화학회 간사)
정리 문지혜 기자

장르 구분은 무의미,
전방위적 융합 통해 상호 발전 모색할 때

좌장 유미나
한국민화학회 회장

유미나
<경기별곡: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참여 작가 온라인 좌담회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대 민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 나아가 다른 장르와의 교섭이나 산업과의
융합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경기도박물관 민화 특별전에서도 공예, 서양화,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화와의 훌륭한 접점을 선보였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들의 생각이 궁금한데요,
이번에는 라오미 작가님의 말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라오미

라오미 작가

창작자로서 창작을 할 때는 반드시 고증을 뒷받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만 때로는 미술사가, 역사학자, 민속학자와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중국에서 인쇄 병풍을 수집한 적이 있습니다.
인쇄 병풍으로 만들어진 민화가 알고 보니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병풍이라고 합니다. 관련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 그 병풍에 대한 내용을
파악하기 쉽지 않았는데 논문 <20세기 인쇄 병풍화의 유행과 民畵에의 영향 翎毛·花鳥畵를 중심으로>(박근아)를 읽고서야 인쇄 병풍에 대한 유래라든지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창작자 또한 미술사학자나
역사학자와 함께 역사를 복원하며 창작활동을 해나가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화 속 시대적 욕망, 삶을 긍정하는 내용을 담아 이번 전시에
<황금알의 약속>을 그렸어요. 작품의 모티프가 된 그림은 김홍도의 <고기잡이>와
<나룻배>입니다. 경기만의 서사를 다루면서 관련 시대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지요. 김홍도처럼 경기만의 현재 풍경을 담고자 많이 노력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인천의 해안 풍경을 그려왔는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경기만과
인천 연안은 비슷한 듯 다른 흐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화폭에 담으려고 했습니다.

유미나
네, 잘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작가님의 작품 제목 ‘황금알의 약속’이
궁금하던 참이었어요. 혹시 경기도 정치인들의 공약을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라오미
크게 보면 그러한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잉어들이 등장해요.
경기만의 풍경 이미지를 검색하다보니 경기만의 곳곳에서 잉어 조각상, 모뉴먼트를
볼 수 있었고 방류 사업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러한 사건들을 그림으로
재해석해보고자 했습니다. 잉어가 민화에서 부귀영화나 다산을 상징하긴 하지만
제 작품에서는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활동까지 내포하는
시대적인 상황까지 담고 싶었습니다.


라오미, <황금알의 약속>, 아사에 분채, 130×194㎝



유미나
시대적인 맥락에 맞게 도상을 재구성한 작품 내용, 학자들과의 협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최근 한국민화학회 학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뤘는데 먼 과거에도 판화, 혁필화, 지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르간의
교섭을 시도한 역사가 있지요. 현대 민화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다양하게
펼쳐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으로 박소은 작가님 발표 부탁드립니다.

박소은

박소은 작가

저는 민화뿐만 아니라 전체 미술계에서도 장르를 구분하기보다 그 경계를 허물고,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민화도 그 이전의 많은 시도들을 밑거름 삼아 하나의 역사를 이룬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조선시대 민화의
조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후대의 작가들은 선조들의 민화를 연구하고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작품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다른 장르와의 연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채색적인 부분을 연구하고
정리하면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나간다면
민화의 장르가 더 확장될 것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에서
특히 설치나 미디어 아트와 같은 다른 장르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융합적 시도가 현대 민화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소은, <승전가 勝戰歌>, 순지에 수간채색, 펄, 130.3×193.9㎝



유미나
이번에 내놓으신 작품 <승전가>를 BTS에게 보내보실 생각이 있나요?

박소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초상권과 저작권 문제로 BTS 기획사를
포함하여 관련사에 우편으로 이미지를 보내기는 했습니다.

