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 Ⅰ. 머리말
• Ⅱ. 어해도의 상징적 의미
  

     1.입신출세 2.부귀유여 3.수복장수 4.부부화합 5.다산기자 6.가내평안 7.길상벽사

• Ⅲ. 조선 왕조 후반기 어해도의 상징적 특징

     1.한국적 발음체계에 따른 상징적 의미부여
     2.과거제의 폐지에 따른 길상적 상징의 증가
     3.지방색이 뚜렷한 어종의 증가와 상징적 의미의 확대

• Ⅳ. 맺음말

Ⅰ. 머리말

어해도(魚蟹圖)란 물고기와 게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넓은 의미에서 수중에 사는 생물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동·서양의 물고기 그림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는 생태적인 특징이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인식되었고, 잉어는 ‘등용(登龍)’하여 입신출세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많이 그려졌다. 또한 왕공사대부들은 물고기를 속세에서 벗어나 유유자적하는 존재로 환치시키기도 하였는데, 이처럼 어해도 제작의 주된 배경은 상징에서 찾을 수 있다.¹⁾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민화의 상징에 관한 연구들은 1928년 노자키 세이킨(野崎誠近)이 지은 『길상도안해제(吉祥圖案解題)』의 자료를 주로 의존하고 있으며, 어해도 상징과 관련된 문헌의 경우 화조도나 영모도의 일부로 소개되고 있을뿐, 어해도 상징 전문서적은 아직 없다. 게다가, 상징연구의 텍스트가 되고 있는 『길상도안해제』에 제시된 내용과 원리는 중국 더 나아가 동아시아의 보편적인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적인 특징까지 설명하지는 못하며, 어해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어해도의 상징성은 대부분 동아시아적인 문맥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를 수용하여 어떻게 한국적 특성으로 발현했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한국적인 상징은 한국인의 취향과 조형 속에서 그 면모를 드러낼 수 있는 까닭에, 민족 정체성의 확립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²⁾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어해도 제작의 주된 배경인 상징적 의미를 살펴본 후, 조선 왕조 후반기 어해도에 나타나는 상징적 특성을 기술하고자 한다.³⁾ 이 과정에서 독특한 한국적 상징을 찾아냄으로써 어해도 상징에 있어서의 우리만의 고유한 한국적 특성과 정체성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1)조에스더, 「韓國の魚蟹圖」, 『祝壽康寧 – 韓國の民畵』, 狹山池博物館, 2012, 12∼25쪽 : 참조.
2)정병모, 「상징으로 본 민화세계」,『한국의 전통문양』, 부산박물관, 2011, 31쪽.
3)　조선시대 회화의 시기 구분은 일반적으로 양식의 변천에 따라 초·중·후·말기인 4기로 나뉘는 것이 아닌, 임진왜란을 경계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크게 나누는 2기로 구분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어해도의 경우 임진왜란 이후에 주로 성행하였고, 한국적 어해도 화풍이 성립된 시기도 임진왜란 이후인 조선왕조 후반기이기 때문이다.

