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학문의 경지를 나누다, 호계삼소도 虎溪三笑圖

호계삼소도
호계삼소도 虎溪三笑圖

이번 호에는 가회민화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고사인물도 초본 은일십첩隱逸十帖 중 일곱 번째 초본인 호계삼소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그림은 최북의 호계삼소도(간송미술관 소장)가 유명하며, 이 외에도 많은 화가들이 이 고사를 작품으로 남겼지만, 민화에서는 자주 등장하는 그림소재가 아니다.

호계삼소虎溪三笑에 얽힌 이야기

호계삼소의 주인공인 혜원慧遠은 동진東晉 때 고승으로, 유교부터 도교, 불교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의 지식을 섭렵한 당대의 지식인이었다. 혜원은 여산廬山에 위치한 동림사에 살고 있었는데, 혜원이 손님을 배웅할 때 여산의 계곡인 호계虎溪를 건너가면 호랑이가 울었다 한다. 그래서 혜원이 손님을 보낼 때는 이 호계를 경계로 하여 그곳 너머로는 배웅하지 않았다. 어느 날 도사 육수정陸修靜과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혜원을 찾아왔다. 혜원은 이 두 사람과의 대화에 열중한 나머지, 호계를 지나쳐 건너가 버리고 말았다. 호랑이가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게 된 세 사람이 크게 웃었다는 고사가 바로 호계삼소이다.

호계삼소도 속 인물들의 얼굴

호계삼소도이번에 살펴볼 민화 고사인물도 초본에는 ‘칠. 호계삼소 七. 虎溪三笑’라는 제목을 찾아볼 수 있으며, 세 인물의 특징을 잘 묘사해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사람은 노인관老人冠이라고 불리는 상투관冠을 착용한 모습이다. 상투관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관으로, 이 관을 쓴 인물은 아마 유학자儒學者인 도연명일 것이다. 가운데 있는 사람은 까까머리에 긴 지팡이와 부채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불교를 대표하는 혜원 스님이다. 마지막으로 천으로 상투를 싸맨, 자유로운 모습으로 그려진 한 사람은 바로 도교의 대가인 육수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앞뒤에 그려진 두 개의 인물도를 비교해보면 제목이 없는 그림의 먹선이 제목이 있는 그림에 비해 조잡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찌 된 일일까. 아마도 이 그림이 일곱 번째 그림임을 고려해 볼 때 일순간 작가의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제목이 있는 그림에 혜원의 코가 그려져 있지 않은 것도 그러한 연유가 아닐까.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 세 사람이 이야기에 심취할 정도로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자신의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공부를 해야 가능한 일이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자신의 학문을 깊이를 더하기 위하여 때로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 대한 독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혜원처럼 도연명과 육수정과 같은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다정(가회민화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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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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