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첫 전국공모전을 준비하던 가슴 설레는 기억들

제1회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도록
제1회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인사동 파고다빌딩 4층, 10평 남짓한 비좁은 사무실이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이하 협회 공모전)의 산실이었습니다. 협회 공모전이 올해로 제8회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8년 전 협회가 처음 공모전을 출범했던 2008년을 회고하는 기회를 얻게 되어 매우 뜻깊고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던 협회 사무실 풍경과 여러 얼굴, 제1회 전국민화공모전 수상작 전시가 개최되었던 서울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기획전시실이 떠오릅니다.

공모전 출범 배경과 강력한 의지

제가 회장을 맡았던 2008년 무렵만 하더라도, 민화는 미술대학의 커리큘럼(교과과정)에도 없고 미술사에서도 거의 취급되지 않으며, 기존 공모전에서 서양화, 동양화, 공예 등의 기득권 장르의 틈에 끼어 정체성조차 인정받지 못하여 홀대받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면(당시에 수많은 공모전이 있었지만) 민화작가들을 위한 마땅한 공모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사)한국민화협회가 전국 민화작가를 대표하는 공인 단체로서 공모전을 가져야 되겠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절실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협회공모전을 출범한 동기는 명확했습니다. 공모전이라 함은, 작가가 오랫동안 정성을 다하고 심혈을 기울여 연마해온 필력을 자랑하고 싶고 전시회에 내놓아 뭇 사람들이 알아주며 공정하게 평가받고 싶은 소망을 이루어 주기 위해 마련되는 축제의 한마당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덧 협회의 전국민화공모전이 제8회를 맞이했습니다. 출품작품 수도 꾸준히 늘어 1회에는 150여 점이었으나, 8회를 맞이하는 올해에는 400여 점이 출품되어 대성황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2008년 당시, 첫 공모전을 구상하고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상장의 섭외, 심사위원 섭외, 작품정리, 광고홍보 등등. 사무국장 조은희 씨와 전시팀 조직의 이사들, 특히 공모전 담당 신동식 이사가 개인적인 일을 희생하고 매일 전력을 다하지 않았더라면 감당하기 어려웠던 많은 업무량이었으나, 모두 ‘민화작가들을 위해 유례없이 공정한 공모전을 만들겠다’는 희망으로 즐거이 이겨냈습니다. 이분들께 지금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대상 이선구 태평성시도
공모전 운영의 확고한 원칙을 세우다

만에 하나라도 주최하는 단체가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 한다든지, 일부 심사위원들이 입상을 미끼로 출품작가와 불순한 뒷거래를 하는 기회로 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민화협회는 공모전을 출범할 때, 다른 공모전과 확실히 차별되는 다음 4가지 원칙을 규정하고 선포했습니다. 당시 내세웠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협회 공모전은 민화만을 공모하는 공모전이어야 하며, 사단법인이 주최하는 공모전으로서 국가 기관장 및 단체장이 발행하는 상장을 국가를 대신하여 수여하는 책임자 권위가 있는 만큼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엄정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국내 다른 공모전에서 상위 입상자의 작품을 주최 측의 소유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모전 출품작품의 수준을 형편없이 저하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대상 상금이 5백만 원이고, 작품을 주최 측의 소유로 한다면, 이론적으로, 출품 작가들은 5백만 수준에 맞추어 작품을 출품할 것이다. 협회 공모전의 경우 그런 정책을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상금 액수와 관계없이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출품되는 것이다.

셋째 협회 공모전에서는 대상 수상자를 최고의 대우로 후속 관리를 한다는 점이 자랑이다. 왜냐하면, 국내 어느 공모전을 막론하고 상장 수여는 일회성이고, 대상 수상자를 후속 관리하는 공모전은 없기 때문이다. 협회는 대상 입상자에게 도화원 화원 인증서를 수여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로 후속 관리를 하고 있다. 대상 입상자가 받게 되는 이런 영광은 상금 액수의 많고 적음에 비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협회 공모전은 독특한 심사규정을 운영함으로써 국내 모든 종류의 공모전과 다른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 다른 공모전에서는 5~6명의 소수의 심사위원이 논의를 거쳐 입상자들을 결정하는데, 이리 되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심사위원의 개인 의견이 심사에 반영되므로, 심사위원과 관계가 있는 출품 작가 간에 거래가 있을 수 있고, 실제로 이러한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심사방식이 적발되어 법적 처벌을 받은 예가 종종 있다. 협회 공모전에서는 12명~15명의 다수 심사위원을 선임함으로써, 작품의 당락에 특정 심사위원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 각 심사위원은 각 출품작품에 대하여 1~10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한 후, 모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합산하여 고득점자 순으로 상위입상자의 순서를 정한다. 심사위원들이 모여서 협의나 논의과정은 엄금한다.

민화의 저변확대와 수준향상 위해

제1회 (사)한국민화협회 전국민화공모전 도록이러한 원칙에 따라 17명의 운영위원, 15명의 심사위원이 참여했고, 대상에 이선구 작가의 태평성시도, 최우수상에 나유미 작가의 평양감사향연도가 선정되었습니다. 공모전 출범 초기에는 홍보가 안 되어, 위와 같은 원칙이 있는지 아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그러나 2~3년이 지나면서 협회 공모전은 노력한 만큼 평가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모전이라는 평가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출품작가의 참여도 많아지고 작품의 수준도 점점 높아졌습니다. 당시 협회 재정이 열악하여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에 200만 원 밖에 배정할 수 없었으나, 출품 작가들은 상금에 개의치 않고 심혈을 기울인 높은 수준의 작품을 출품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동안 최고 솜씨의 역대 대상 수상자인 화원들이 7명이나 배출되었고, 날이 갈수록 공모전의 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낙선 작품들도 우수상을 비롯한 입선까지의 수상작들에 비해 손색이 없어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부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민화 저변확대와 작품의 수준 향상이라는 공모전, 나아가 민화 전체의 과제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만 아쉬운 점은, 근래에 와서 위의 원칙들이 일부 흔들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린 공모전은 기존의 다른 공모전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공모전은 어디까지나 작가들을 위한 축제이므로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발전적이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 공모전이 견실하게 뿌리를 내려 전국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발전하기를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글 : 박찬민(前 (사)한국민화협회 회장, 도화원 원장)
자료제공 : (사)한국민화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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