II. 어해도의 상징적 의미

어해도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에 따라 입신출세(立身出世)·부귀유여(富貴有餘)·수복장수(壽福長壽)·부부화합(夫婦和合)·다산기자(多産祈子)·가내평안(家內平安)·길상벽사(吉祥辟邪) 등의 길상적 의미와 군신유의(君臣有義)·은일자적(隱逸自適) 등의 유·도가의 동양 사상적 의미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가·도가의 동양사상적 상징의 경우 물과 물고기의 관계를 임금과 신하의 관계로 인식한 것으로,『삼국지(三國志)』에서 유비(劉備)가 제갈공명(諸葛孔明)과의 관계를 어수(魚水)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한다.⁴⁾
중국의 경우 유가나 도가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초기 어해도 유형인 , 의 제작과 더불어 명나라 황제의 절대권력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해도가 장려되었다. 따라서 주로 사용된 어해도 상징은 ‘왕권강화’와 권련된 ‘잉어숭배’ 즉 <준리도(鱒鯉圖)⁵⁾>, <군선조리도(群鮮朝鯉圖)⁶⁾> 등이 두루마리[橫卷]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조선의 경우도 어해도 유입 초기인 영·정조기는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어해도가 사용되었음을 문헌사료나 자비대령화원의 녹취재 화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⁷⁾ 그러나 왕권강화의 경우, 18세기 서민의식의 성장 등으로 이미 사상적 배경이 되기엔 시의성이 적절하지 않았다. 따라서 문인사대부들이나 서민들도 수용하기에 적합했던 ‘입신출세’를 상징으로 한 만이 초기 어해도 유형 가운데 지속적으로 제작되었고, 상징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염원을 담은 길상적 상징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이나 동아시아의 다른 주변국과는 달리 길상적 상징이 중심을 이루며, 어해도가 제작되었던 것일까? 이는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조선후기의 시대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진·병자의 양란을 거치면서 기복신앙은 더욱 번창하였다. 특히 19세기는 염원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생활주변 기물에 부귀영화, 자손번성, 장수 등 삶의 염원이 담긴 길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조선의 종말을 예고하는 일련의 사건들로 말미암아 팽배해진 위기의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원초적이라고 할 만큼 기복적인 믿음에 의지하게 했다. 길상문화의 수요 또한 왕공 사대부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확산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사회·문화적 배경아래 호사가의 취향을 고려한 길상적 상징을 담은 어해도가 성행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⁸⁾ 그러므로 본 논문에서는 길상적 상징을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하며, 지면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화제나 작품에 관해서는 본문 및 주석에 간략히 기술하고자 한다.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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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신출세 (立身出世)
일반적으로 ‘입신출세’라 하면 높은 벼슬에 올라 많은 봉급을 받아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누구나 귀하게 되기를 바라는데, 여기서 귀함이란 높은 지위, 높은 벼슬을 가리킨다. 길상으로 대변되는 복·록·수 중 입신출세를 해서 벼슬길에 오르게 되면, 관직에 해당하는 록(祿)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의 창출과 존경까지 한 몸에 받게 되니, 복(福) 또한 더불어 오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주제에 복·록의 길상뿐 아니라 존경까지 담고 있어, 어해도에 있어서 많은 제작을 가능케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양반 지식인들은 과거를 통한 입신출세를, 중인이나 양민들은 기술직이나 상업을 통한 성공 즉 부의 축척을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어해도 중에서도 입신출세의 주제가 가장 선호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문자로 표현된 길상어에서 복·수·다남자는 많으나 녹은 매우 드물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다른 분야에 비해 어해도에서는 입신출세의 주제가 지배적인 것일까? 일각에선 이를 개인보다 가족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조선시대의 가족주의적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¹⁰⁾ 그러나 어해도에 있어서는 가족주의적 경향과 더불어 직접적인 상징보다는 함의를 담은 상징에 ‘입신출세’를 담고자 한 것으로 보여진다. 조선시대는 예(禮)를 중시하고 청빈함을 자랑으로 삼던 유교적 통치이념을 기반으로 한 사회였다. 그러므로 드러내놓고 관직이나 녹봉 및 출세를 표현하기란 조금은 민망했을 것이다. 따라서 문자와 같은 직접적 표현보다는 자연물에 소망을 담는 함축된 상징이 그들의 바램을 더 잘 표출할 수 있었던 것으로 사려된다. 또한 어해도의 유입 당시 사상적 배경을 유가나 도가의 철학에 두고 있어, 직접적인 소망을 감춘채 개인의 안녕과 출세를 함의에 담은 간접적인 상징으로 표출했던 것이다.
‘입신출세’를 주제로 한 어해도의 어종은 잉어, 쏘가리, 메기, 동남참게[蟹]가 있으며, 주요 화제로는 (그림1, 2, 3), (그림4), <전려도(傳臚圖)¹¹⁾>(그림5), <삼여도(三餘圖)¹²⁾>(그림4, 6), (그림7), <평향구학도(萍鄕劬學圖)¹³⁾>(그림8), , 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제작된 입신출세를 주제로 한 어해도는 새로운 도상의 출현 및 한국적인 어해도 양식의 변용과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등용문’ 고사를 바탕으로 한 는 잉어의 높이 뛰어오르는 도약성에 근거해, 잉어의 대치 어종으로 숭어를 그리기도 하고(그림2), 동해의 일출 및 여의주를 품으려는 웅대한 잉어의 열망을 담아 중국과는 다른 색깔의 한국적 ‘어약영일(魚躍迎日)’로 탄생했다.(그림3)
뿐만 아니라, 쏘가리를 그린 는 우리나라 발음체계에 따른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것으로 약동하는 쏘가리 도상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해 독창적인 한국적 양식으로 발전하였으며, 특히 삼여 화제와 결합해 쏘가리를 소재로 한 가 유난히 많이 제작되었다.(그림4)
또한 메기가 대나무에 오르는 것을 벼슬길에 오르는 것과 동일시한 일화에서 유래된 의 배경을 대나무에서 버드나무로 바꾸어 표현하고 있는데(그림7), 이는 버드나무를 가리키는 柳[liǔ]와 ‘머물다’는 뜻의 한자어인 留[liú]가 동음으로 ‘벼슬길에 오래 머무르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첨가시키고 있다.
그밖에도 입신출세를 상징으로 한 어해도는 여러 화제들을 통해 한국화된 독특한 양식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2. 부귀유여 (富貴有餘)
부귀영화란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귀하게 되어서, 몸이 세상에 드러나고 이름이 빛난다는 말로 전설이나 민담설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으로 즐겨 사용될 정도로 세인(世人)들이 가장 염원하는 덕목일 것이다. 부자가 되면 다른 사람들이 천하게 여기지 않으니 부와 귀는 서로 따라다니는 것이다. 그러나 부와 귀는 엄밀히 따져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없다. ‘부(富)’가 물질적인 풍요를 가져다준다면, ‘귀(貴)’는 정신적 만족감을 준다. 그런데 이런 심리적 만족감은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학문과 인품을 갖추어서 남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경우에도 누릴 수 있다.¹⁴⁾
대표적인 소재로는 금붕어 및 연꽃과 함께 있는 잉어 한 쌍이 있으며, 주요화제로는 <연년유여(年年有餘)¹⁵⁾>(그림9, 10), <금어만당(金魚滿堂)¹⁶⁾>, 가 있다.
특히 화폭에 장식미와 보다 많은 길상적 상징을 담고자하는 바램으로 인해, 연꽃과 쌍어를 함께 그린 의 화제는 조선후기 병풍형식 어해도의 창안과 더불어 수미쌍어(首尾雙魚)¹⁷⁾적 구도를 갖게 되며 , 로 변용 발전한다.(그림10)
또한 ‘부귀유여’의 대표적 소재인 금붕어를 그린 <금 특히 우리가 ‘입신출세’의 상징을 강조는 반면,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풍요를 중시하는 중국인의 성향과 연관된 것으로, 민족적 추이에 따른 상징적 의미 부여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중국에서는 쏘가리를 그린 의 경우도 입신출세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부귀유여’의 상징을 담아 벼이삭이나 나뭇가지에 꿰인 쏘가리를 그리고 있음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수복장수 (壽福長壽)
오복(五福)은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으로, 그 가운데 장수를 의미하는 수(壽)를 첫 번째 자리에 놓은 것은 예로부터 고대인들은 반드시 오래 살아야 여러 복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래 살지 않고서는 선한 일을 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복도 누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장수의 대표적 상징물로는 소나무ㆍ학ㆍ거북이 있다.
어해도에 포함된 ‘수복장수’의 상징물인 거북은 다른 동물보다 수명이 긴 생태적 특성을 인간사에 조응시켜, 장생불사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되었다. 천년을 산다는 거북의 장수와 관련된 기록은『술이기(述異記)』,『상서(尙書)』「홍범(洪範)」,『귀경(龜經)』,『백씨육첩(白氏六帖)』등의 문헌사료와 , 등의 화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수생동물과 관련된 장수의 상징으로는 1년에 한 번씩 탈피를 하는 게의 생태적 특징에 빗대어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의미를 담기도 한다. 주요 화제로는『시경(詩經)』「천보시(天保詩)」에 나오는 ‘구여(九如)’의 의미를 담아 아홉 마리 물고기를 그린 <구여도(九如圖)¹⁸⁾>와 의 함의를 공유하고 있는, 와 가 있다.(그림12)
그밖에 장수와 연계되는 협의의 복은 아니지만 복·록·수 삼복(三福)을 상징하는 어종으로는 복어[河豚]와 전복(全鰒)이 있다.¹⁹⁾(그림13) 특히 전복은 중국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한서(漢書)』에서는 왕망(王莽)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설명하기 위해 전복을 등장시켜 ‘편안한 자리에 앉아 전복만 먹었다’고 적고 있어, ‘수복장수’의 상징인 동시에 ‘부귀유여’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13-5폭) 뿐만 아니라, 복어의 경우도 주로 ‘황복’을 묘사하고 있는데, 그 색채의 상징성에 의한 ‘부귀유여’의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그림13-1폭) 하지만 이 경우 3마리의 복어를 각기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는 삼복의 형태로 주로 묘사하므로, ‘수복장수’와 ‘부귀유여’가 융합된 복·록·수의 삼복(三福) 즉 온갖 복을 희구하는 ‘다복(多福)’의 의미로 해석된다.(그림13)

