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경주국제민화포럼

한국민화의 개척자들, 그 발자취를 돌아보다

(사)한국민화센터가 지난 6월 3일(금), 6월 4일(토) 양일간 경주 보문단지에 위치한 라한호텔에서 제9회 경주국제민화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팬데믹으로 인해 무려 3년 만에 재개된 이번 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와 생동으로 가득했다

글 김송희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사)한국민화센터가 주최하고 경주민화협회, (사)한국민화협회, 한국민화학회, 월간민화가 후원한 ‘제9회 경주국제민화포럼’ 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한국민화의 개척자들’ 로 아무도 민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던 시기부터 줄곧 민화의 연구에 힘 써온 1세대 연구가들의 발자취를 돌아보았다. 지금 민화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민화에 남다른 애정을 품은 1세대 민화인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들이 사랑한 민화, 민화를 사랑한 그들

이상국 가회민화아카데미 원장이 첫날 포럼의 사회를 맡았다. 기조강연으로 포문을 연 이는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다. 그는 ‘채색화의 현실과 미래’ 라는 타이틀로 간략한 강연을 진행했다. 윤범모 관장은 “채색화는 고구려 고분벽화부터 고려 불화, 조선시대의 궁중회화나 사찰의 불화와 단청, 민화라고 불리는 채색 길상화 등 실로 찬란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이른바 민화 인구의 폭증은 한국인의 색채의식 관련 DNA와 직결되는 사례라 볼 수 있다”고 전하며 “특히 역사적으로 채색화의 생산량이나 소비량을 염두에 둘 때 그 어느 분야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 덧붙이며 채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음 바톤을 이어받은 연사는 윤열수 ㈔한국박물관협회 회장으로 ‘한국 1세대 민화 연구가’ 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민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야나기 무네요시와 조자용, 김철순, 김호연, 이우환, 김만희, 김기창, 박주환 등 1세대 민화연구가들이 민화를 수집한 경로, 민화연구 성과 등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위) 오픈 기념행사 전경 / (아래)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축하공연



윤열수 회장은 “1세대 민화 연구가들의 열정과 노력을 본받아 지금의 민화인 모두가 민화연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한국민화를 전 세계에 꽃피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그 뒤를 이어 정병모 한국민화학교 교장은 1세대 민화연구가, 그중에서도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화론’ 에 대해 집중적인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정병모 교장은 “야나기 무네요시가 인식한 민화의 가치는 민중에 대한 당시의 생각과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개념인 민예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민화에 대한 그의 사상과 인식은 민화론과 민예론이란 전체적인 맥락과 후대의 영향이란 큰 범주 속에서 그 공과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다음 연사로 나선 이는 前불광 편집국장 노승대 작가로, 오랜 시간 조자용 선생을 보필하면서 겪었던 조자용 선생과의 일화를 생생하게 풀었다. 그 일화를 통해 조자용 선생이 삶 속에서 얼마나 애정 어린 마음으로 우리 문화를 좇고 민화 수집에 열을 올렸는지 오롯이 느껴볼 수 있었다. 끝으로 설촌 정하정 작가가 ‘나의 창작민화: 창작민화의 현대적 의미’ 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로 연단에 섰다. 그는 창작민화가 현대 민화화단에서 갖는 의미를 강조하고, 창작민화 작가로서 개인적인 노하우와 디테일 등을 아낌없이 나누며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로써 첫날 쭉 이어진 강연을 통해 옛날부터 지금까지 민화를 사랑한 이들, 그리고 이들이 사랑한 민화에 대해 훑어볼 수 있었다.




