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대한 상식과 아교포수

종이에 대한 상식과 아교포수

고전 작품을 반복적으로 임사(臨寫)하는 과정에서 화가는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켜 나간다. 화가 개인의 발전은 세월을 더할수록 후손들이 연구하고 계승·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예술 영역으로 자리잡는다. 실제로 전통미술의 주술적인 면과 장식적이고 정신적인, 심지어 철학적인 예술관은 오늘날에 이르러 여러 작가와 연구자들이 꾸준히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필자 역시 내일을 준비하는 마음에서 전통미술에 대해 기술해 보기로 한다.

전통미술, 궁화와 민화의 개념

전통미술은 고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도교, 불교, 유교, 토속신앙, 무속, 풍속 등에 바탕을 두고 전승되어 왔다. 오랜 세월 축적된 우리 민족의 삶과 경험 속에서 사상과 철학, 예술관이 생성되었고, 한민족의 세계관과 고유한 정서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회화적 상징과 감상적 미술양식으로 표출되었다. 정통화법은 《계자원화보》, 《점성채총보》, 《마태화보》와 같은 고서를 통해 전승되어왔다. 전통미술을 화가의 신분에 따라 분류를 하면 궁중화는 궁중 화원들이 제작한 그림을 일컫고, 전통 민화는 화승(畵僧), 무명 화가들이 그리던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에서는 궁중회화를 그리는 관청을 따로 두었는데, 1392년 태조 때 도화원을 설치하고 1405년 태종 때는 예조에서 관할하였다. 선종 대인 1471년에 도화서로 이름을 바꾸었다. 도화서에는 중앙관청과 지방관청이 있어 화원들과 그림을 관리·감독하였다. 정조대부터는 규장각의 자비대령을 설치하여 궁궐 직속 화원을 따로 두었다. 자비대원 화원이 그린 그림은 일명 자비화라고 한다.
반면, 전통민화는 작가를 밝혀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전해오는 사료가 적다. 전통미술의 내용이나 기법, 사상, 철학, 예술 모든 것은 중복되는 부분도 많아 분류할 대목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전통미술에 대해 기술하는 어려움을 참작하고 다소 중복되더라도 정통미술에 사용한 기법을 잘 살려내어 응용해 작업을 하여야 한다. 중복되는 부분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좌측 표에서 보다시피 용어 사용이 워낙 분분하여 민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조차 매우 어려울 정도다. 이와 같이 수없는 전통미술 화목이 확고히 정리되지 않는 현실에, 본인은 전통미술인 동시에 채색이라는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을 살려 민화를 가칭 ‘전통미술 전승채색화’로 명명한다.

민화야나기 무네요시속화이규경한민화조자룡
겨레그림김호연생활화이우환서민화안휘준
채색화백금자펀인화김영재민속화김헌선
민족화김만희그 밖에감상화, 얼그림 등
문방사우(文房四友)의 가장 첫 번째, 종이

“포(布)는 오백년이오, 지(紙)는 천년”이라는 말이 있다. 천(옷감)의 수명은 5백년, 종이의 수명은 천년을 간다는 뜻으로 종이의 뛰어난 내구성을 이르는 말이다. 종이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자. 중국 진나라 때 몽염이 처음 종이를 개발하였고, 서기 105년 후한시대 채륜에 의해 개량된 종이생산기술은 한반도에 전해졌다. 한반도에서도 채륜이 종이를 개량한 시기에 앞서 이미 한지가 쓰였으리라 추측된다.
중국에서는 기원 전 2세기경(B.C. 179~141) 무렵에 제작되고 방마탄에서 출토된 종이가 가장 오래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에 한지로 만들어진 범한다리니경 한 장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고려 11세기에는 나라에서 관장하고 지소하는 제지공장이 있을 정도였다. 종이기술자들은 지장(紙匠)이라는 명칭을 주었다. 조선 1415년에는 국가 운영의 종이 생산시설인 조지서를 설치하였다. 일본은 고구려 승려 담징이 종이 생산기술을 전해주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종이의 유래에 대해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아주 오랜 옛날 한 사찰 스님이 무료함을 이기지 못해 바위위에 닥나무 껍질을 놓고 두들기다가 다음날 그 자리에 가보니 두들겼던 닥 껍질이 종이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종이 만드는 법이 사찰과 민간에 전승되었다고 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종이 한지(조선종이)

한지는 예로부터 우수한 품질로 널리 인정받았던 종이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색감에도 잘 찢기지 않는 강인함이 있었으며, 얇고 가벼우면서도 통풍이 좋고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어 글씨와 그림에 적합하였다. 아무리 강한 햇빛이라도 투명하게 만드는 뛰어난 채광력을 가지고 있다. 한지는 닥나무, 귀리(고정지), 뽕나무를 이용하고 마, 초류(대나무, 볏짚, 갈대) 등도 사용하여 제작한다. 제작 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푹 삶아진 닥나무에서 껍질을 벗겨낸 것은 흑피라고 하고, 한 번 말린 흑피를 다시 물에 불려서 속살을 가려낸 것을 백피라고 한다. 말려 두었던 백피를 한동안 흐르는 물에 담갔다가 메밀대나 콩대를 태워 만든 잿물에 넣어 삶는다. 알맞게 삶아 지면 다시 맑은 물에서 잿물을 빼내고 잡티를 일일이 골라낸다. 매질을 해서 곱고 섬세하게 분해된 백피를 크고 깊은 통에 넣는다. 여기에 황촉규(식물의 뿌리)를 으깨어 끈적끈적한 닥풀을 넣고 잘 섞는다. 그 액을 발에다 걸러 종이를 얇게 떠낸다. 발을 조절하여 두께나 크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사용하는 발의 종류에 따라 외발뜨기와 쌍발뜨기가 있다.