4. 부부화합 (夫婦和合)
어해도에는 물고기가 짝을 이루고 있는 것이 많다. 원래 쌍은 음과 양을 함께 갖추고 있는 것을 말하므로, 쌍어(雙魚)는 조화, 화합 또는 부부화합의 뜻으로 연결되었다. 동방의 바다에 산다는 전설적인 물고기인 비목어(比目魚)는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 암수가 나란히 하여야 비로소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²⁰⁾ 그래서 사람들은 부부가 서로 의지하고 반려(伴侶)가 됨을 상징하는 쌍어 문양을 애용하였다. 따라서 비목어나 쌍어로 표현된 (그림10, 14)는 부부금슬을 상징하기도 하고, 다복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원래 동양의 우수사상(偶數思想)과 궁합사상(宮合思想)을 바탕으로 발달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의 화가들이 즐겨 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화에서는 구지 가자미로 표현된 비목어를 그린 것이 아니더라도(그림15) 대다수의 물고기를 쌍어로 표현해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그림14)
그밖에도 ‘부부화합’의 대표적인 어종으로는 참돔²¹⁾(그림16)과 조개와 새우를 그린 (그림17, 25, 27)가 있다.

5. 다산기자 (多産祈子)
길상의 대표적 의미인 오복(五福)은 시대마다 조금씩 다르게 형성되는데, 오복이 문헌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서경』「홍범편」이며, 『상서』에서는 오복을 수·부·강녕·유호덕·고종명이라 하였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바램은 서민들의 소망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민간에서 바라는 오복은 『통속편(通俗編)』에 나타난다. 『통속편』의 오복은 수·부·귀(貴)·강녕·자손중다(子孫衆多)로, 남에게 덕을 베푼다는 ‘유호덕(攸好德)’ 보다는 ‘귀(貴)’가 낫고, 자기의 천수(天壽)대로 사는 ‘고종명(考終命)’보다는 자손이 번창하기를 더 바라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귀유여’와 ‘다산기자’의 상징은 후대 서민들의 바램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으로, 조선 후기 왜란과 호란을 거치면서 기복신앙은 더욱 번창하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수명을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법을 다남자와 자손번창에서 찾았다. 특히 생명을 존중하고 생산력을 중요시하며 가부장적 권위가 지배한 전통사회에서는 사내아이를 낳기를 바라는 소망은 단연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손중다의 염원은 여러가지 소재를 통해서 표출되는데, 어해도에 깃들어진 다남자의 소망은 매우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는 생리적 특성과 남근 및 여근을 닮은 어패류는 영락없이 자손번창과 다산기자를 상징적 의미로 담고 있다.(그림18)
‘다산기자’의 경우 물고기의 생리적 특성과 연관된 것으로 다른 상징들이 출현하기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으며, ‘부부화합’의 바탕아래서 이루어진 상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길상적 상징성이 부여되기 이전부터 자손번창의 염원을 어해도와 연결시키는 것을 문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문선(東文選)』 에서 이첨(李詹)이 공민왕이 손수 그린 잉어그림[鯉魚圖]에 찬문을 붙인 내용을 살펴보면, “잉어가 새끼를 많이 낳듯이 자손이 번창하기를 기원했다.”는 ‘다산기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²²⁾ 어해도의 유입과 함께 들어온 사상적 기반인 유·도가보다도 우리나라에서는 알을 많이 낳는 물고기 속신과 관련된 상징이 조선시대 이전에는 더 큰 의미를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6. 가내평안 (家內平安)
유교 문자도 가운데 에 등장하는 잉어는 등용문과 관련된 잉어와는 다른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그림19) 잉어를 효의 상징으로 삼는 이유는, 후한(後漢)의 강시(姜詩)와 진(晉)의 왕상(王詳)의 효심이 지극하여 겨울에 잉어를 구하매, 얼음이 저절로 깨어지며 두 마리의 잉어가 뛰어나왔다는 효행설화 내용과 관련이 있으며, 이후 ‘쌍리어출(雙鯉魚出)’이란 고사가 나오게 된다. 말하자면 문자도에 그려진 잉어는 효행의 상징적 모델로서의 잉어인 것이다. 이러한 효행담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파되어 여러 효자와 효부들의 효행을 설명하는 이야기로 정착되었다.²³⁾ 특히 조선시대에는 효행담을 의도적으로 전파시켰는데, 건국이념인 유교적인 도덕이념을 고취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밖에 나 (그림19)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들은 모두 ‘가내평안’의 상징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7. 길상벽사 (吉祥辟邪)
물고기 문양의 주된 상징인 길상은 『주역(周易)』「계사(繫辭)」의 ‘길상유상(吉祥有祥)’의 줄인 말로 운세가 좋을 징조,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만든 물건이나 문양도 포함될 수 있다. 반면 ‘벽사(辟邪)’는 삿된 것을 물리치는 행위 자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벽사의 목적이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받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벽사는 복을 부르기 위한 또 다른 노력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물고기는 잠을 잘 때에도 눈을 뜨고 있기 때문에 항상 그릇된 것을 경계할 수 있다고 믿어 다락문이나 벽장문 같은 곳에 어해도를 붙여 놓거나 뒤주에 붕어형 자물쇠를 달아 놓기도 하였다.(그림20)
길상을 의미하는 화제로는 ‘쌍어길경(雙魚吉慶)’, ‘연년대길(年年大吉)’, ‘연년여의(年年如意)’ 및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 바라는 ‘만만순(彎彎順)’ 등이 있으나 대다수의 경우 ‘부귀유여’의 의미를 담은 상징으로 한국보다는 중국에서 많이 다루는 주제이다. 그밖에 벽사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 어종으로는 철갑상어가 있다.²⁴⁾ (그림21, 22)

