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을 열광시킨 한국 민화의 화려한 해외 나들이

월간<민화>와 (사)한국민화센터가 주최한 <중국 산서대학교 미술대학 초청 한국민화특별전>이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중국 산서대학교 미술관과 국립진상박물관에서 열려 하루 수 천명이 관람하는 대성황을 이룬 가운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학술세미나와 답사를 겸한 이번 행사는 중국 산서성에 처음 한국민화를 알리고, 앞으로 양국의 적극적인 문화예술 교류를 약속한 뜻깊은 행사였다.


중국 산서성 최초의 한국민화 전시회

월간<민화>가 창간 5주년 기념 특별 전시 행사의 하나로 (사)한국민화센터(이사장 이상국)와 함께 주최한 ‘중국 산서대학교 미술대학 초청 한국민화특별전’이 유례없는 성황을 이룬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4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중국 산서대학교 미술대학 미술관과 국립진상박물관에서 2차에 걸쳐 열린 이 전시회는 중국 산서성에서는 처음 열리는 본격 한국민화전시회로 산서성 미술계에 한국민화의 존재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는 뜻깊은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재현민화와 창작민화를 망라해 국내 민화작가들의 작품 140여 점이 출품되어 산서대 미술관의 넒은 공간을 화려한 한국민화로 채색했다. 우리 민화가 산서성에는 처음 소개되는 것이어서 과연 중국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했으나, 뜻밖에 개막식에는 중국 산서대 관계자들 뿐만이 아니라 산서성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고 개막과 동시에 연일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처음 보는 한국 민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전시회는 4월 26일 오후 3시부터 열린 개막식으로 화려한 막을 열었다. 산서대학교 미술대학 국제교류부 장신명 주임교수와 린이 대학 김미경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는 중국측에서 산서대학교 항간 부총장, 산서대미술대 유유동 학장, 산서대학교 문학원 단우문 교수, 산서대학 당위원회 선전부 왕이화 부부장, 산서공필화조화학회 사병유 명예회장, 중국 서화가협회 장문생 부주석, 태원진상박물관 조효령 관장, 평원항위화예술관 이수전 관장 등 수많은 내빈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국측 대표로는 월간<민화> 유정서 발행인, 강만석 이사, (사)한국민화센터 이상국 이사장, 이영실 이사, 겸재정선미술관 김용권 관장, 원로 민화작가 정하정 선생, 경희대교육대학원 창작민화과정 조봉석 주임교수, 한국민화학회 신영곤 씨, 민화작가 류성남, 박정희 씨 등이 참석했다.
산서대학교 항간 부총장의 개회선언에 이어 산서대 미술대 유유동 학장, 진상박물관 조효령 관장이 차례로 나서 축사를 했고, 월간<민화> 유정서 발행인이 한국 측을 대표해 인사말을 했다. 유유동 학장은 축사에서 “한국의 민화는 전통의 기초 위에 새로운 시대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도약을 더하고 있으며 게다가 건강하게 발전할 좋은 모습을 갖추고 있어 확실히 중국에서도 배우고 연구할 만한 중요한 예술적 현상”이라고 전제하고 이번 전시회가 “양국 예술가가 교류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한국 민화의 해외 진출, 세계로의 진출에 물꼬를 트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월간<민화> 유정서 발행인은 “한국의 민화는 한국의 자랑스런 여러 미술 장르 중에서도 한국인의 보편적인 심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그림”임을 강조하고 “이번 전시회가 한국 전통 민화의 매력은 물론, 전통의 바탕 위에 오늘을 사는 작가의 영감을 더해 새롭게 창조한 창작민화 까지 한국 민화화단의 현 주소를 중국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밝혔다.

중국 산서성 미술계의 주요 인사 대거 참석

이날 개막식에서 특히 눈길을 모은 부분은 선린과 우정의 표시로 한국 민화를 초청자인 산서대 미술대학 미술관과 국립진상박물관에 증정하는 순서였다. 기증식에서는 원로 민화작가 정하정 씨를 비롯, 안옥자, 정숙훈, 최영진 작가 등 모두 네 작가의 작품이 기증되었다. 기증된 작품은 산서대 미술관과 국립진상박물관에 영구 소장되며 영구 소장을 보증하는 증서가 함께 전달되었다.
개막식이 끝난 뒤에는 유유동 학장과 김미경 교수의 안내로 내빈 관람이 진행되는 한편, 중국 서화전문 방송국의 인터뷰가 있었다. 월간<민화> 유정서 발행인이 인터뷰이로 나서 한국 민화의 세계와 이날 행사의 의의를 다시 한 번 밝혔다.
개막식에 이어 4시부터는 산서대 미술대 세미나실에서 특별 학술행사인 ‘한국민화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산서대 미술대 학생을 비롯, 산서성 미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청중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한국 측에서는 겸재정선미술관 김용권 관장이 <한국의 민화>라는 제목으로 한국 민화의 세계를 발표해 갈채를 받았고, 중국 측에서는 산서대 유유동 학장이 한국의 대표적인 궁궐인 경복궁 담장의 한자 문양을 연구한 <경복궁 장식문자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논문은 유명한 서예가이기도 한 유유동 학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 경복궁 자경전 담장의 한자 문양을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해 그 뜻과 의미를 추론하고 밝힌 이색 논문으로 유 학장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잘 드러낸 뜻깊은 연구였다.
세미나를 끝으로 공식행사를 모두 마친 두 나라 대표단은 자리를 옮겨 한국 측이 마련한 만찬 리셉션에서 식사를 하며 허심탄회하고 화기애애한 대화와 건배로 우의를 나누었다.

