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사)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 대상 수상자 – 이명희

이명희 작가는 옻칠 기법을 활용한 기명절지도 작품으로 (사)한국전통민화협회의 제8회 전국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국공모전에는 역대 최고 기록인 487점이 출품되어 치열한 경쟁률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청주 지역을 기반으로 전통과 창작의 균형을 추구해온 민화공모전에서 옻칠민화의 품격을 보여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한국전통민화협회(이사장 신영숙)가 주최하는 올해 제8회 전국공모전의 대상은 이명희 작가의 <기명절지도>에게 돌아갔다. 조선시대 사랑방가구인 서안書案 위로 화병과 그릇, 붓통에 꽃가지 등이 꽂혀 있는 대상수상작에 대해 민화 도상의 상징성과 옻칠의 입체감을 짜임새 있게 표현해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옻칠과 자개로 고유의 미감을 계승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옻칠민화 작업에 대한 각오를 다지며 매진해나갈 생각입니다. 작가의 길로 올곧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성파 큰스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함께 동고동락한 옻밭아카데미 도반님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사)한국전통민화협회 전국공모전에서 계속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해온 이명희 작가는 신라대학교 사범대학 일어교육과 교수라는 특이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작가는 2002년에 경주를 오가며 민화를 배우다가 일본에서 연구년을 보내며 잠시 손을 놓았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부산에서도 민화를 배울 수 있게 되었고, 3년 전부터는 통도사 서운암에서 성파스님의 문하에서 옻물감 다루며 서운암 옻밭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통도사 소나무 숲길 사이로 차를 달려 올라가는 것조차 즐겁고 좋았다는 그녀는 그림 외에도 스승님의 삶에 대한 태도, 예술에 대한 시각 등 모든 가르침이 소중하다고 했다.
이 작가가 옻칠로 그린 대상 수상작 <기명절지도>는 선비들이 가까이 하는 물건을 통해 작가만의 치밀한 구성력과 나전칠기의 예술성이 드러난 작품이다. 절개를 뜻하는 대나무, 평안을 상징하는 화병, 선비들이 학식을 드러내기 위한 붓과 합죽선, 다산을 상징하는 수박, 가지 등 여러 사물이 소란스럽지 않게 화면 위에서 제각기 이야기를 쌓아간다.
“<기명절지도>에는 한평생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학자로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지적 성취를 갈구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재료의 차별화로 찾은 예술성

옻물감은 마르는 시간과 조건이 까다로워 옻칠민화를 흔히 ‘기다림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또 옻은 습하고 더운 조건에서 잘 마르기 때문에 여름에 작업량이 많아진다. 이명희 작가는 옻이 오르는 가려움도 참아가며 여름마다 땀흘려가며 작업해야 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옻칠민화는 인내심 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요. ‘옻색’이 제대로 발현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옻칠 후에 사포질과 투명칠을 반복하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어떤 작품이 탄생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죠. 하지만 옻칠로 된 회화 작품은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적 심상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특히 공모전을 준비하며 재료가 지닌 질감과 조화로운 배색에 중점을 두었다. 검은색 옻판 위에 정제칠을 한 다음, 말린 커피가루를 사용하여 붉은 탁자의 나뭇결무늬와 빛깔을 한층 더 무게감 있고 멋스럽게 표현했다. 또 흰색 화병은 자개의 끊음질 기법을 이용하여 무늬를 새겨 넣고, 부챗살은 옻물감에 합분(굴 껍질을 분쇄한 것)을 섞어 올렸다.
탁자 위 여러 기물들은 단순한 구성이지만, 윤이 나는 옻칠로 안정감을 자아낸다.
앞으로 옻칠 재료가 가진 아름다움에 집중해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겠다는 이명희 작가. 맡기 힘들던 옻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진다고 하니 그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우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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