4)어수(魚水)란 물을 임금에, 물고기를 신하에 비유해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이 신료들도 왕의 뜻 안에서 활약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군신간의 친밀한 관계뿐만 아니라, 부자(父子)나 부부간의 친밀한 관계도 ‘어수’ 라 하는데, 이를 볼 때 군자의 도리 즉 삼강오륜을 의미하는 유교 덕목으로 해설할 수 있다.
5)란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잉어는 주로 황제를 상징하기 때문에 ‘황제숭배=잉어숭배’를 주제로 한 어해도로 동음이의어에 의한 상징적 함의를 담고 있다. 중국어로 송어(鳟[zūn])와 잉어(鯉[lǐ])를 합하면 준리([zūn lǐ]鳟鯉–>尊鯉):잉어(황제)를 존경한다가 된다. Hou-mei Sung, “Fish”, DECODED MESSAGES-The Symbolic Language of Chinese Animal Painting, Cincinnati Art Museum, 2009, pp. 232∼239.
6) 또는 로 명명되는 화제의 경우 ‘잉어숭배=황제숭배’를 사상적 기반으로 하여,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이 황제인 잉어에게 알현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어해도이다. Hou-mei Sung, 앞의 논문, pp. 240∼243 : 참조.
7)초기어해도의 기원과 유형에 관해서는 조에스더, 「조선 후기 어해도 연구」, 경주대 박사학위논문, 2012 : 참조. 자비대령화원 녹취재 화제는 강관식, 「규장각 자비대령화원 연구」, 한국학대학원 박사논문, 2000.
8)조선후기 길상문화의 확산에 대해서는 홍성표, 「조선후기 기복호사풍조의 만연과 민화의 범람」,『반갑다 우리민화』, 서울역사박물관, 2005 ; 정병모, 「조선민화론」,『반갑다 우리민화』, 서울역사박물관, 2005.
9)어해도의 상징적 의미와 관련된 구체적인 화제나 문헌사료 그리고 작품 및 어종의 분석에 관해서는 조에스더,「조선 후기 어해도 연구」, 27∼93쪽 : 참조.
10)정병모, 「상징으로 본 민화세계」, 38쪽.
11)란 게가 뭍으로 올라 갈대를 잡고 있는 형상을 그린 해도(蟹圖)로 ‘게가 갈대를 전한다’는 의미인 전로(傳蘆[chuán lú])의 갈대 로(蘆[lú])가 려(臚[lú])와 동일한 중국 병음을 갖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상징으로, ‘금전(金殿)에서 이름이 불리는 최고의 영애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12)학문하는데 가장 좋은 여가시간을 의미하는 ‘삼여’를 세 마리 물고기에 빗대어 그린 그림인 는 『삼국지』 동우의 고사를 바탕으로 한다. 물고기 어(魚)는 여유의 여(餘)와 중국 성음이 [yú]로 같아서 서로 대치함으로써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본디 일반적인 3마리 물고기로 그려졌으나, 조선에서는 입신출세의 상징인 잉어나 쏘가리로 표현되었으며, 한국적 도상의 변용과 발전이 이루어진 대표적인 어해도이다.
13)란 ‘어변성룡’을 주제로 하여, 동음유감작화법에 의해 더 많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어해도이며, ‘타향살이의 고생에도 불구하고 배움에 힘써서 공부를 마치고 등용되다(萍鄕劬學 了業登龍)’란 의미이다.
14)허균, 「전통 미술에 나타난 길상과 상징」,『길상-염원을 그리다』, 부산박물관, 2011, 192쪽.
15)는 쌍어(雙魚)와 연꽃을 함께 그려서, 재물이 풍부하여 모자람이 없고, 정신적 여유가 항상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연(蓮)’이 ‘연(年[nián])’과 발음이 같고, 물고기 ‘어(魚[yú])’가 중국 발음으로 넉넉하다는 의미인 ‘여(餘[yú])’와 동음동성 [yú]이기 때문이다.
16)이란 노자 『도덕경』의 한 구절로 ‘금과 옥이 집안에 가득하다’는 의미를 지니며, ‘부귀유여’의 대표적인 소재인, 금붕어를 그린 어해도이다. 金魚(금어[jīn yú])→金餘(금여[jīn yú])→金玉(금옥[jīn yù])으로 이어지는 연음우의에 의한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17)수미상어(首尾相魚) 또는 수미쌍어(首尾雙魚)적 구도란 화폭 아래에는 위를 향해 도약하는 물고기를, 위에서는 내려오는 물고기를 그린 형식으로 어해도의 경우 세로로 긴 병풍형식이 많아 후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구도이다. 이를 변용해 중앙에 전복이나 작은 고기를 두는 삼단구도, S자구도와 병렬구도로도 변용 발전한다.
18)는 魚(어)자와 如(여)자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아홉 마리의 물고기[九魚]를 그려서 구여(九如)의 의미를 나타내는 화제로, ‘구여’가 수록된 는 임금을 변함없는 자연과 비교하면서 칭송하는 것이며, 군신유의와 관련된 동양사상적 상징이다. 하지만 산과 언덕, 해와 달 및 송백(松柏) 등은 모두 장수를 상징하는 자연물들로, 후대의 경우 소재의 의미를 회복해 장수를 기원 축수화로 사용되고 있다.
19)황복과 전복은 우리나라에서는 18세기 이후 통신사를 통한 일본과의 문화적 교류와 더불어 수용된 어종으로, 일본어의 동음에 의한 연음우의법으로 상징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20)『이아(爾雅)』에서는 “동방의 바다에 비목어가 있는데, 이 물고기는 눈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암컷과 수컷이 나란히 하여야 비로소 헤엄칠 수 있으며, 이들을 접(鰈)이라 이른다.”고 한다. 접어(鰈魚)는 가자미를 가리키는 것으로 어해도로 표현될 때는 납작한 형태의 유사성에 의해 ‘가자미’나 ‘병어’로 그려지기도 한다. 王圻 · 王思義, 『三才圖會』권6, 민속원, 2004.
21)도미는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어류로 일몰때만 암수가 산란과 방정을 하고 철저하게 일부일처제를 지키는 습성 때문에 부부화합의 상징과 일부종사하라는 도덕적인 의미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참돔의 일본 명칭인 타이(たい)는 축하한다 또는 경사스럽다는 의미인 ‘메데타이(めでたい)’에 たい가 포함되어 있어, 일본어의 동음에 의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박수현, 『바다생물 이름 풀이사전』, 지성사, 2008, 52∼54쪽.
22)이첨(李詹), 『동문선(東文選)』51卷 .
23)김종대, 『33가지 동물로 본 우리문화의 상징세계』, 다른세상, 2001, 347∼351쪽.
24)철갑상어는 조선 후기에는 용(龍)이 될 수 있는 어종의 하나로 보아서 왕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단단한 판 모양의 비늘과 ‘철갑장군’의 별칭과 더불어 삿된 것을 막아주는 벽사의 의미를 담는다.

