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현대민화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자 고가민

민화가 펼친 가상의 세계로!

고가민 작가는 책가도에 3D 모델링 영상을 접목한 작품 <조선 메타버스>로 제9회 현대민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고정된 그림에 움직이는 영상을 담아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은 조선의 이야기와 현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들려준다.
글 추아영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생각지도 못하게 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면서도 감사할 따름이에요. 민화에 3D 영상을 도입한 새로운 시도가 높은 점수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해 좋은 민화를 보여주고 싶어요”
고가민 작가가 조자용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제9회 현대민화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책가도에 3D 모델링 영상을 접목해 만든 수상작 <조선 메타버스>는 심사위원으로부터 ‘미디어를 활용해 작품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화폭을 책가도처럼 칸칸이 나눈 뒤 구획마다 무릉도원과 서가의 모습 등 민화 속 다양한 장면을 교차, 편집하여 평화로우면서도 역동적인 낙원의 풍경을 선보인다. 작품 가운데에 배치된 영상 안에서는 작가의 집 테라스에서 촬영한 구름과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콜라주도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애니메이션에는 복숭아 도상 등을 그려 넣어 우리의 녹록지 않은 삶에도 따듯함이 깃들기를 빌었다. 첨단기술과 전통민화가 어우러진 현대판 태평성시도인 셈이다.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영상 구현 기술이었다. 2차원의 영상이 아닌, 3D 모델링 기술을 활용한 영상으로 입체감을 불어넣고 작품의 독특한 미감을 살렸다. 따로 플러그를 연결하지 않아도 영상이 지속적으로 반복·재생되도록 하드웨어적 시스템도 새로이 개발했다. ‘심사 때 제대로 작동할 수나 있을지’ 가슴 졸이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그림에 걸맞은 영상 오브제를 개발해냈다.
“저에게 민화는 ‘놀이’에요. 모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유 예술’이지요. 한 번 상상해보았어요. 조선시대 화공들이 현대에 민화를 그린다면 붓이 아닌 무엇을 택했을까? 아마도 영상이 아니었을까요. 만드는 저도, 보시는 분도 작품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며 제작해보았어요.”

고가민, <조선 메타버스>, 2021, 지본채색, 오브제, 120×120cm

한 가닥의 희망을 전해줄 수 있도록

서양화를 전공한 고가민 작가는 4년 전 새아 홍경희 작가를 사사하면서 민화계에 입문했다. 2019년 일본오사카갤러리 우수작가상을 포함해 여러 공모전에서 다수의 상을 받으며 차근히 내실을 다져왔다. 그가 말하는 민화의 가장 큰 매력은 ‘나’보다도 ‘다른 누군가’를 위한 길상의 그림이라는 것. 그 온기 어린 마음을 작가명에도 새겼다. 작가명 ‘일루一縷’는 ‘한 올의 실’이라는 뜻이다.
“제가 정말 힘들 때 민화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한 가닥의 실이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 마음이 아플 때 위로해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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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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