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소반의 아름다움 그 두 번째, 개성 있는 모양, 아름다운 무늬

나전통영반 높이 27cm, 44.5X34.6cm, 조선후기

▲나전통영반 높이 27cm, 44.5X34.6cm, 조선후기

개성 있는 모양, 아름다운 무늬

조선시대 소반에는 그 시대를 지나온 선조들을 삶과 마음이 담겨 있다. 소박하고 다소곳하게 말없이 놓여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지역별, 형태별 특징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의 소반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소박한 아름다움 이외에 각각의 소반들이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각각의 형태에 담긴 개성과 아름다움

‘소반’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아마 ‘개다리소반’일 것이다. 개다리소반이라는 명칭에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구수하고 친근한 느낌, 상을 가운데에 두고 마주한 사람과 더욱 친숙해지는 느낌, 오래된 지인과 스스럼없이 서로의 감정을 터놓고 즐겁게 얘기하는 분위기 등이 느껴진다.
개다리소반은 다른 말로 구족반狗足盤이라 부른다. 같은 부류의 소반 중에 호족반虎足盤이 있는데 호족은 호랑이다리와 비슷하다 해 붙여진 이름. 그러나 보통 호족반을 호랑이다리소반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뭔지 모르게 좀 더 무게감이 실려 있는 단어처럼 여겨진다. 개다리소반과는 다르게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거리감 같은 게 느껴진다. 아마 호족반은 개다리소반보다 고급이거나 비쌀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반대 개념으로 본다면 개다리소반은 서민들이 즐겨 사용하던 막소반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 개다리 소반의 생김은 매우 우아하며 주로 중상류 계층에서 사용했던 고급소반이다. 현재도 값이 비싸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개다리소반이다. 아쉽게도 친숙한 느낌의 이 명칭을 어디에서 언제부터 썼는지는 명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소반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보기 위해 조선 소반의 형태별, 지역별 명칭과 특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형태별 분류의 따른 조선 소반

형태별로 분류하면 크게 상판의 형태와 다리의 형태로 달리 볼 수 있는데 상판의 경우 원형의 원반이 있으며 네모난 사각반으로부터 8각반, 10각반, 12각반 등이 있다. 또한 꽃잎형으로 된 화형반花形盤이 있으며 반원형인 반월반도 상판의 한 종류에 속한다. 상판으로의 분류와 달리 다리의 형태에 따라 분류할 경우에는 소반의 명칭이 바뀌기도 한다. 흔히 소반의 명칭을 말할 때 많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더 가까이 가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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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구족반狗足盤

이미 언급한 구족반狗足盤의 경우 굵고 튼튼한 다리의 윗부분은 두드러지게 각이 지어 있으며 아래로 내려가면서 밖으로 둥글게 벌어지다가 안으로 굽은 모습이 개(犬)다리와 같다 하여 개다리소반 또는 구족반이라 부른다. 이렇게 각이 진 힘찬 다리는 실제 개의 다리 모양이란 근원을 찾지 못하고 있으나 조선시대의 교자상이나 장과 농의 다리 부분에도 이와 같은 구족 형태가 많이 나타난다. 구족반은 특히 다리의 형태가 전체 느낌을 좌우하는데, 충주지방 것은 굵고 힘차며, 경기지방 것은 길고 가늘며 경쾌하게 뻗어 있고, 북한지역 것은 하부가 약간 휘어져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
천판은 8각, 12각, 원형이 있다. 일반적으로 원형 천판은 천판 둘레에 변죽을 따로 대지 않고 천판을 깎아 운각과 함께 한 덩어리의 목재를 갈이틀로 회전시켜 깎는다. 그러나 천판 하단의 운각을 별도 제작하여 톱으로 홈을 내어 둥글게 모접이 해가며 붙인 것도 있다.
이런 형식의 소반이 충주지방 일원에서 주로 생산된다 하여 충주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②호족반虎足盤
소반의 다리가 호랑이 다리같이 날렵하게 생겼다하여 호족반이라 부르며, 여러 소반 중 가장 보편적으로 대중에게 널리 사용된 소반이다. 천판과 그 아래 운각, 이에 끼워진 호족과 두 다리의 힘을 받쳐주는 족대 등이 기본형식이다. 다리 윗부분이 두툼한 형태로 힘차게 밖으로 내밀어지다가 다시 안으로 구부러져 내려오면서 맨 끝부분에서 밖으로 다시 살짝 내밀어진 모습이다. 천판은 12각이 기본이나 6각, 8각, 원형, 화형 등 매우 다양하며 호족 또한 짧고 통통한 것, 길고 날렵한 것, 날카롭고 힘찬 것 등 각 지방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호족의 종아리에 당초문과 죽절문 등을 투각하여 화사하게 꾸미기도 한다.
다리의 높이가 일반적이며 반盤이 넓은 것은 식사용이지만, 넓은 천판과 훤칠하게 높게 뻗은 호족으로 날렵하며 당당하게 보이는 것은 식사용보다는 집안의 혼례나 고사 등 각종 예식에 사용되었다. 떡이 담긴 시루를 올려놓는 시루반도 있다.