III. 조선 왕조 후반기 어해도의 상징적 특징

어해도의 상징성은 특정한 의미를 부여받게 된 연유가 무엇인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창출되는데, 대개 다음 세 가지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①자연의 이치 즉 물고기의 고유한 생태나 속성을 의인화시켜 해석하기도 하고, ②중국문화의 전래를 통해 명칭의 발음과 관련된 쌍관어(雙關語)의 동음유감작화법(同音類感作畵法)²⁵⁾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거나, ③각종 고전적 명구나 일화를 묘사하여 그 상징적 의미를 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물고기가 알을 많이 낳는다는 속성에서 ‘다산기자’를 상징하게 되는 것은 ①에 속하며, 풍요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물고기의 ‘어(魚)’자가 여유로운 ‘여(餘)’자와 [yú]로 중국 발음이 같아 의미를 바꾸어 쓰기 때문에 형성된 상징으로 ②에 해당된다. 그리고 잉어나 메기가 ‘입신출세’의 상징이 된 것은 등용문(登龍門)과 점어상죽(鮎魚上竹)의 고사와 관련이 있으니 ③의 경우이다.
상징적 의미부여 방식에 따라 어해도를 분석해 보면, 동음이의어로 읽는 법이 고전 명구(名句)나 우의(寓意)로 읽는 법보다 많았고, 대다수의 경우 중국의 문헌에 근거한다. 하지만 일본어나 한국어 발음에서 유래한 것도 나타나고 있다. 고전적 명구나 일화로 상징의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는 대부분 중국의 고사나 문헌기록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속·민간속담과 관련된 물고기인 숭어, 전어, 준치 등이 후대에 들어 많이 그려졌다. 또한 고전 명구의 경우 중국에서는 많이 그려지던 ‘왕권강화’의 주제들이 우리나라 어해도에서는 그 상징적 의미가 전환되거나, ‘입신출세’와 관련된 부분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다. 우의나 의인화적 해석에 의한 의미부여 방식의 경우, 물고기의 속신과 관련된 ‘부부화합’과 ‘다산기자’는 후대 민화어해도 상징의 기반을 이루며, 다복(多福)의 의미를 담게 된다. 또한 일본과의 통신사행을 통한 문화적 교류가 특히 바닷고기와 관련된 부분에서 엿보인다. 예를 들어 참돔이나 고등어, 복어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조선 왕조 후반기 어해도의 상징적 특징을 한국적 발음체계에 따른 상징적 의미부여와 과거제의 폐지에 따른 길상적 상징의 증가 및 지방색이 뚜렷한 어종의 증가와 상징적 의미의 확대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기술하고자 한다.²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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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적 발음체계에 따른 상징적 의미부여
물고기나 배경기물의 명칭과 관련된 쌍관어에 의한 동음유감작화법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중국어에 근거한다. 그러나 복어(하돈(河豚[ふぐ])와 전복(鰒[ふぐ])을 복(福[ふく])의 상징으로 보아 ‘수복장수’의 상징적 함의를 담는 것은 일본어의 발음에서 유래한 것이며, 한국적 발음체계에 의한 것으로는 쏘가리를 그린 및 조개와 새우를 그린 에서 나타난다. 특히 이 두 화제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만 ‘입신출세’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어, 동일 어종의 물고기를 그려도 그 함의가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발음체계에 근거한 한국 고유의 상징성은 우리만의 독특한 어해도 양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다수의 용례가 있지만, 한국적 발음체계를 따른 대표적인 어해도인 와 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농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인 쏘가리를 그린 그림을 우리나라에서는 라 한다. 이는 대궐 궐(闕)자와 쏘가리를 가리키는 한자인 궐(鱖)의 발음이 동일한 이유를 들어, 쏘가리를 궁궐, 즉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등용되는 것’으로 해석한다.(그림4, 24) 그러나 이것은 쏘가리를 가리키는 중국어인 계어(桂鱼[guì yú])가 고귀하고 여유있다는 ‘부귀유여’의 상징어인 귀여(貴餘[guì yú])와 중국성음이 동음동성인 까닭에 연유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부귀유여’와는 다른 ‘입신출세’의 바램을 담아 사용하였다.
이는 쏘가리를 가리키는 한자 ‘鱖’의 발음인 ‘궤’가 ‘궐’로 잘못 전해져 나타난 현상으로 중국 성음의 오용(誤用)이 한국화된 상징이다. 1614년에 간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인 이수광(李睟光)의『지봉유설(芝峯類說)』에서 이미 쏘가리에 대해 ‘궐’이라는 발음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쏘가리[鱖]는 곧 지금의 금린어(錦鱗魚)이다….(중략)…..세상에 전하기를, 이것은 천자가 좋아하는 것이어서 천자어(天子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고하건대 鱖의 음은 ‘궤’이다. 세상에서 이것을 입성(入聲)으로 읽어, ‘궐’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²⁷⁾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유서에 수록된 쏘가리의 이명(異名)을 통해서도 발음의 오용으로 인한 한국적 상징임을 확인케 한다.²⁸⁾(그림23) 또한 중국 길상문양의 대표적 표현법인 연음우의(延音寓意)에서도 입신출세와 관련된 쏘가리의 문양이나 길상어가 전해지는 바가 없다. 따라서 쏘가리의 한자음을 ‘궐’로 발음해, 궁궐에 들어가 관직을 부여받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중국 발음의 오용에 인한 한국적 상징이 분명하다고 여겨진다.²⁹⁾
조개와 새우를 그린 그림인 하합도는 회갑, 진갑, 고희, 혼례 등의 잔치에 선물하는 용도로 쓰였다. 이는 새우를 뜻하는 ‘하(蝦)’와 조개를 뜻하는 ‘합(蛤)’자의 독음이 축하의 ‘하(賀)’와 화합의 ‘합(合)’자와 같기 때문에 서로 교체해 사용된대서 유래한다.(그림25, 27) 그러나 ‘하합(蝦蛤[xiā gé])’를 ‘화합(和合[hé hé])’으로 보는 것은 앞서 언급한 나 등과 같이 중국식 병음이 아닌 한자 동음이의어에 의한 한국적인 상징으로 짐작된다. 하합도의 중국식 병음을 살펴보면, 하합(蝦蛤[xiā gé] ↔ 賀合[hè hé] 또는 화합(和合[hé hé]))으로 표기되고 있어, 두 단어 음가상의 유사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중국에서는 새우를 소재로 한 그림의 경우 동음이의어에 의한 것보다는 새우의 형상과 동작에 의미를 부여한 상징을 담고 있다. 새우를 관찰해 보면, 전신에 갑옷 같은 껍질을 두르고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약동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이 순조롭고 때에 잘 맞게 풀린다는 의미를 부여한 ‘만만순(彎彎順)’의 화제를 주로 표현하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를 ‘하합상하(蝦蛤相賀)’라는 화제로 부부간의 화합이나 왕과 신하가 화목해야 한다는 의미인 충절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자도의 ‘충(忠)’자 그림에 화합이란 개념이 들어간 이유는 나라에 충성함으로써 군신(君臣)의 화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다.³⁰⁾(그림26) 특히 ‘부부화합’과 연관된 의 경우, 조개는 여성의 생식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성적인 내용을 담는 그림의 소재로 사용되었는데,³¹⁾ 이는 조개의 생김새가 여근(女根)을 닮았다하여 다산과 풍요의 상징이 되었다. 여성을 상징하는 조개위로 남근(男根)을 닮은 바위와 유난히 통통한 새우의 머리는 동음에 의한 중의적 상징인 동시에 성적 상징을 담고 있다.(그림27) 특히 조선 말기 이후, 민화 어해도에 등의 성적 상징화가 많이 표현되어 있다.(그림14, 18, 27) 이는 당시의 암울한 시대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동시에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의 염원을 중첩해 나타낸 것이다.
그밖에도 한국적 발음체계를 따른 상징적 의미부여가 이루어진 어해도로는 긴 수염이 있을 뿐만 아니라 등이 굽어 바다의 노인이란 뜻으로 ‘해로(海老[hǎi lǎo])’란 이명을 갖는 새우와 게 그리고 갈대를 그렸다고 하여 ‘해로(蟹蘆[xiè lú])’라는 가 있다.(그림17) 이는 한자발음이 부부가 일평생을 함께 한다는 의미인 해로(偕老[xié lǎo])와 같다고 여기는 동음이의어에 의한 상징이다. 그러나 이 또한 중국 병음에 있어서는 유사성을 찾아보긴 어려우며, 한국적 발음체계에 의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한국적 발음체계를 따른 상징성이 부여된 어해도는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어해도 양식으로 발전하고 있어, 한국적 특성과 정체성을 규명하는데 주목되는 바이다.

