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자용을 읽지 않고 민화를 말하지 말라

조자용 전집

호사유피虎死留皮 인사유명人死留名.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사람은 이름을 남겨야한다는 말이다.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기 위해서는 죽은 후 벗겨내는 방법뿐이지만, 사람이 이름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방법은 많다. 학자, 연구자의 경우는 그 어떤 기행奇行이나 활동보다도 글로 인해 이름을 알리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영예로운 일일 것이다. 민화를 포함한 민문화民文化에 심취해 폭넓은 저술로 이름을 날린 대갈 조자용의 일생을, 완성도 높은 전집을 통해 만나본다. 조자용 이름 석 자를 제목으로, 표범가죽무늬를 표지에 새긴 세 권의 책이다.

민문화民文化 연구의 시작, 조자용으로부터

외부로부터 유입된 표층문화와 대별되는 개념으로, 민족과 지역이 지닌 전통적이고 고유한 서민문화를 기층문화라고 한다.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해 민화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전에도 당연히 민民의 그림을 비롯한 기층문화는 존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층문화는 지금처럼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혹자는 이를 얕잡아보거나 가치가 낮은 것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아직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층문화, 특히 민화의 경우 과거에 비해 그 존재와 가치가 높이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는 민화작가와 학자, 수집가 등 많은 이들의 활동과 노력이 있었지만, 애초에 그 시작이 가능하게 했던 인물로 조자용 선생을 꼽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대갈 조자용 선생은 민民을 모태로 민화, 민중, 민속, 한, 얼 등 기층문화의 근원에 대한 연구로 일평생을 살아왔다. 또한 이렇듯 민화를 포함한 본인의 연구분야를 민문화民文化라고 명명하고, 수집과 전시 등 지금의 민화가 있기까지의 초석을 닦는 모든 활동에 전념을 다했다.

민화의 기원과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

올해는 조자용 선생이 타계한 지 15년이 되는 해로, 지난 1월 1일에는 그의 호를 딴 문화제가 2회째 열리기도 했다. 축제 이름이 대갈민화제가 아닌, 대갈문화제이듯 그가 맺은 결실이 비단 민화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자용이 민화와 관련해 남긴 저술은 그것을 제외하면 민화의 개념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요한 근간이 된다. 이번에 발행된 조자용 전집은 <한얼의 미술>, <한국 민화의 멋>, <한화 호랑도> 등 40권이 넘는 단행본과 도록, 팸플릿 등에서 민화와 민문화에 관련된 글들을 한데 모았다. 수록된 논저의 면면을 살펴보면 민화 작가, 연구가 등 민화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자들에게 감히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이는 전집에 수록된 조자용의 사상과 논저가 모두 반박할 수 없는 진리라거나, 세 권의 책 안에 민화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민화가 어떻게 개념이 정립되고 어떤 맥락에서 자리잡아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면, 조자용 전집은 꼭 거쳐야할 필수 관문과도 같다.
최근 민화작가들 중에서도 민화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창작의 갈피를 잡아가는 이들이 늘었다. 떠나온 장소와 자신의 위치를 안 후에야 비로소 나아갈 방향을 잡아갈 수 있듯, 민화를 연구하고 창작하는 이들이 민화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민화계의 탄탄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민화를 이해하고 민화가 나아갈 길을 구축해나가기 위한 기반으로 조자용 전집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정리 : 박인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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