③원반圓盤

천판과 하단의 굽이 둥근 형태의 소반을 말하는데, 강원도에서 제작된 원반은 천판과 하단이 한 덩어리로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두 덩어리로 나누어 제작 후 이어 붙여 만든 것도 있다. 원반의 제작은 목재의 중심에 갈이틀인 수동식 회전물레의 축을 맞춘 후 돌려 파내는데 이 작업을 ‘갈이질’이라 부른다. 발이나 손의 힘으로 회전시켜 깎기 때문에 느린 속도로서 투박하게 깎이나 회전된 칼자국으로 깊게 패인 골선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힘차고 생동적이다.
20세기 초 전동식 갈이틀로 제작된 원반은 빠른 회전 속도로 인해 기능적이고 경쾌한 조형을 보이고 있으며, 작업도 손쉽고 정교하여 자유로운 형태를 조성할 수 있으므로 천판과 하부를 이어붙이기가 수월하고 목재도 절약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이 가능하여 많은 양의 원반이 제작되었다. 강원도지방에서 생산된 일반적인 원반은 높이가 10cm정도이며, 소나무, 피나무로 제작되고 간혹 수축 팽창이 적고 가공이 손쉬운 은행나무를 사용하기도 한다. 소반의 무게를 줄이고 또 변형되거나 터지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하단의 내부를 파내는 등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④공고상公故床

야외나 관청에서 식사를 위해 음식을 운반하거나 식탁으로도 쓰는 등 복합적 기능을 갖고 있는 소반으로 일명 번상番床이라고도 한다. 무거운 그릇들과 음식 그리고 소반의 하중을 감당하며 먼 거리를 운반하고 또 편안한 식사를 위해 인체공학적인 설계가 필수적이다. 공고상의 특징은 상을 머리에 이고 걸을 때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망두형의 창窓을 뚫었고 양 측면에 손잡이 구멍을 만들었으며, 소반의 무게를 줄이고 조형성을 위해 측면에 아자문亞字文 등을 투각하기도 한다. 대부분이 얇은 판재를 사용하여도 휘거나 터지지 않으며 가벼운 은행나무 판재를 많이 사용하였다.

⑤일주반一柱盤

기둥이 하나로 되어 일주반 또는 단각반單脚盤이라 부른다. 이런 소반은 기둥이 하나이므로 네 다리를 가진 전통 소반에 비해 실제로 힘을 받기 어렵다. 또한 반이 넓지 않기 때문에 식사보다는 과일이나 약, 냉수, 차 등을 위한 다과용 소반으로 짐작된다.
일주반의 대부분은 정교하게 입체 조각된 운당초형雲唐草形이 네 발 위에 팔걸이와 등가에서 보이는 형식인 네 줄을 꼬아 올린 기둥을 만들고, 그 위로 다시 하단과 같은 운당초형 받침이 12각의 반盤을 받치고 있는 형태가 많다. 나전연엽일주반은 연잎형 천판에 연의 줄기를 끊음질로 구성하고 연봉과 연꽃, 거북, 물고기 등을 줄음질로 시문하여 연못가의 전경을 표현한 것이 예쁘다.

