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민화와 나무꼭두 ③내세의 염원을 담은 인물상 꼭두

시중드는 꼭두, 목인박물관

민화는 현세에서의 복과 장수를 염원하는 뜻을 담고 있고, 나무꼭두는 내세에서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내세와 현세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으로 악귀나 재앙의 침입을 막고자하는 염원의 맥은 대동소이하죠. 이번 호는 나무꼭두의 소재와 상징성이 민화와 얼마나 많이 닮아 있는지에 대해 인물상 꼭두를 통해 살펴봅니다.

인물상 나무꼭두는 상여 장식 조각 중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시대와 신분에 따라 조금은 차이가 나지만 대체로 관료, 양반, 상민, 종교인(승려, 불교신도, 무당 등), 광대 등의 현실 속 인물과 염라대왕, 저승사자, 동방삭, 신선, 도깨비 등 신격화된 이상 속에 있는 인물로 크게 나눌 수 있죠.
짐작되듯이, 전자의 현실 속 인물상은 당시 생활상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입니다. 이는 남자·여자 꼭두, 동자·동녀 꼭두, 악공·광대 꼭두 등으로 다시 구분되는데요. 망자의 마지막 가는 저승길을 수행하거나 시중드는 구실 또는 흥겹게 놀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수행하고, 시중들고, 놀아주는 현실 속 인물상 꼭두

수행하는 꼭두는, 조선시대에는 창이나 칼을 든 무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흥미롭게도 칼을 든 순사, 해방 이후에는 총을 들었거나 철모를 쓴 국군 등도 등장합니다. 또한 중국사람 같은 인물이나 중국풍의 옷과 모자를 쓰고 있는 인물상 등 이채로운 모습도 눈에 띕니다. 이들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똑같이 망자가 저 세상으로 향하는 길에 잡귀신을 쫓고 서광을 비춰주는 호위병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시 똑같이 망자의 신분과 지위를 높여 주는 구실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 수행하는 꼭두의 역할은 상고시대의 순장殉葬 풍속 전통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중드는 꼭두는 복종僕從, 시녀侍女 등 여성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나 간간히 동자童子가 시중을 드는 장면도 눈에 띕니다. 나이 어린 동자를 등장시킨 것은, 동자가 불교나 무속에서 보살, 명왕, 산신 등의 곁에 있으면서 시중들기도 하였기 때문이죠. 또한 동자가 항시 사람들의 곁에 있으면서 그 사람의 선악행의를 명부에 기록하고 하늘에 보고하는 일을 맡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들 역시 수행하는 남자 꼭두처럼 망자를 악귀로부터 보호하고 망자의 신분과 지위를 높여 주는 구실도 한 것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놀아주는 꼭두는 악공樂工, 광대廣大, 재인才人 등이 있습니다. 물론 짐작되듯이 이들을 상여에 꽂는 것은 이별, 불안, 슬픔을 극복하고 즐거움을 주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였습니다. 말하자면 이들을 상여에 꽂는 것은, 망자가 저승 가는 길에 갖가지 재주로 망자를 위로하고 지루함이나 무서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이른바 악기를 불거나 치는 모습, 춤을 추는 모습, 물구나무를 선 모습 등 갖가지 동작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은 다름 아닌 망자가 저승 가는 길에 풍류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수행하는 꼭두, 꼭두박물관
놀아주는 꼭두, 목인박물관
시중드는 꼭두, 목인박물관
염라대왕, 이상 속  인물 속 꼭두, 목인박물관
 
윤회와 신선사상을 담은 이상 속 인물상 꼭두

한편 후자의 이상 속 인물상 꼭두는 당시의 민간신앙과 더욱 깊게 결부되어 있습니다. 즉 불교의 윤회에 대한 생각이 깊게 반영되어 있으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저승에서 이룰 수 있다는 도가의 신선사상이 깊게 반영되어 있죠.
상여 용마루 위에는 주로 죽음을 관장하는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동방삭 등이 차례로 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초월적 존재로 망자의 저승길을 동행하면서 지켜주는 구실을 합니다.
앞서도 일면 언급했듯이, 우리 선조들은 사람이 죽는 것은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온 저승사자에 의하여 육신과 영혼이 강제로 분리되고, 영혼은 저승사자에 이끌려 저승으로 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이 혼백을 안내하면 저세상 좋은 곳으로 갈 것이라 믿기도 했죠. 즉 염라대왕, 저승사자, 동방삭 등이 안내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 이 상여에 타고 계시니 삿된 것들은 얼씬도 못할 것이라는 자손들의 안심이 담겨 있습니다.
저승사자는 일직사자, 월직사자, 병부사자, 강림도령 등 다양하지만, 대체로 갓을 쓰고 포를 입고 현실 속 호랑이, 말 등과 이상 속 용, 해태 등을 타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서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들도 염라대왕 앞에서 심판을 받기 전까지는 망자가 나쁜 영향력의 침입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구실도 했으며 그래서 대부분 무기를 들고 있거나 더욱 전투적이고 위협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상여 위 칸 맨 오른쪽에는 방상씨方相氏 탈을 매달고 아래 칸 맨 왼쪽에도 방상씨 조각을 꽂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방상씨는 네 개의 금빛 눈알로 사방 어느 구석에 스민 귀신도 찾아서 잡아먹는다는 동양 고대의 신물神物입니다. 그래서 긴 칼 혹은 창을 휘두르는 방상씨 꼭두를 꽂거나 매달아 상여가 지나갈 저승길을 닦는 구실을 맡겼습니다. 그래서 방상씨 나무꼭두는 네 개의 금빛 눈알로 사방을 보면서 잡귀들에게 앞길을 막아서지 말고 썩 물러나라고 호령하는 매우 긴장감에 차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상여 앞에 꽂는 용수龍首나 귀면鬼面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건대 상여가 지나갈 저승길을 방상씨나 용수龍首 그리고 귀면鬼面 등이 닦으면, 망자는 저승사자나 동방삭, 신선 등의 안내를 받으면서 편안하게 저승으로 간다고 여겼을 것입니다. 저승길 안내자로 이들처럼 중요한 인물이 이 상여에 타고 계시니 잡귀들은 썩 물러나 길을 방해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신격화된 이상 속 인물꼭두는 민화와 더욱 많이 닮아 있습니다. 염라대왕, 저승사자(일직사자, 월직사자, 강림도령), 동방삭, 방상씨, 신선 등의 이상 속 인물들은 매우 이채로운 소재로 여겨지지만, 이는 민화 장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이며 상징성 역시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구분소재상징성
현실 속 인물꼭두남자·여자 꼭두, 동자·동녀 꼭두, 악공·광대 꼭두 등저승길을 수행하거나 시중들고 또 흥겹게 놀아주는 구실을 한다.
이상 속 인물꼭두염라대왕, 저승사자, 동방삭, 신선, 도깨비 등이승과 저승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초월적 존재로 망자의 저승길을 동행하면서 지켜주는 구실을 한다.
 

글 : 김용권 (문학박사/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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