2. 과거제의 폐지에 따른 길상적 상징의 증가
조선 왕조 후반기 어해도의 상징적 의미를 분석해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입신출세’의 상징이 유난히 많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후대 민화에 와서는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의 상징이 급증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다른 상징적 의미들이 전이되어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의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게와 갈대를 그린 (그림5)는 ‘입신출세’의 대표적 상징이다. 그러나 후대로 오면, ‘부부화합’ 및 ‘다산기자’의 의미를 담은 도상으로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조선시대 후반기 특히 왕공사대부나 화원화가의 작품에서 ‘입신출세’의 상징이 유난히 많다는 것은 어해도와 관련된 문헌기록이나 화제에 따른 상징적 의미의 분포빈도 및 현전하는 작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³²⁾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렇게 과거급제나 학문하는 태도와 연관된 ‘입신출세’의 상징인 , , 및 등이 많이 그려졌던 것일까? 이것은 어해도가 성행하기 시작하고, 한국적 어해화풍이 형성된 조선후기 특히 영·정조기의 왕권강화책과 관련이 깊다. 왕권강화라는 정치이념의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문화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 정조는 우문정치(右文政治)를 채택하였다. 정조의 문치주의는 회화에서 책거리나 군왕의 덕을 찬양하는 주제를 자비대령화원에게 그리게 함으로써 정책적인 상징과 암시를 통한 사상적 기반을 다지려 하였다. 이것은 자비대령화원의 녹취재 화제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왕권강화의 경우, 당시 서민의식의 성장으로 인해 이미 사상적 배경이 되기엔 실효성이 줄었다. 따라서 왕권강화의 직접적인 화제보다는 입신출세의 주제가 성행한 것이 정조의 왕권강화책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급제나 학문하는 태도와 관련된 어해도의 경우, 정조의 문치주의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왕권강화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이는 그의 양대정책 즉 ‘왕권강화’와 ‘우문정치’가 서로 상이한 것이 아니라, 왕권강화책의 일환으로 문인사대부들을 회유시키기 위해 내걸었던 문치주의가 우문정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화에 있어서도 직접적인 군왕의 덕을 찬양하는 주제보다는 학문을 장려하는 나 등이 많이 제작되어, 표면적으로는 문인사대부들의 과거에 대한 강한 집념의 모습으로 표현되어지지만, 또 다른 일면에서는 학문의 장려를 통한 우수한 인재를 고르게 등용함으로서, 붕당정치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없는 왕권강화책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문인사대부들이나 서민들도 수용하기에 적합했던, ‘입신출세’를 상징으로 한 어해도가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상징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염원을 담은 길상적 상징이 그 중심을 이루는 것도 이와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두 번째 특징인 후대 민화어해도에 이르면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의 상징이 급증함을 현전하는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과거제 폐지와 일제치하의 암울한 민족 역사와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1894년 갑오개혁(甲午改革)의 일환으로 과거제가 폐지되었다. 이에 문인사대부를 위시한 지배층의 정신적 공황이 생겨남에 따라, 관제임용 즉 과거에 장원급제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던 ‘입신출세’의 상징은 후대에 오면 ‘다산기자’나 ‘부귀유여’와 같은 현실적인 염원과 개인 및 가정의 안녕을 바라는 희구로 바뀌게 된다. 이것은 오복(五福)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도 상통하는 것으로, 후대로 갈수록 유교적 수신(修身)과 윤리덕목에 대한 의미가 사라지고, 기복적인 내용만 남게 된다.³³⁾ 이처럼 조선 말기에 급격히 늘어나는 상징이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인 것은, 일제라는 민족 존폐성의 위기와 개인의 정서적 불안이 생존에 대한 또 다른 집념인 ‘다산기자’를 희구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시들어 가는 화초(花草)가 죽기 직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더 많이 맺는 것과도 상통하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입신출세’ 상징이 주종을 이루던 어해도가 후대로 가면, ‘부부화합’이나 ‘다산기자’의 의미를 더 강하게 부각시켜 도상의 변용을 보이며, 쌍어(雙魚)나 희어(戱魚) 등으로 표현되는 것 역시 과거제의 폐지와 더불어 당시의 암울한 우리 국사에 기대기보다는 가정의 안녕과 평안 즉 부부금슬과 다산의 의미를 중첩해 나타내려한 것이다.³⁴⁾ ( : 참조)

