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자랑스런 박물관인상 특별공로상 수상 – 김병희

김병희 서울 강서문화원장이 지난 5월 20일 (사)한국박물관협회가 주최한 전국박물관인상 시상식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는 본업으로 레미콘회사와 교통운송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지난 16년 간 강서문화원장으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지역문화를 일구고 발전시켰다. ‘문화사업 만큼 즐거운 일이 없다’는 김병희 원장. 오는 6월 강서문화원장직에서 물러나지만, 한결 같은 마음으로 문화계를 돕겠다는 그를 만났다.


레미콘 회사 대표, 문화사업에 푹 빠지다

지난 5월 20일 (사)한국박물관협회(회장 윤열수)가 주최하는 제22회 전국박물관인상 시상식에서 김병희 강서문화원장(71)이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김병희 원장은 수상소감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돼 겸연쩍다”고 표현했지만, 그는 2003년 제5대 원장에 취임한 이후 문화계에서 광폭행보를 보였다.
“강서가 가진 문화적 자원이 굉장히 풍부합니다. 서울 도심과 크게 멀지도 않고요. 하지만 강서 주민들 대다수가 강서 지역을 서울 변두리라고 낮추는 모습이 아쉬웠습니다.”
그는 강서문화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2005년 허준박물관 개관, 2009년 겸재정선미술관 개관을 비롯해 인문학 세미나 개최, 허준 축제 및 겸재예술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관하며 지역 문화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뜻을 함께하는 주민들과 문화원 건설 운동에 나서 1994년 강서문화원을 발족할 때에도 참여한 바 있다.
이같은 활발한 활동 때문에 김병희 강서문화원장은 대외적으로 본업인 오신산업(주) 대표보다 강서문화원장으로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신산업(주)을 포함해 (주)서경산업, (주)금강레미컨 등 레미콘회사 및 교통운송회사 등 여러 기업체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수십 년 간 현장 속에서 익힌 경험이나 생각을 정리해 저서 《선진 교통문화 실현을 위하여》, 《한국 레미콘의 내일을 말한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바쁜 업무 속에서 다양한 문화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힘들진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미소를 활짝 지으며 답했다.
“더러 주변의 친구들이 저에게 ‘제정신이냐’고도 하는데,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기쁨을 잘 모릅니다. 힘들게 준비한 전시회 전경을 둘러볼 때, 우리가 기획한 강의를 듣기 위해 수강생이 교실에 가득 찬 광경을 보면 그렇게 보람이 클 수가 없어요. 문화사업은 재미도, 자부심도 크지요.”

연구활동은 문화사업의 뿌리

강서구 지역에는 송도3절松都三節에 착안한 일명 강서3절이 있다. 바로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양천향교, 강서문화원이 수탁 운영하는 허준박물관과 겸재정선미술관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설립자금은 어림잡아 각각 160억 원 규모로, 그는 강서문화원장으로 취임 이후 이 두 기관을 세우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은 물론 설립기금 일부를 사재로 지원하기도 했다. 김병희 원장은 허준(許浚, 1539 ~ 1615)이라는 역사적인 인물을 조명하고 소개하는 것은 문화원장으로서 반드시 해야할 사명이라고 회상했다.
“허준 같은 위대한 인물이 여기 강서구에서 태어나 희대의 명작인 《동의보감》을 집필했는데 안타깝게도 사람들로부터 이에 대한 자부심을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큰 업적을 남긴 선조를 기리지 못하는 것은 후손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다행히 박물관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강서구에서 허준 박물관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던 시기여서 진행 과정은 수월했습니다.”
올해로 14주년을 맞이하는 허준박물관은 첫 해부터 매해 학술세미나를 개최하며 허준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허준 연구비 역시 김병희 원장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연구지원금으로 박사 학위는 1,000만 원, 석사 학위는 300만 원이다. 김병희 원장은 연구를 기관의 뿌리라고 빗대었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의 주요 역할로 전시의 기능은 알고 있지만 자료 수집이나 연구 활동에 대한 중요성은 잘 모릅니다. 이를 꽃 한 송이에 비교한다면 수집과 연구는 뿌리, 교육은 줄기, 전시는 꽃과 열매로 볼 수 있어요. 강서구의 문화가 튼튼한 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구기능에 중점을 두자는 것이죠. 연구나 수집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지역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그의 남다른 문화사랑은 겸재정선미술관 개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생을 강서 지역에서 보낸 허준과 달리 겸재 정선은 말년인 1740~1745년 현령으로서 양천현(지금의 강서구)에 머물렀을 뿐이지만, 겸재의 그림에 그야말로 ‘꽂힌’ 김병희 원장은 적극적으로 미술관 개관에 나섰다.
“사실 허준박물관과 달리 겸재정선미술관 설립을 준비할 땐 미술관 개관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겸재는 양천 현령뿐 아니라 대구, 포항 지역 등 다른 곳에서도 현령을 했기 때문에 굳이 강서에 미술관을 지을 이유는 없었으니까요.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겸재를 기리는 곳이 없었기에 반드시 강서 지역에 미술관을 설립하겠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김병희 원장은 겸재정선미술관이 문을 연 뒤, 콘텐츠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그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겸재정선미술관은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해 정기적으로 명사석학 미술인문학 강좌를 열고, 겸재 전국 사생대회, 겸재 학술논문 현상공모 등 다양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통장회의를 하는 것조차 미술관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소수의 전유물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문화사업에 공을 들인 이유도 주민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통해 일상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강서문화원은 김병희 원장의 지휘 아래 강서지역을 소재로 노래한 한시를 엮어 《강서팔경 한시로 그리다》, 향토문화사를 정리한 《강서문화와 역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병희 원장 스스로가 강서지역의 홍보대사가 되어 지역 문화를 홍보하는데 적극적이다. 그는 공무원, 기업,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강서문화에 대한 강의를 진행해 왔다. 강의 분량은 평균 1시간 30여분으로 교육을 진행한 뒤 각 부분에 대한 발표 분량까지 꼼꼼히 복기할 만큼 정성을 들인다는 후문이다.

앞으로도 많은 이들과 사랑과 문화 나눌 것

김병희 원장은 장학사업과 문화 소외계층 지원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강서구청을 방문해 장학사업기금 1억 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탈북민, 다문화가정 청소년에게 장학금 수여, 경찰서에서 운영하는 범죄피해자 케어센터 지원, 병원비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에게 치료비 지원, 가양동 재개발단지 지역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매년 총 4,300만 원 기부, 강서문화원 공연 동아리와 함께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공연 개최 및 성금 전달, 고향인 상주시에 불우이웃돕기 성금 쾌척 등 오랜 기간 기부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하다. 아이들이 누군가가 뒤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것만이라도 기억하길, 나아가 올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그는 이러한 선행을 바탕으로 법무부가 수여하는 국민훈장 모란장,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훈한 바 있다.
이러한 공적을 뒤로하고 김병희 원장은 오는 6월 10일 강서문화원장으로서의 임기를 마치지만, 그는 퇴임이후에도 문화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임기가 종료되더라도 문화원 곁에서 일을 계속 도우려합니다. 문화사업 만큼 보람된 일도 없으니까요.”


글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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