민화의 세계화, 지금부터 시작

둘째 날에도 알찬 강연은 이어졌다. 이경숙 박물관·수 관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된 둘째 날 포럼은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Dr. Bettina Zorn’ 의 영상 특강으로 포문을 열었다. 한윤경 오스트리아 비엔나 객원 미술사박물관 큐레이터가 현재 벨트 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민화 책거리 전시를 소개했다. 전시의 현황과 성과, 현지의 뜨거운 반응 등을 전하며 민화의 세계화, 그 밝은 전망에 대해 조명했다. 이어 유미나 한국민화학회 회장이 ‘못 다 이룬 세계화의 꿈: 소호 김철순의 민화 개척’ 이란 타이틀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철순은 1960-1970년대에 조자용, 김호연, 이우환 등과 함께 민화의 가치를 알아보고 민화의 수집과 연구 했던 인물이지만 그의 활동이나 예술론을 단독으로 조명한 글이나 학술적 연구가 미비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유미나 회장은 현재까지 보존된 김철순의 수집품을 찬찬히 살핌으로써 김철순 개인은 물론이고 1970-1980년대 민화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도왔다. 그는 “김철순의 민화 수집과 연구는 21세기 민화에 대한 연구가 더욱 심화, 확산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다”고 전했다. 이어 연단에 선 서윤정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는 ‘이우환의 민화론과 민화 컬렉션’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연사는 우석 김호연 선생의 자녀인 김유경 이화여자대학교대학원 미술사학과 석사로, 직접 선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생에서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김호연 선생이 남겨두고 간 민화라는 용어 정리, 유형과 구조, 진채라는 어휘 등에 대한 화두들을 정리하며 마무리했다. 민화의 세계화를 마음에 품었던 1세대 민화연구가들의 비전을 현대 민화인들이 이어받아 다시금 마음에 되새길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포럼은 큰 의미를 갖는다.


(위) 민화 관련 서적 및 재료 등 판매 부스들 / (아래) 어린이 민화공모전 ‘민화야 놀자’ 수장작 전시 전경


민화의 밝은 내일을 내다보며

제9회 경주국제민화포럼은 알찬 강연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줄 다양한 프로그램 또한 알차게 구성되었다. 첫째로 지난 3월 23일(수)부터 3월 28일(월)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개최된 <한국현대민화 전개와 흐름>展을 들 수 있다. 한국민화센터는 포럼을 앞두고 현대 민화화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100여 명의 작품을 한데 모아 두루 선보였다. 재현에 기반을 둔 전통민화부터 창작민화까지 다채롭게 다루면서 현대민화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데 호평이 이어졌다. 둘째로 어린이 민화 공모전 ‘민화야 놀자’ 를 진행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번 민화 공모전은 한국 민화의 미래를 열어갈
꿈나무를 발굴하기 위해 개설된 전시 이벤트로, 포럼 기간 동안 경주 라한호텔 로비에서 수상작품 전시가 이루어졌다.
6월 3일(금) 오후 6시에는 간략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유정서 월간민화 발행인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는 김호진 경주 부시장, 서호대 경주시의회 의장, 김윤근 전 경주시 문화원장, 이원식 전 경주시장, 배진석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 김순옥 경주시의회운영위원장, 한순희 경주문인협회 회장,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 박대성 화백, 송규태 화백, 윤열수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정병모 한국민화학교장, 유미나 한국민화학회장, 김용권 겸재정선미술관장, 송창수 (사)한국민화협회장, 홍대희 (사)한국민화진흥협회 이사장, 정승희 서울시무형문화재 민화장, 정하정 작가, 이규완 작가 등이 내빈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으며,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흥겨운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
제9회 경주국제민화포럼을 최전선에서 이끌어 온 이영실 한국민화센터 이사장은 “경주시와 경상북도의 전폭적인 지지로 경주에서 민화 대축제를 열 수 있게 된 데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전시, 포럼, 어린이 민화 공모까지 다양하게 준비하면서 바쁘기도 했지만 천년고도 경주에서 민화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전하며 “앞으로 쭉 펼쳐질 경주국제민화포럼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영실

(사)한국민화센터 이사장


Q 3년 만에 재개한 제9회 경주국제민화포럼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이 궁금합니다.
팬데믹이라는 시간이 우리들의 인식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근원’ 과 ‘근본’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3년 만에 재개된 경주국제민화포럼은 늘 가까이 있었지만 정작 들여다보지 못했던 민화의 근본과 근원에 대해 심도 있게 사유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닙니다. 저 또한 개인적으로 작업에 있어 ‘기본’ 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신 수많은 민화인 분들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하니 뿌듯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Q 이번 포럼을 기획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민화의 개척자들’ 이란 타이틀로 어려웠던 시절, 민화의 길을 열어 주셨던 1세대 민화연구가를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이고 하나하나 심도 있게 살펴볼 수 있는 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야나기 무네요시, 조자용, 김호연, 김철순, 이우환 등 1세대 민화연구가들의 수집 민화, 민화론, 연구 결과 등을 살펴보면서 현대 민화인들이 다시금 비전을 설계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랐습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을 말씀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우리 사단법인 한국민화센터는 경주국제민화포럼은 물론이고 경주를 기반으로 앞으로도 민화 연구가와 작가들을 두루 아우르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끊임없이 마련해나갈 것입니다. 더불어 민화인들에게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 현대민화 작가로서 작업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자 합니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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