3. 지방색이 뚜렷한 어종의 증가와 상징적 의미의 확대
조선후기 일군의 화원화가에 의해 확립된 한국적 어해도 양식은 민화 어해도에 이르러서는 지방색이 뚜렷한 어종의 증가 및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의 유입 등 토착화의 과정을 거치며, 민족정서 특히 서민문화로 대변되는 민중의 기호와 정취를 어해도안에 담게 된다.
18세기 이후 전통화단의 경우, 어종에서는 나 등의 화제와 연관된 잉어와 쏘가리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참돔과 가자미 등 소수의 어종을 제외하고는 주로 민물고기를 그렸다. 어해도 주제에 있어서는 , , , 등 중국 고사나 유·도가적 색채를 띤 주제가 많이 그려졌으며, 특히 과거제와 관련된 ‘입신출세’의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화제에 있어서도 중국 고전 시문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가 보인다. 그러나 일부 화가들에서는 대를 거듭한 가계화풍이 나타나며 필법이나 화법 등의 기교적인 면에서는 탁월한 향상이 보이지만, 조선말기 이후로는 사의적 경향이 더욱 강해져 정형화된 흔적이 보인다.( : 참조) 그러나 장한종의 경우 소라, 게 및 점농어의 표현 등은 실물의 관찰임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그림4, 5, 25) 이러한 장한종의 사실적인 어해도 양식은 이후 민화 화가들에게 전해졌고 민화 특유의 자유로움, 해학미 등과 결합되어 도상의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민화 어해도의 경우 말기 전통화단에 비해 어해도 제작이 활발하였으며, 그 표현 또한 무척이나 활달하다. 어종에 있어서도 전대의 유서 삽도의 영향에서 벗어난 어종의 확대를 보이고 있으며,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지리적 여건이 반영된 지방색을 띠게 되는 등 토착화 경향마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동해와 맞닿은 곳에서는 학꽁치, 청어, 갈치 및 경상도 일대의 잔치상에 빠지지 않는 문어와 개복치 등을 등장시켰고, 서남해에선 날치, 망둥어, 성대, 웅어, 아귀, 쏠종개, 홍어를 그렸다. 지역색이 뚜렷해진 것이다. 특히 날치, 망둥어, 성대의 경우 갯벌에서 걸어 다니거나 높이 뛰어오르다 못해 날아다니는 어종으로 출세와 같은 도약의 의미를 담고 있어, 한국적 토착화 양상을 보여주는 실례라 하겠다. 또한 전라도의 잔치상에 필수품인 홍어의 표현은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의 함의를 담아 암수를 함께 배치하여, 생식기를 표현하는 의인화된 해학적 요소를 첨가시키고 있다.
이는 조선후기 전통화단의 조기나 전어, 준치 등 한국인이 애용하던 물고기를 어해도 소재로 새롭게 포함시키는 것에서 한층 더 발전시켜 지역적 특색과 토착화된 한국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우리에게까지도 직접적인 문화적 영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썩어도 준치’라는 준치나,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전어(그림28), ‘영광 굴비’로 유명한 조기(그림29) 등은 전통화단에서는 중심 물고기가 아닌 배경의 일부로 표현되었다면, 민화에 와서는 우리 민속 민담과 관련된 어종이 중국 고사에 근거한 잉어나 쏘가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중심어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가물치(그림30)나 모래무지 및 한국 고유종인 꺽지와 납지리 등의 민물고기의 표현이나, 메기와 닮아 메기의 친척이라고도 불리는 남해 바닷고기인 쏠종개의 경우도 어종의 특징을 정확히 살리고 있어, 단순히 어류도감이나 시장의 매대(賣臺)에 놓인 죽은 물고기를 관찰하여 그린 것이 아님을 확인케 한다.
또한 주제면에서도 물고기들이 평화로이 노니는 장면을 그린 , 물고기가 헤엄치고 노는 , 물고기가 짝을 지어 희롱하는 장면을 그린 가 많이 나타난다. 특히 의 경우는 화원들의 정제된 묘사와는 달리 보다 직접적이고 상징적인 도상의 변형을 보이고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해학미마저 느끼게 한다. 성(性)적 상징을 통한 부부금슬 그리고 다산의 길상적 의미를 많이 담고 있다.³⁵⁾ (그림14, 18)
이처럼 우리나라 고유 어종을 그린 어해도나 우리 민족이 애호하던 물고기를 어해도 소재로 새롭게 포함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켜 지방색이 뚜렷한 어종의 증가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부부화합’과 ‘다산기자’와 같은 길상적 상징성이 부여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의 물고기가 우리 민족 고유의 속담과 관련된 것들로 어해도의 한국적 토착화와 연결된 부분이며, 오늘날까지 직접적인 문화의 연계성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표 2·3·4·6> : 참조)

