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연 작가의 리메이크 창작민화 – 사랑으로 그려낸 행복의 민화

내 그림의 모토는 사랑과 행복이다.
그림을 보는 누구라도 고된 현실에서 해방되어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사랑과 행복에 관대해지기를.

글·그림 조하연 작가


어린 시절 누군가 장래희망을 물으면 스스럼없이 화가라고 답했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처럼, 민화를 배우면서 늦게라도 꿈을 서서히 이뤄가는 듯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시간이 멈춰진 느낌이었다.
문화센터 수업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배움의 욕구와 민화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갈 즈음, 지인을 통해 설촌 정하정 선생님의 화실에 가게 됐다. 그곳에서 들은 “전통의 정신적 맥락을 잇되 자신의 그림을 그리라”는 말씀이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그 후 선생님의 깊이 있는 지도 아래 전통과 창작을 병행하며 민화를 배워 나갔다. 선생님은 그림 그리는 기술을 알려주기 전에 민화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상의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도록 가르쳐주셨다. 새로운 것은 형태가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에 달려있었다. 창작에 대한 부담감이 찾아올 때마다 그것을 쉽게 털어낼 수 있는 것은 그간의 지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도2 <사랑 1, 2>, 2016, 순지에 분채, 한국화물감, 각 60×48㎝이



창작민화를 그릴 때는 틈틈이 그린 습작을 참고했다. 습작은 민화가 실린 책과 도록을 보다가, 혹은 어떤 사물을 보고 표현하고 싶은 주제와 함께 생각나는 대로 한 장 한 장 메모하듯 스케치북에 그려본 것들이다. 완성된 그림이 아니다. 지우개질을 수없이 거친다. 작품으로 탄생하기 위한 숨겨진 퍼즐 조각이다. 민화 중에서 자유분방한 필치로 표현한 ‘락도樂圖’를 좋아하는데, <사랑은 꽃비를 타고>(도1)는 락도의 봉황 그림을 내식대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특히 달빛 아래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모티브는 다른 그림의 배경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창작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아 스케치북에 무심코 그려본 <사랑 1, 2>(도2) 배경에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선을 그려 넣어 발을 드리운 효과를 냈다. 작업은 고생스러웠다. 그래도 어미 닭이 병아리에게 품는 사랑과 남녀 간의 풋풋한 사랑에 어울리는 생동감을 주어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도3 <행복한 일상>, 2017, 순지에 분채, 한국화물감, 80×110㎝

민화는 민화, 그걸로 족하다

전통민화는 원본대로 옛 사람들의 조형미를 탐구하는 재미가 있고, 창작민화는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이기 때문에 완성의 순간 희열이 크다. 또 옛 민화에서 영감을 받아 나만의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 공모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때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행복한 일상>(도3)은 공모전 준비를 위해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상을 받은 작품이라서 의미가 남다르다. 작품 속 흐트러진 책거리는 낯설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림을 그리는 일상적인 공간과 작은 행복을 즐길 줄 아는 여유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또한 현실의 사물과 민화의 소재가 뒤섞인 다층적 공간에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다양한 요소들이 전통과 현대의 맥락 안에서 살아 숨 쉬게 된다.

도4 <길상의 연못>, 2018, 순지에 분채, 한국화물감, 100×75㎝



민화의 가장 큰 특징은 도상에 도상을 더하면 길상적 의미가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창작민화는 소재를 차용할 수 있는 폭이 넓지만 닭이나 봉황, 물고기를 많이 그리는 편이다. 물고기는 기독교에서 그리스도를, 불교에서는 수행정진을, 민화에서는 출세를 상징하기도 한다. 달 밝은 날 연꽃이 핀 연못에 물고기들이 노니는 <길상의 연못>(도4)에는 연꽃과 연밥의 상징을 빌려 우리 가족과 딸아이의 앞날이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그러나 그림에 구구절절한 설명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각자 자신의 관점과 감상대로 느끼면서 잠시라도 마음을 기댈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


조하연 작가는 설촌 정하정 작가를 사사하고,
설촌창작민화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한국민화진흥협회 회원이며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8년 6월에 개설한 네이버 밴드
‘행복을 그리는 민화’의 리더로 활동중이다.


전시
2016 한국민화 아름다운 색채여행전
2017 민화 특별기획전 <한국민화를 조망하다>
2017 설촌창작민화연구회 리메이크전
2017 경기도박물관 특별초대전 <경기 옛 이야기>
2019 (사)한국민화진흥협회 중국청도지회 설립기념전
2020 (사)한국민화진흥협회 임원특별전
2020 네이버 밴드 회원전 <민화가 좋아서>
초대전 및 그룹전 다수

수상
2016 제52회 인천시 미술대전 민화부문 특선
2017 (사)한국민화진흥협회 전국민화공모대전 장려상
2017 (사)한국민화협회 대한민국민화공모대전 특선
2018 한국민화뮤지엄 대한민국민화대전 장려상
2018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장려상
2018 대갈문화축제 현대민화공모전 특선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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