지역 특색 담은 조선 소반의 분류

지역별로 분류하면 나주반과 통영반, 해주반과 강원반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대부터 강을 기반으로 농경사회를 이루었으며 높은 산맥을 분기점으로 각 지방으로 나뉘어 있는 지형 조건으로 인해 지방 간의 교통을 불편하게 하고 고립시키는 요인이 되어 지방마다 각기 다른 지역문화의 특색을 찾아볼 수 있다.
목공예 분야에서도 지방 특산의 목재와 생활양식에 따라 지방색이 강한 목가구들이 제작되었으며 특히 소반이 경우는 다음과 같이 각 지방별 특유의 형태와 제작기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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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나주반羅州盤

천판의 모양에 따라 4각반, 12각반, 호족반, 다각반 등이 전해지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나주반은 4각반이 전형적이다.
두드러진 특징은 천판의 네 귀가 각으로 접혀 있고 천판 아랫면에 견고하게 끼워진 운각에 곧고 굵은 다리를 끼워 상판을 받치고 있는 형상의 특별한 특징이 있다. 기둥 사이의 가로 지른 가락지인 중간대는 서로 물려 있으며 다리에는 힘을 받쳐주는 족대가 있다.
무거운 그릇을 올려놓고 날라야 하기에 우선 가벼워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였으며 구조와 짜임에서도 효율성을 최대한 높인 한국 목가구의 대표적인 소반이다. 가락지인 중대와 다리에 조형적 변화를 주어 힘차면서도 아름다움을 구사한 것들도 있다. 특히 나주반에는 가능한 한 화려한 장식을 피하고 조각을 하되 간단하게 하고 생칠을 하여 나무의 자연스런 목리를 그대로 살린 지혜로움과 수수함을 볼 수 있다.

②통영반統營盤

두꺼운 통나무를 깎아 한 나무로 상판(천판)을 파내어 테두리인 변죽을 형성하였으며 모서리에는 버선코형 곡선이 있다. 네 기둥이 천판의 하단에 끼워져 있고 그 사이를 중대를 둘러 단단히 고정하였다. 즉 나주반이 중대가 하나인 반면 통영반은 아래 위 두 곳에서 다리를 고정시켜 더욱 튼튼한 구조를 이룬다. 통영소반은 타 지방에 비하여 매우 견고하고 장식적이어서 오늘날 교자상에도 이 전통양식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나전통영반은 천판에 통영 지방의 명산名産인 무지갯빛 자개로 물고기와 물 속, 복숭아나무 등의 자연풍경과 각종 길상문을 나전으로 시문하기도 한다. 또 능형 변죽에는 살짝 주칠을 하여 화사하게 보이도록 만들기도 하는 등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빠짐이 없는 우리 전통 소반의 명품이다. 여기 사진에 보이는 통영반을 보고 있노라면 넘실대는 동해바다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가 생각난다. 아마도 이 소반을 만든 조선시대 그 장인도 같은 생각을 가진 듯하다. 멋지다.

③해주반 海州盤

황해도 해주 지역에서 제작된 소반을 칭한다. 해주반은 일반적인 소반의 다리가 네 개로 구성된 것과는 달리 넓은 판각板脚 두 개가 약간 외반 되게 밖으로 뻗어 있다. 이는 수직 구조보다 상단의 하중을 많이 받으며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천판은 일반적으로 통영반처럼 통판을 버선코인 능형으로 깊게 파내어 부드러운 모습의 변죽을 형성하고 있다. 판각에는 만자卍字를 비롯하여 모란, 꽃과 나비, 파초, 문자 등 여러 종류의 무늬가 사용되는데 이는 소반을 가볍게 하고 또 투각透刻효과가 막혀 있는 너른 판재를 경쾌하게 보이도록 한다.
얇은 판각으로는 무거운 식기들을 올려놓는 상판의 하중을 견디기가 어려우므로 양 판각과 상판 사이를 고정시키는 운각을 설치하였는데 초엽형의 단순한 선과 당초문 등의 투각 또는 조각 장식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해주반에는 족대가 없이 판각에 능형의 풍혈을 뚫거나 작은 크기의 만자卍字 투각 등을 뚫어 단아하면서 경쾌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있다.

④강원반 江原盤

강원도 지방에서 생산된 소반은 비교적 두꺼운 소나무 판재를 깊고 거칠게 파내어 투박하게 제작되었으나 순수한 정감이 느껴지는 지방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천판을 구성하는 네 귀는 일반적인 둥근 형태보다 사각에 가까운 좁은 곡선으로 처리하였다. 특히 양측 판각(다리)의 크고 네모난 구멍은 투박한 형태와 재질에 경쾌함을 준다. 족대는 판각 하단에 ㄷ자형 각목으로 촉짜임 하였는데 천판과 시각적으로 통일감을 준다. 자귀로 거칠게 깎은 천판과 두꺼운 측널 사이의 단순한 운각 등에서 강원도 목가구의 건강하고 순박함을 엿볼 수 있다. 사각반과 원반이 있다.

 

글 : 박주열(나락실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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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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