진행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실장

박본수
박소은 작가님의 그림에 대한 에피소드를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시 개막 직전에 김성환 경기도박물관장님께서 이 그림을 슬쩍 보시곤
작품 저작권 관련 사안을 확인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박물관 내부 법률
자문 변호사와 몇몇 분들에게 문의해보니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박소은 작가님은 BTS 구성원인 뷔와 정국의 공연 사진을 블로그와
엠넷 방송사에서 캡처한 것을 보시고 그리셨다고 하셨는데 관련사와 사전에
논의하지 않은 부분이라 자칫 초상권이나 사진에 대한 저작권 문제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미술 관련 저작권 전문 변호사인
캐슬린 김이라는 분이 자문을 해주셨고, 작가님이 블로그, 엠넷 측과 협의하셔서
개막 하루 전에 간신히 이 문제가 해결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그림이 전시장에 걸리지 못할 뻔 했습니다.
작품에 대해서도 잠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그림의 뒷부분에 그려진 장면이
행주산성의 승전을 기념해서 열리는 잔치 풍경입니다.
조선시대 전통 풍속화 <평양 대동강 뱃놀이> 장면, <화성능행도>의 행렬에
나오는 장면, 중간에는 궁중 연희 장면도 들어 있습니다. 이 흥겨운 전경이
BTS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과 결합돼 현대의 승전이라 함은
문화의 승리를 의미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유미나
작품의 뒷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저작권 문제가 잘 해결돼 다행이네요.
이제 이지숙 작가님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이지숙

이지숙 작가

장르에 대한 부분부터 말씀드리자면, ‘민화’라는 장르를 한정지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공예 중 현대도자 부문에서 작업을 시작했고
다른 여러 주제를 거쳐 10여년 전부터 책가도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지금은 테라코타 기법으로 작업하고 있지만 재료나 주제만으로 제 작업을
한정 짓는 것도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주제나 재료가
무엇이든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은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 재료를 왜 썼는지’, ‘장르는 무엇인지’ 문제 삼지 않습니다.
물론 비판을 듣는 것이 달갑진 않을 겁니다. 제 경우 어느 정도 작업을
많이 하다보면 ‘아 그 사람이 이 부분을 보고 지적했던 거구나’ 이해하게 됐어요.
저작권 부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도 시중에 출판된 책을
세밀히 그리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지요.
작품에 그린 모든 책의 출판사측에 메일을 보내 책의 저자나 디자이너의
저작권과 관련해 문제가 되진 않는지 물었습니다. 출판사마다 대응 방법이
달랐는데 로열티를 말씀하시는 곳, 책을 그려줘서 감사하다는 답변 등이
있었지요. 시각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작품이나 디자인 저작권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지 확실히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화 화단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갈수록 창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모두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저작권 걱정 없이 작업을 위한 소재를 찾고 싶다면 박물관에 자주
가보시길 권합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이 과거를 박제한 것만은 아니에요.
그 유물들도 과거에는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고, 사용됐던 것입니다. 과거의 한
시대를 반영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좋은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봅니다.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보면 현재 우리가 감동하며 만들어낸 것들 또한 박물관에 놓일 수도 있겠지요.


이지숙, <부귀영화-첫걸음을 내딛다>, 테라코타에 아크릴, 147×85×7㎝, 95×63×6㎝



유미나
네, 말씀 감사합니다. 이지숙 작가님은 도자 공예와
회화의 분야를 넘나들며 작업을 하고 계시지요.
작가님은 테라코타 작업에 주력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지숙
테라코타로 구워 아크릴로 채색하는 방식으로 작업합니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갔던 신여성,
나혜석과 최용신이라는 인물을 다뤘어요. 당시 신여성들은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싸워야 할 일도 많았을 겁니다.
자신의 삶을 개척해간 이들의 발자취에 제 모습도 살짝 얹었습니다.
저 역시 공예, 회화, 조각, 민화 분야를 통틀어 아무도 해보지 않은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기 때문이죠.
처음 설익은 작업을 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깨질 수 있는 무거운 흙을 왜 쓰느냐’,
‘왜 흙을 저온에서 소성해서 끝내느냐’, ‘도자용 안료는 쓰지 않느냐’며 의구심
어린 질문을 던졌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러한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 들었던 질문들은 제 작품이 많은 문제점들을 가졌을 때 듣는 말이었고,
그 비판들이 결국 오늘의 밑거름이 되어주었습니다.

