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현대민화공모전 대상 수상자 김민정

“과거의 소중한 가치가 살아남기를”

김민정 작가는 제6회 현대민화공모전에서 디지털 시대의 책가도를 표현한 <전설의 바람Ⅱ-서가이야기>로 대상을 받았다. 국내 유일의 창작민화 공모전인 이번 공모전을 심사한 허균 한국민예미술연구소장은 “현대민화의 핵심이 소재가 아니라 전통적 정서와 미감을 현대적으로 표현해내는 방법”이라고 총평했다. 시상식 전 한국문화정품관에서 그녀를 만났다.


오래된 미래가 담긴 민화

“대상은 예상치 못했는데 수상 소식을 듣고 정말 놀랬어요. 디지털서고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도식화해서 낯설게 보일까봐 걱정했거든요.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조자용기념사업회(회장 김종규)와 가회민화박물관(관장 윤열수)이 주최하는 대갈문화축제의 제6회 현대민화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김민정 작가는 기쁜 얼굴로 수상소감을 전했다.
대상 수상작 <전설의 바람Ⅱ-서가이야기>는 그림 속 상하대비가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위에는 기계장치를 수납하는 캐비닛(Cabinet)과 서버용 유닛들이 있고, 아래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책가도가 있다. 상하대비는 지상세계인 현재의 디지털 세상과 지하세계인 과거의 아날로그 세상을 상징한다. 두 서가를 나누고 있는 매화는 책 읽는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뜻한다. 이 작품은 2017년 제5회 현대민화공모전 특선 수상작 <전설의 바람>과 시리즈로 기획됐다.
“작년 봄 스케치를 해 놓을 때만 해도 출품할 생각은 없었어요. 공모전 일정을 맞추느라 채색을 서둘렀죠. 전작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비를 한눈에 보여주고 싶어서 전통적인 오방색보다 은서를 많이 사용했고, 더 그리고 덧입히려는 욕심을 덜어냈어요.” 낮은 채도를 띤 바탕에 바림을 절제하고 평면성이 부각된 작품에는 오래된 미래의 풍경이 담겨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포쇄曝曬 풍습을 즐기거나 중국의 다보각경을 책가도로 바꿀 만큼 책을 소중하게 여겼다. 하지만 작품 속 거미줄이 쳐진 과거의 모습은 낡고 쓸쓸한 느낌마저 든다. “저는 사람이 손으로 정성껏 만든 것에 애정을 느껴요. 작품 제목에서 전설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유물을 말해요. 빠르고 편리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과거의 소중한 가치가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민화로 그리는 상상과 일상

김민정 작가의 이색 경력은 자연스럽게 민화 창작의 원동력이 됐다. 그녀는 건축을 전공하고 관련 업종의 IT회사에서 근무했고, 20대 후반에는 오방색에 끌려 2년 정도 한복을 만들었다. 다채로운 색상에 관심이 많던 그녀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민화였다. “민화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평생교육원에서 배우면서 취미로 시작했어요. 한복을 만들면서 느꼈던 한계가 그림에서는 자유롭게 표현됐어요.” 2015년부터 파인 송규태 화백 밑에서 민화를 배운지 1년 만에 강원도 영월에 있는 조선민화박물관에서 창작민화 수상작을 전시했다. 그 과정에는 민화에 아이폰 같은 디지털 기기를 접목하기 위한 남다른 시도가 있었다. 2016년에 이어 2018년에도 조선민화박물관의 전국민화공모전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향후 <전설의 바람> 시리즈와 조선민화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꽃길을 걷게 해주오>의 연작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작업에 도움을 주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였다. “9살 조카가 화가인 저를 자랑스럽게 여겨서 힘들어도 자부심을 갖고 작업해요. 민화마을로도 유명한 충북 제천이 고향인데, 지역 전시를 열어서 가족들의 응원에 보답하고 싶어요.” 책가도를 감싼 매화가 디지털 세상에서 꽃을 피우듯이 지금이 땅에 민화의 생명력을 잇는 김민정 작가. 그녀의 민화가 어디에서나 상상을 넘어 일상이 되기를 바란다.


글 강미숙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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