 
1. 화지의 규격
주로 사용하는 화지의 크기는 2자 2치(66cm)×4자 1치(123cm) 또는 2자 4치(72.74cm)×4자 3치(130cm)정도다. 자르지 않은 종이 전체를 전지라고 하고, 반으로 접은 것은 반절지, 3번 접은 것을 1/3절지, 4번 접은 것을 1/4절지라고 한다.

화지의 규격
 
2. 재료에 따른 종이의 종류
화선지닥나무 껍질과 펄프를 섞은 것으로 그림용 종이.
주로 사군자, 채묵화, 화조도 등을 그림
마지삼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
장지닥나무 껍질로 만든 것(닥종이나 저지라고도 함)
※ 순지 - 닥나무 껍질과 펄프를 약간 섞은 것
옥판선지대나무 속껍질로 만든 것
당지중국에서 만든 종이 (닥나무 껍질과 어린 대나무 속껍질로 만듦)
펄프로 만들며 신문지, 시험지 등에 쓰임
창호지닥나무 껍질과 펄프를 섞어 문에 바르는 종이
생지와 숙지생지 : 반수를 칠하지 않은 것(먹물이 잘 스며듦)
숙지 : 반수를 칠한 것(먹물이 잘 스며들지 않음)
※ 반수-백반과 아교를 섞은 물, 포수-반수를 칠하는 과정
태지가는 털과 이끼를 섞어 만든 종이로 연하장 등에 씀
 
3. 쓰임에 따른 종이의 종류
복사지불경, 고서, 족보의 영인에 쓰이면 복사지라 함
소지불에 태워 신령께 소원을 빌면 소지라고 함
(※ 불에 태우면 보통 다른 종이는 그 재가 땅으로 내려앉지만 결이 좋은 한지는 그 재를 하늘로 띄울 수 있다. 때문에 옛사람들은 지방이나 상소문 축원문 등에 반드시 이 종이를 써서 자신의 뜻을 하늘이나 나라에 알렸다.)
좋은 그림은 아교포수부터 판가름

박수학

아교는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최고의 접착제였으며 동양미술이나 서양미술에도 없어서는 안 될 필요 불가결한 재료로, 동양의 고대 고분벽화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벽화에도 사용되었다. 아교포수를 잘해야 안료가 화면에서 떨어지지 않고, 고유의 색을 잘 유지한다. 아교는 재료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우선 아교는 소가죽을 가공할 때 남는 진피로 만든다. 민어나 다른 생선의 부레로 만드는 것은 어교라고 하고, 기타 동물의 진피로 만드는 것은 녹교라고 한다. 형태는 작은 구슬과 같은 것, 각설탕처럼 네모난 것, 긴 막대형으로 생긴 것 등이 있으며, 현대 안료에는 아교가 포함되어 있어 사용의 편의를 도모하기도 한다.
 
1. 아교 끓이는 법
*준비물 : 아교 50g, 물 500~1000cc, 백반 2g, 냄비, 스푼, 휴대용 가스버너, 기타
① 먼저 아교 50g, 물 500~1000cc를 넣고 3~5시간 물에 담가둔다.
② 담가둔 아교가 퉁퉁 불어졌을 때 중불 50~80°C 로 끓인다.
③ 백반(명반)을 넣고 다시 100°C로 팔팔 끓여 식힌 다음 냉장실에 넣는다. 동절기에는 굳으면 뜨겁게
끓이거나 뜨거운 물을 넣으면 녹는다. 하절기에는 냉장실에 5~7일 보관해도 무방하나 오래두면 아교가 상하여 냄새가 난다. 기한이 지나기 전에 다시 끓여 식힌 다음 보관하면서 반복하면 된다.

 
아교포수 하는 법2. 아교포수 하는 법
화지에 포수하는 방법 (화선지, 순지, 장지 등) 끓인 아교에 물 500cc를 추가해서 한 번 더 끓인 다음 평붓으로 앞뒤를 골고루 칠한 다음 서포나 화포에 널어 말린다.
*서포 – 글씨 쓸 때 까는 담요나 융, 기타
*화포 – 그림 그릴 때 까는 담요나 융, 기타

※주의할 점 : 평붓으로 칠할 때 너무 힘을 주어 화지가 밀리지 않도록 살살 칠해야 한다.

 
3. 노방(생사)포수 사용법

먼저 화틀을 만든다. 작은 나무목(7~10cm 넓이에 40~60cm 크기)에 양끝을 밀가루 풀로 2cm 넓이로 노방을 붙여 말린 다음 큰 나무목(7~10cm의 가로, 150×200cm 세로)에 똑같은 길이로 못을 박고 양쪽사이를 밀가루 풀로 붙여 말린다. 화지포수하는 방식으로 앞뒤를 골고루 포수를 한다.

※주의할 점 : 한 부분에 몰려있지 않게 해야 되며 수평을 유지해서 말려야 한다. 다 말린 다음 손가락으로 두드려서 쇳소리가 나면 포수가 잘 된 것이다.

Tip. 아교사용 비법
– 아교포수에 후추 끓인 물을 넣으면 벌레를 예방할 수 있다.
– 백반은 화지에 번짐을 막고 노방에는 결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좀이 슬지 않는다.
– 그림이 번지는 것은 아교와 백반의 비율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수학 profile

*대한 명인 62호
*한국전통민화연구원
*(사)한국미술협회 전통공예분과 자문위원
*대한민국 전통공예협회 및 전북 전통공예인 협회 고문
*한일미술교류회 부회장
*(사)한국민화협회 지도자과정 수료
*조자용 기념사업회 제1회 대갈문화상(작가부분) 수상
*(사)한국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존협회 회원
*한국민화창작회 및 가회민화아카데미 회원

저자에 관하여

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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