유미나
비판을 두려워하지 마라,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그 비판을 잠재우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다음으로 이경미 작가님께서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경미

이경미 작가

작품 내용면에서 기법과 상관없이 작가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대중들도 똑같은 그림을 계속 보게 되면 작품에 대한
감흥이나 호기심이 떨어질 것 같아요. 앞서 다른 작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저작권에 대한 문제도 중요합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제 작품과 비슷한
소재와 구성으로 작품을 발표한 작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곧바로
연락해서 해결했지만, 모방에 대한 문제를 말끔히 해소했다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민화인들 간
공통된 규정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타 장르와의 통합이나 융합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초등생인 두 아들은 TV에 ‘피자 알볼로’ 광고를 보고 민화가 나온다며 저를 부르곤
합니다. 광고 속에서는 일월오봉도와 화려한 모란이 어우러져 시선을 끌지요.
이처럼 TV 광고뿐만 아니라 영화 포스터, 다양한 홍보물에서 민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민화의 특징인 길상성, 친근함 등은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머지않아 눈길이 닿는 곳마다 민화가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박본수
미술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 있고, 월간 <민화>에도
가끔 저작권에 대한 내용이 실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불미스러운 일은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토론하는 과정에서 작가님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경미 작가님의 작품인
<여주, 소망을 쌓다>에 대한 설명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경미, <여주, 소망을 쌓다>, 화판+이합지에 수간채색, 258×100㎝


이경미
처음 구상했던 건 신륵사 다층전탑이었어요. 막상 작업하려고 보니
장소나 체력 때문에 힘들었죠. 때마침 화실 이사 준비를 하면서
쌓아둔 작은 화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화실에 있는 판을 벽돌 삼아
탑을 쌓으면 좋겠다 싶었지요. 작품의 높이는 약 2m 78cm, 너비는 1m 정도 됩니다.
작품에 여주의 문화재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여주가 고향임에도 여주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우리 고장의 문화재를 눈앞에 두고도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어요.
여주의 문화재로 대표되는 한글, 고종명성황후가례도감의궤, 신륵사 등을
민화와 잘 연결해서 문화도시 여주가 앞으로도 잘 발전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유미나
네, 설명 감사합니다. 여주에 있는 신륵사의 다층전탑이 인상적입니다.
역사와 민화를 잘 접목한 덕분에 멋진 작품으로 탄생한 것 같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순서인 것 같은데, 최서원 작가님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최서원

최서원 작가

앞서 작가님들의 말씀에 상당 부분 공감합니다.
향후 민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인
길상성은 그대로 가져가되 그림은 현대적인 공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재료나 소재 면에서
경계가 무의미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소재나 재료 면에서
다양한 표현방법을 연구하며 관람객들과 소통하자 합니다.
앞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고가구나 민화적 요소가 풍부한 분청사기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 외 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디자인 협업이나 다양한 종류의 아트상품으로 민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본수
최서원 작가님의 전시 작품에 대해서도 설명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품 제목은 〈슈필라움〉입니다.

최서원
이번 전시의 테마인 도자에 대해 많은 자료를 수집하던 중 특히
도자 제작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마침 기회가 닿아 도예가인
허상욱 작가님을 찾아뵙고 도자 제작 과정, 각종 제작 도구의 사용법
등을 배웠습니다. 작품에서는 도자 작업과정을 표현해봤어요.
장식장에는 청화백자를 넣었지요. 두 번째 칸에 경기도박물관 소장품
〈백자청화산수문사각병〉도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경기도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도자문화를 다양한 청화 백자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박본수
분청사기 작가를 만나셨는데, 작품에서
청화백자 위주로 그린 이유는 무엇인지요?

