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서성 운강석굴과 영락궁,
우리 민화에 스민 불교와 도교문화의 정수

이번 답사의 주제는 ‘우리 민화에 스며있는 불교와 도교문화의 정수를 찾아서’로 각각 중국 불교문화와 도교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인 운강석굴과 영락궁 벽화의 심도있는 답사를 통해 우리 민화의 형성에 깊숙이 관여한 두 종교의 흔적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이번 답사가 아니었다면 평생 만나기 어려운 유적이라는 데 참가자 모두가 동의한 최고의 코스였다.


민화에 스며있는 종교 불교와 도교

한국민화학회(회장 윤진영)와 (사)한국민화센터(이사장 이상국)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월간<민화>가 주관하는 제5회 해외학술답사가 2019년 8월 22일부터 8월 26일까지 중국 산서성에 있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운강석굴과 영락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답사의 주제는 ‘우리 민화에 스며있는 불교와 도교문화의 정수를 찾아서’로 중국 불교문화와 도교문화를 대표하는 유적인 운강석굴과 영락궁 벽화를 들여다보고 우리 민화의 형성에 깊숙이 관여한 두 종교의 흔적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중국 서북부 태행산맥의 서쪽에 있는 산서성은 불교 및 도교문화의 정수인 운강석굴과 영락궁을 비롯, 교가대원, 평요고성 등 웅장한 역사 유적들이 잘 보존돼 있는 역사의 도시이다.
이번 답사에서는 운강석굴과 영락궁, 두 곳의 핵심 답사지 이외에 황하지역의 청동기 문명과 불교 문명의 수준을 보여주는 웅장한 유적들로 가득찬 산서성 박물관과 중국 고대 성읍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평요고성, 중국 청대 개인저택 건축미의 극치를 보여주는 교가대원 등도 함께 돌아보았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대단하고 중요한 유적이었지만, 단 하나의 문제는 답사지역과 내용이 방대해 4박 5일의 일정으로 소화하기에는 좀 벅차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유적간의 거리가 멀어 이동 거리가 긴 것도 주최측을 염려하게 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답사지 선정을 도맡은 한국민화학회는 보통 여행이 아닌 ‘학술답사’이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믿음으로 이러한 일정을 최종 확정했다.

압도적 규모와 불가사의한 구조, 운강석굴의 위용

중국 산서성까지는 직항 노선이 개설돼 있지 않아 일단 중국의 수도인 북경을 경유해 가야했다. 북경에서 첫 답사지인 대동시 운강석굴까지는 전세 버스로 꼬박 5시간을 달려야 하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시작이었지만, 버스 안에서 이루어진 화기애애한 대화는 이 긴 시간을 찰나로 만들어 놓았다. 답사의 지도를 맡은 교수진의 인사를 시작으로 30여명의 멤버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명쾌하고도 재미있는 자기소개를 했고, 듣는 이 모두는 큰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첫날 일정은 운강석굴이 있는 대동시에 도착하는 것으로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일정은 이튿날 아침 일찍 열린 학술세미나로 시작되었다. 현지 학술세미나는 한국민화학회 주최 학술답사에서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한국민화학회 윤진영 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현지 학술세미나에서는 원광대 유미나 교수, 경기도박물관 박본수 학예실장, (사)한국민화센터 이상국 이사장이 차례로 연자로 나서 각각 운강석굴, 영락궁, 교가대원과 평요고성을 주제로 발표, 현장 답사에 앞서 충분한 사전지식을 갖도록 했다.
호텔에서 약 30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운강석굴은 돈황석굴, 용문석굴과 함께 중국의 3대 석굴 중 하나로 꼽히는 전설적인 유적으로 무주산의 절벽을 따라 1km 이상 이어지는 웅장한 석굴군이다. 중국 불교미술의 출발점으로 꼽을 수 있는 남북조 시대 불교미술의 정수가 집합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운강석굴은 그 압도적인 규모와 불가사의한 구조로 일행의 넋을 빼 놓았다. 이번 답사가 아니었다면 평생 찾아오기 어려운 유적이라는 데 모두들 동의했다.
날이 뉘엿뉘엿 저물 무렵, 다시 차를 달려 두 번째 행선지인 태원으로 향했다. 태원은 산서성의 성도城都로 수많은 역사 유적들로 가득 찬 도시이다.

산서성박물관에서 평요고성까지

태원에서의 첫 방문지는 산서성박물관이었다. 산서성박물관은 관람객을 압도하는 건물의 위용에 걸맞게 고대 청동기에서 전국시대를 거쳐 명청 대에 이르기까지 황화 유역 문명을 대표하는 수준 높은 유물들로 가득했다. 뒤로 이어질 일정 때문에 관람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했으나 도저히 그 시간에 관람을 마칠 수가 없었다. 잘못 계산된 관람 시간 때문에 주최측은 멤버들의 호된 항의에 시달려야 했다.
두 번째 도착한 곳은 태원을 대표하는 유적의 하나인 ‘교가대원’이었다. 중국의 명감독 장예모의 대표작인 영화 <홍등紅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청대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상업금융자본가 ‘교치용’이라는 인물이 소유했던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저택이다. 저택 안에 펼쳐진 수많은 서화와 건축 장식은 하나하나가 모두 민화의 소스 그 자체였다. 멤버들은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어서 답사한 또 하나의 명소 평요고성은 중국 고대성읍도시의 구조와 도시계획의 변천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살아있는 유적이다. 자칫하면 대낮에도 길을 잃을 수 있는 엄청나고 복잡한 거리에 명청대의 주요 건축물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이 이를 데 없는 장관이었다.

원대元代 도교미술의 절정, 영락궁 벽화의 감동

마지막 답사지는 도교미술의 백미로 멤버들 모두가 큰 관심을 가지고 기대했던 영락궁이었다. 황하 북쪽 산서성 예성현에 있는 영락궁은 신선도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팔선八仙의 하나인 여동빈을 배향하는 도교사원으로 중국 원대의 호방한 건축양식과 사원 안에 그려진 화려한 벽화로 유명한 유적이다. 이 사원의 주요 전각인 삼청전, 순양전, 중양전의 내부에는 도교의 여러 신선과 그 중의 대표적인 인물인 여동빈, 왕중양의 전기를 그린 벽화가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그 솜씨가 원대元代 도교미술의 최고봉이라 할 만큼 섬세하고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겨우 2시간 남짓 관람했던 이 영락궁 벽화를 만나기 위해 그보다 몇 배나 되는 시간을 할애해 1천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려왔으나 영락궁 벽화가 주는 위안은 그간의 고생을 보상하고도 남았다.
영락궁 답사를 끝으로 사실상의 답사를 마치고 일행은 다시 고속열차 편으로 북경으로 와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비행기 출발 시간까지의 나머지 시간까지 알뜰하게 할애해 북경의 신개념 예술거리인 ‘798예술의 거리’를 돌아보았다. 이 ‘798예술의 거리’는 애초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본 곳이었으나, 예술가이기도 한 민화작가들에게는 만만치 않은 영감과 자극을 준 훌륭한 답사지였다.
불교미술에서 시작해 도교미술을 거쳐 현대미술로 대단원을 이룬 획기적인 답사였다.


글 유정서 기자 사진 리우식(갤러리 리홀 대표), 강만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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