산서성의 대표적인 민간회화 ‘항위화’ 마을을 가다

전시회 이외에 이번 행사의 주요 일정으로는 산서대학교 문학원(인문대학)이 주최하는 공식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는 일과 산서성의 전통 민간회화인 ‘항위화’ 마을을 답사차 방문하는 일이었다.
우선 산서대 문학원 주최 학술세미나는 산서대 문학원의 정례 학술행사로 주로 대학원생들을 중심으로 관련 학자들이 청중으로 참여하는 수준높은 세미나이다. 이번 한국 민화인들의 방문에 맞춰 세미나 전체를 한국 학자의 논문으로 진행키로 했다.
한국측 일정에 맞춰 27일 오후 7시 산서대문확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이 학술세미나에서는 겸재정선미술관 김용권 교수가 <한국의 꼭두>를, (사)한국민화센터 이상국 이사장이 <한국민화와 산서성 항위화의 비교 연구>를, 린이대학 김미경 교수가 <한국과 중국의 천마天馬 비교연구>를 발표하고 산서대 문학원 단우문 교수가 총평을 했다. 한편 세미나 시작 전, 중국 공필화계의 원로인 산서공필화조화학회 사병유 명예회장은 자신의 그림으로 제작한 캘린더와 공필화 도록을 유정서 월간<민화> 발행인에게 기증하며 앞으로의 지속적인 교류를 당부했다.

이튿날 한국 대표단 일행은 단우문 교수의 안내와 인솔로 산서성 원평시에 있는 항위화마을을 방문했다. ‘항위화’는 중국 산서성에 전해 내려오는 대표적인 민간회화로 지난 2월, (사)한국민화센터가 주최하는 ‘경주민화포럼’에서 단우문 교수가 논문을 통해 처음 한국에 소개한 바 있다. 단우문 교수는 중국에서 손꼽히는 유명 민속학자로서 이날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직접 한국 대표단의 답사를 안내했다.
이날 답사 일정은 원평에 있는 ‘항위화 기지(공방)’의 방문으로 시작되었다. 항위화 기지 측은 한글 현수막 까지 내거는 등 우리 일행을 열성적으로 환영했다. 간단한 다과를 겸한 간담회에 이어 항위화에 대한 영상과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날 항위화 기지 측은 한국민화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 컸던지, 즉석에서 민화 한 점을 그려줄 수 없느냐는 제의를 해왔다. 초본을 사용해 공들여 그리는 전통 민화의 제작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요청이기는 했으나, 거절하기도 곤란한 일이었다. 이 때 원로 민화작가 정하정 씨가 직접 붓을 들고 시연에 나섰다. 창작 민화의 대가이기도 한 정하정 작가는 수많은 관계자들과 여러대의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능숙한 붓 놀림으로 약 30분만에 멋진 까치 호랑이 그림을 그려내 지켜보는 이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단우문 교수의 안내로 항위화 마을 답사에 나서 6곳 이상의 가옥에 그려진 항위화를 감상했다. 항위화는 온돌방 주변에 그려 넣어 방안을 장식하는 민간 그림으로 주로 무명작가에 의해 그려지고 내용은 길상적, 장식적 의미가 강하며, 현대에 와서 전문적인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변모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민간회화 중 우리나라 민화와 가장 유사한 점이 많은 그림이었다. 항위화 마을에서는 우리 일행의 답사를 위해 공가나 폐가로 방치되었던 항위화 가옥을 마을 이장의 지시에 따라 말끔히 청소를 했다고 한다. 참가한 일행 모두가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 인상적인 답사였다.

한국민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 확인한 뜻깊은 나들이

전시 답사 일정은 4월 19일로 끝나고 일행은 한국으로 돌아왔으나, 한국민화 특별전은 5월 1일부터 장소를 국립진상박물관으로 옮겨 열흘 가까이 진행되었다. 국립진상박물관은 산서성에서 가장 큰 공원이자 명소인 ‘영택공원’ 내에 있는 국립박물관으로 ‘진상晉商’은 옛날 진나라 땅이었던 산서성에서 활약한 상인들을 말한다.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그들의 흔적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국립박물관이다. 명나라 시대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매우 아름답고 장엄한 박물관이다.
영택공원은 모택동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한 해에 수백만 명의 인파가 찾아드는 거대한 공원이다. 당연히 그 안에 있는 진상박물관도 많은 사람이 다녀갈 수 밖에 없다. 진상박물관 측은 정기적으로 있는 경극 공연을 한국민화특별전에 맞춰 열어 더욱 많은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매일 실시간으로 전해 준 소식에 따르면 진상박물관 전시에는 하루 평균 수천명의 인파가 다녀갔다고 한다.
이번 한국민화특별전이 유례없는 관심과 열기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짐에 따라 중국 측은 한중간의 민간 예술 교류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간<민화>와 (사)한국민화센터 역시 이번 산서성 특별전을 ‘민화의 세계화’라는 목표를 향한 첫 걸음으로 삼고 산서성을 중심으로 중국 전역에 한국민화를 알리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한국민화특별전의 정례화를 논의하고 있는 중이다.


글 유정서 편집국장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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