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호랑이

최천숙 작가는 사회에서 회자되는 갑과 을의 관계를 위계질서의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서로 지켜야할 조화와 질서로서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다. 그가 그려낸 <참새와 호랑이>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사실상 갑과 을은 평등한 개념

요즘 우리 사회에서 회자되는 ‘갑질’에 대해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갑은 갑이고, 을은 을이다. 갑이 있으니 을이 있고, 을이 있으니 갑이 있다. 사회에는 갑만 있을 수도 을만 있을 수도 없고, 함께 존재한다. 사람들은 갑이 되려고 노력하지만 갑만 있는 조직은 없다. 을만 있는 조직도 없다. 소수의 갑은 다수의 을을 잘 다스려 사회와 나라를 발전시키고 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갑과 을은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하며 자신의 직분을 알고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 된다. 갑과 을은 평등한 개념인데 이 평등이 왜곡되어 질서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모두 평등하길 바라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다. 갑은 갑다워야 하고, 을은 을다워야 한다.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고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물론 갑은 ‘갑질’을 해서는 안 된다. 갑의 도덕적 인격의 문제이지만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도 법을 떠나 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수인 을의 입장에 서서 소수의 갑을 압박하는 것도 불합리하다.

참새를 귀하게 섬기는 모습으로 형상화된 호랑이

호랑이는 고대로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동물로, 한국인은 ‘호랑이를 거느리고 다니는 민족’이라 할 정도로 호랑이와 친근하다. 우리나라는 전체 국토 면적의 70%가 산악 지대라 호랑이가 많이 존재 했고, 백두산 호랑이는 우리나라 호랑이의 대명사로 명성이 높다. 옛 조상들은 호랑이를 ‘범’이라 불렀으며 산을 지키고 다스리는 산신山神으로 숭배하기도 했으며 단군신화에서는 곰과 함께 출현하기도 한다. 호랑이는 한 민족의 신수神獸로 강한 힘과 용맹성을 가지고 병귀病鬼와 사귀邪鬼를 물리치는 벽사의 주제로 새해에 세화로 사용되고 민간에서는 ‘虎(호)’자가 부적으로 쓰였다. 그리고 그 용맹성으로 무신武臣의 상징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호랑이는 민화의 대표 소재로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까치와 호랑이’에서 나오는 까치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길조吉鳥이지만 호랑이를 웃기게, 멍청한 표정으로 그려 호랑이를 놀리고 같이 노는 표현으로 양반의 세도나 권력자의 횡포를 풍자하기도 한다. 호랑이와 사람사이에 일어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우리의 민화로 문학으로 이야기로 전해지고 있다.
갑과 을에 대한 나의 소견을 쓰며 작금의 우리 사회를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 호랑이는 소수의 갑으로 참새는 다수의 을로 표현했다. 호랑이는 그의 힘과 권력으로 군림할 것이 아니라 약한 참새를 섬기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갑과 을은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서로 존중하여 질서와 예의를 지키는 선진국민으로 나라의 번영에 이바지하면 좋겠다.


글·그림 최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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