25)쌍관어는 동음이의어와 비슷한 것으로 한 낱말에 두 가지 이상의 뜻을 담는 중국문학 표현법을 말하며, 동음유감작화법이란 좋은 문구를 미리 정하고 중국어 발음과 같거나 비슷한 소재로 바꾸어 그리는 방법을 이른다.
26)어해도의 상징적 특징과 연관된 문헌사료에 관해서는 조에스더,「조선 후기 어해도 연구」, 94∼105쪽.
27)“鱖魚卽今錦鱗魚. 本草云去腹內小蟲, 味尤重. 養生紀要云補虛益胃, 背上十二脊骨. 毒能殺人,須盡去之. 俗傳天子所嗜, 故一名天子魚. 按鱖音居衛切. 俗作入聲讀非.”『芝峯類說』卷二十 「禽蟲部」
28)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유서인『삼재도회』와『고금도서집성』의 이명(異名)과 관련지어, ‘석계어(石桂魚)’의 유례에 대한 기록이나, 『화한삼재도회』 삽도 아래의 발음이 ‘貴(き)’라 기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명에서도 동일하게 ‘石桂魚’로 기록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해준다. 王圻 · 王思義, 앞의 책. ; 陳夢雷, 『古今圖書集成』
29)동조에스더, 「민화 어해도의 동아시아 판화 수용과 전개-중국과 일본의 백과사전류 판화 도판을 중심으로」,『한국민화』2, 한국민화학회, 2011.
30)허균, 『전통미술의 소재와 상징』, 교보문고, 1991, 134∼136쪽 .
31)윤열수, 『민화이야기』, 디자인하우스, 1998, 166∼167쪽.
32)조선 후기 어해도와 관련된 문헌기록이나 어종별 상징의 용례로 볼 때, 과반수가 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화제에 따른 상징적 의미의 분포빈도를 살펴보면, 20%밖에 나타나고 있지 않으며, 현전하는 작품으로 비교해 볼 때도, 그 상대빈도가 37.38%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어해도 화제의 경우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제작되는 작품과는 다소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과 왕공사대부의 여기(餘技)로 제작한 어해도의 작화태도 및 작품이 소폭 편화류라는 보관상의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현물적 가치보다는 수기치신(修己致身)의 방편으로 제작됨에 따라 수차례의 전란과 일제치하 및 6·25 동란 등에서 손쉽게 소실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현전하는 전통화단 어해도 작품들보다 더 많은 ‘입신출세’의 상징을 담은 어해도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33)후대로 오면, 길상의 내용인 복·록·수 즉 삼성(三星)과 복·록·수·희(喜)·재(財)의 오복으로 바뀐다.
34)조선 후기 서민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나타나 길상문화의 확산에 대해서는 홍성표, 「조선후기 기복호사풍조의 만연과 민화의 범람」, 앞의 논문, 224∼229쪽.
35)조에스더, 「민화 어해도의 한국적 특징」, 『민화연구』창간호, 계명대 한국민화연구소, 2012, 67∼69쪽.

Ⅳ. 맺음말

이제까지 조선 왕조 후반기 어해도의 상징적 의미와 특징에 관해 살펴보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는 다른 한국적 수용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은 황제의 절대 권력을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해도가 장려되었던 중국과는 달리, 왕공 사대부나 서민들도 수용하기에 적합했던 ‘입신출세’를 상징으로 한 만이 초기 어해도 유형 가운데 지속적으로 제작되었고, 상징에 있어서도 현실적인 염원을 담은 길상적 상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또한 유·도가의 동양 사상적 상징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그 의미가 바뀌어, 길상적 상징성을 띠게 된다. 예를 들면 은일·은거의 상징인 가어(嘉魚)³⁶⁾는 그 도상만 차용해 배부른 물고기의 형상으로 ‘다산기자’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도 하고(그림10), 임금의 덕을 찬양하던 (그림12)는 ‘수복장수’의 상징으로 대치된다. 따라서 어해도의 상징은 인간의 현실적이고도 원초적인 욕구라고 할 수 있는 길상에 대한 염원과 기대를 표현하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으며, 그 제작의 주된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어해도의 상징성은 대부분 동아시아적인 문맥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이를 수용해 변용 · 발전함에 따라 우리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발현되었다. 이처럼 우리 민족정서가 반영된 어해도의 상징적 특징을 살펴보면, 한국적 발음체계에 따른 상징적 의미 부여와 과거제의 폐지에 따른 길상적 상징의 증가 및 지방색이 뚜렷한 어종의 증가와 상징적 의미의 확대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어해도에 담긴 상징적 의미에 대한 고찰은 그 자체만으로도 미술사 분야에서는 의의가 있겠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어해도를 통한 한국적 특징에 대한 이해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중국의 아류작쯤으로만 여기던 한국미술사에 대한 오해를 ‘어해도’라는 한 분야를 통해,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바라본 문화의 선택적 수용과 확산을 통한, 우리만의 독특한 한국적 양식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논문이 제기한 문제의식, 즉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문화적 특징에 대한 각 분야마다의 연구는 차후에 많은 연구자들에게도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며,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6)잉어 형상에 준치 비늘을 가지고 있는, 가어(嘉魚)는 약리(躍鯉)의 형상이기 보다는 굴어(掘魚) 즉 ‘U’자로 화면 아래에 곧추서있는 도상으로 도안화된 것이며, 이나, 등의 화조화와 함께 그려져 장식적 성향을 띠는 그림에서 자주 나타난다.『삼재도회』등의 유서에서는 『예경』과『시경』의 시를 인용하며, 은일은거의 도가사상을 담은 물고기로 기록되어 있다. 조에스더, 「조선 후기 어해도 연구」, 162쪽.

참고도표

<표 1> 어해도의 상징적 의미

 

<표 2> 전통화단 어해도 어종의 상징적 의미에 따른 분류

 

<표 3> 민화 어해도의 주요 어종 및 상징 분석

＊비율의 단위는 퍼센트(%)이며,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 반올림 한 것이다. (총합 : 505점 )
＊어해도 작품 중 화첩이나 병풍의 경우 낱폭을 한 점으로 잡았고, 민화 어해도의 경우 훨씬 많은 수의 작품이 남아 있지만 본 논문에 수록된 작품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한 폭의 어해도에 두 종류 이상의 어종이 유사한 비율(대칭)로 있을 때는 두 종 모두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중심어의 주변에 치어(穉魚)의 형태로 있을 때는 합계에서 제외하였다.
＊민화 어해도의 상징이 중첩될 경우 중심이 되는 상징을 위에 기재하고, 분석시 중심상징에 포함시켰으며, 19세기 후반 이후의 대다수의 민화어해도의 경우 부부화합과 다산기자 상징이 결합된 쌍어(雙魚)의 표현을 바탕으로 중첩된 상징을 이루고 있다.

 

<표 4> 민화 어해도 상징 의미의 상대빈도

＊<표 3>과 상동(上同).

 

<표 5> 전통화단과 민화 어해도의 주요 상징 비교

＊<표 2>과 <표 4>참조.

 

<표 6> 민화 어해도에 표현된 어종의 확대

＊민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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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고기 (주요 서식처 : 동해 ①~⑤, 남해 ⑥~⑩, 서해/서남해 ⑪~⑲, 제주도 ⑳, 전해역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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