최서원
왕실의 그릇을 제작하던 사옹원 터를 답사하면서 청화백자에 대해
작품을 준비하다가 도자제작과정을 본 적이 없어서 의문이 나는 부분들을
허상욱 작가님께 여쭤봤습니다. 작가님이 작업하시는 분청사기 부문도
우리 도자 문화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작품에서 소개하게 됐습니다.


최서원, <슈필라움 Ⅲ>, 캔버스에 혼합재료, 130.3×162.2㎝



유미나
이 그림의 포인트가 청화백자라고 생각합니다.
분청사기만 있었다면 작품의 분위기가 잘 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청화백자의 백색과 청색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저도 처음 그림을 봤을 때는 연필이 꽂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작가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게 제작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지숙
최서원 작가님의 작품에 등장하는 분청사기는 민화가 가지고 있는 단순성,
자유로움과도 연결됩니다. 조선시대에 청화백자와 분청사기가 등장하는 시기가 겹칩니다.
청화백자에 사용되는 코발트는 굉장히 비싼 안료입니다. 아라비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에 도착하지요. 이렇게 귀한 안료이다보니 나라에서 청화백자를 제작할 때는
그림을 그릴 때 도화원 출신 화원들이 작업장까지 내려와 코발트로 그림을 그릴
정도였습니다. 조선시대 청화백자에는 전문 화원들이 그린 그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회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격이 있고 고급스럽지만 그 시대에 유행했던 그림을
담다보니 틀에 박힌 듯한 느낌이 있지요. 반면에 분청사기는 청자가 백자를 닮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로 청자를 만드는 흙 위에 흰색 흙을 덧바르고 값싼 철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 넣은 겁니다. 분청사기의 이러한 자유분방한 그림들은 우리 민화의
미감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분청사기와 민화의 만남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유미나
공예를 전공한 이지숙 작가님이 도자와 관련해 자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19세기 말이 되면 민화를 그려 넣은 청화백자도 등장합니다. 민화와 백자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이미 조선시대에 이뤄진 것이죠. 이렇게 해서 작가님들
다섯 분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았습니다. 좌담회를 마치기 전,
미처 하지 못한 말씀을 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이야기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최서원
앞서 언급한 내용이지만 저작권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민화를 그리시는 분들이 민화를 배울 때 초본으로 시작하시다보니 작업 과정에서
저작권에 대해 많이 혼동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자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학교측에서 그런 부분들을 충분히 설명해주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들이 하나의 창작물을 완성하기까지 굉장히 힘든 과정을 거치지요.
어렵게 만든 작업물이 도용되면 너무도 속상합니다. 작품을 그리기에 앞서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살피고 작업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유미나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창작열을 발휘하되 서로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습니다.
그 외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지숙
저는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지 말자. 우리를 어떤 틀에도 가두지 말자’는
얘기를 꼭 해드리고 싶습니다. 시작 단계에서 공격 받지 않으면
그것도 재미없습니다. 누군가 나를 비판한다면 그만큼 나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이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피드백이기 때문이지요. 기분 나쁘고 힘들더라도
무관심한 것 보다는 백배 낫다고 생각합니다.

유미나
결론은 ‘맷집을 키우자’는 말로 마무리하셨습니다.
다들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작가님들이신데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본수
마무리를 할 시간입니다. 유미나 교수님, 온라인 좌담회 이끌어 가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두 시간 동안 현대 민화의 창작 방향에 대해 말의 성찬을
누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경기도박물관 개관 기념 특별전 <경기별곡: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참여작가
온라인 좌담회를 긴급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마 민화계에서 작가님들이 온라인 줌(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뜻깊은 자리를 박수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기별곡 : 민화, 경기를 노래하다>
2020년 8월 4일(화) ~ 2021년 2월 14일(일)
경기도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 2층 상설전시실(조선실 통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잠정 휴관 및 개관 여부는 홈페이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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