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사랑한 그림, ‘무이구곡도’의 무대를 찾다

평생 잊지 못할 체험, 알차고 유익한 배움 어우러진 최고의 답사

지난 8월24일부터 8월28일까지 4박5일에 걸쳐 중국 복건성 무이산 무이구곡과 절강성 항주를 중심으로 진행된 2018년 제4회 해외학술답사는 민화는 물론, 조선시대 회화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화목畵目 ‘무이구곡도’의 배경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여정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체험과 알찬 배움이 어우러진 해외학술답사의 발걸음을 되돌아 본다.

조선선비가 흠모한 유토피아, 무이구곡을 향하여
한국민화학회(회장 윤진영)과 (사)한국민화협회(회장 엄재권)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월간 <민화>가 주관하는 제4회 해외학술답사가 지난 8월24일부터 8월28일까지 4박5일에 걸쳐 중국 복건성 무이산 무이구곡武夷九曲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무이산은 주자학의 창시자인 주희가 그 유명한 ‘무이정사’를 짓고 제자를 가르치며 학문을 연구하던 곳이다. 그는 천하명산 무이산 중에서도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 9곳을 골라 ‘무이구곡’이라 이름하고 이를 칭송하는 노래를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주자의 숨결이 처처에 남았을 무이구곡은 특별히 주자 성리학을 수신과 통치의 유일무이한 가르침으로 숭상했던 조선의 선비들에게는 학문의 본향本鄕이자 꿈속에서라도 가 보기를 간절히 원했던 미지의 유토피아였다.
이 곳을 흠모하여 그린 그림이 바로 ‘무이구곡도’인데, 이 무이구곡도는 조선에 전해진 뒤 한국적 그림으로 재탄생, 문인화와 산수화의 주요 소재로 널리 그려졌고 특히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양반들의 전유물을 넘어 서민의 그림인 민화로도 많이 그려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답사는 조선시대 수묵화와 민화의 중요한 화목으로 사랑받았던 ‘무이구곡도’의 배경을 찾아가는 뜻깊은 여정이기도 했다.
주최측의 하나인 한국민화학회에서는 정병모(경주대 교수), 고연희(성균관대 교수), 김취정(서울대박물관 객원연구원) 세 명의 학자를 이 학문적 길잡이로 내정, 더욱 알차고 뜻깊은 학술답사가 되게 했다.

뗏목을 타고 무이구곡을 모두 돌아본 환상적 여정
하필 답사를 떠나기 직전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해 어쩌면 답사 자체가 연기되거나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멤버들 모두 가슴을 졸였으나, 다행히 태풍이 서울 경기 지역을 비켜서 빠져나가는 바람에 차질 없이 4박5일의 장도에 오를 수 있었다.
복건성 무이산으로 가는 길은 절강성 항주를 경유하는 코스여서 이번 답사는 무이산과 함께 남송南宋의 수도였던 항주를 함께 돌아보는 일정으로 구성되었다. 첫날 항주에 도착, 항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대표적인 명소 ‘성황각’을 돌아보고 곧장 무이산으로 가는 고속열차에 올라 2시간 여를 달린 끝에 마침내 무이산에 입성, 여장을 풀었다.
이튿날 일정의 첫 순서는 핵심 프로그램의 하나인 ‘학술세미나’였다. 무이구곡을 직접 답사하기에 앞서 전문가의 특강으로 그 배경지식을 얻는 자리였다. 세미나에서는 정병모 교수가 <조선시대의 구곡도와 민화>, 고연희 교수가 <어떻게 중국의 무이구곡이 조선의 중요한 산수화의 테마가 되었는가>, 김취정 연구원이 <항주의 문화와 예술>을 주제로 열강을 했다.
이어서 이번 답사의 하이라이트인 ‘무이구곡 뗏목유람’에 올랐다. 계곡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뗏목을 타고 무이산의 구곡을 모두 돌아보는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물줄기가 원체 긴 탓에 유람시간은 무려 1시간30분에 이르렀다. 계곡 사이사이를 휘돌아 흐르는 물길에 몸을 맡긴 채 올려다 보는 무이산의 웅장한 봉우리와 우람한 기암괴석은 흡사 한폭의 그림 사이를 노니는 듯 환상 그 자체였다. 일행 모두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찬탄에 찬탄을 거듭했다.
저녁 식사 후 야간에는 무이산이 자랑하는 특별야외공연 ‘인상대홍포’를 단체 관람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모우張藝謀가 연출한 이 공연은 어둠 짙은 무이산의 원경을 무대로 수많은 출연진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광선을 이용해 꾸민 웅장하고 경이로운 무대였다.

무이정사와 천유봉, 그리고 서호의 비경
제3일에는 무이구곡의 나머지 명소들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주희의 숨결이 어린 ‘무이정사’와 무이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봉우리 ‘천유봉’ 답사가 핵심이었다. 무이정사는 주희가 54세가 되던 해인 1183년 무이산에 들어가 학문연구와 제자양성을 위해 지은 일종의 학당과 같은 곳이다. 실제로 주희의 뛰어난 제자들이 여기서 배출되었다. 무이산과 무이구곡에 역사적, 혹은 인문학적 의미를 부여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볼거리와는 관계없이 무이산 최대의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오전 첫 코스로 들러 정사 내 외부를 둘러보며 우리나라를 비롯, 동북아 여러나라의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친 주희의 거대한 생애를 되돌아보았다.
이어 무이산의 그림같은 계곡을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무이산의 랜드마크 격인 천유봉 등정이 있었다. 다소 힘겨운 코스일 수도 있어 선택 관광으로 진행되었으나 거의 대부분이 등정길에 나서 뗏목유람과는 반대로 무이구곡을 굽어보는 또 한 번의 경이로운 체험을 했다. 이후 오후 일정으로 하메민속촌을 둘러보는 것으로 무이산 답사를 마치고 왔던 길을 되돌아 항주로 향했다.
사실상의 마지막 일정인 제4일 일정은 아름다운 풍광과 수준 높은 문화적 자산을 자랑하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 항주 답사로 진행되었다. 항주 답사의 하이라이트는 천재 시인 백거이와 소식, 그리고 비운의 경국지색傾國之色 서시西施의 숨결이 어린 아름다운 호수 서호 유람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서호를 한바퀴 돌고 호수 속의 섬이라 할 수 있는 고산孤山으로 들어가 서령인사, 청대행궁터 등의 옛 유적을 둘러보았다. 항주 답사의 피날레이자 이번 답사의 대단원은 항주가 자랑하는 무대 레퍼토리 ‘송성’ 가무쇼 관람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이색적인 체험과 유익하고 알찬 배움이 어우러진 멋진 답사였다. 월간 <민화>가 주관하는 해외답사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글 유정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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