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진채연구소와 함께 하는 석채특집 ② 석록石綠 사용하기

석채특집 두 번째 시간으로 살펴볼 안료는 청록산수에 즐겨 쓰이는 안료 ‘석록’이다. 석록은 저번 달에 다뤘던 주사와 달리 안료의 입도에 따라 색의 차이가 큰 광석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입도별 안료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 정해진 (정해진 진채연구소 대표)
정리 및 시연 문지혜 기자
사진 이주용 기자


석록이란

석록이란 멜러카이트(Malachite), 석록, 혹은 공작석으로 불리는 암석을 갈아 만든 안료로 비취색을 띤다.
석록의 주성분은 구리 탄산염Cu2CO3(OH2) 즉, 구리이다. 구리가 산화될 때 수분의 양에 따라 만들어지는 색도 다르다. 석록은 구리광산과 같이 물이 풍부한 환경에서 많이 만들어진다. 암석이 형성될 때 특이하게도 종유석처럼 동심원 모양을 띠는데 이 동심원마다 제작 당시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색이 다르다. 산(acid)에 의해 색이 변할 수 있으므로 산성을 띤 물질이 석록에 닿지 않도록 유의한다.


석록의 성질과 입자크기

색은 금속의 성분과 표면의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 빛의 파장 가운데 일부가 광물의 표면으로 흡수되고 반사된 파장이 우리 눈으로 들어와서 그 파장을 색으로 인식한다. 입자의 크기와 표면의 구조에 따라서 난반사율이 달라지는데 광물 중에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색의 차이가 큰 광석들이 있다. 간단히 정리해보면 입자가 고울수록 빛에 대한 반사량이 많아 밝은 색을, 입자가 굵을수록 진하고 선명한 빛깔을 띤다.

다양한 색상의 석록

그렇기 때문에 석채를 사용할 때는 분쇄된 광석 가운데 입자의 크기가 비슷한 것끼리 구분해서 사용해야 일정하고 균일한 색상을 얻을 수 있다. 석채의 색을 10단계 정도로 나누어 판매하는 이유 역시 입도(粒度,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광물 알갱이의 크기)가 비슷한 입자끼리 모으기 위해서다. 입자의 크기가 클수록 석채에 표기된 번호의 숫자가 작고,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석채에 표기된 숫자가 크다.


석록 개기

[준비물]


1.
석록을 개기 전 손가락에 골무를 낀다. 접시에 석록 13번을 담고 안료 ¼
분량의 아교(농도 10%)를 접시에 넣은 뒤 석채 입자와 잘 비벼 갠다.
수분이 증발해서 물감이 마른 듯 느껴지더라도 섣불리 아교수나 물을
넣지 말고, 입자에 아교를 고루 묻힌다는 느낌으로 석록을 충분히 갠다.
별도의 도구가 아닌 손으로 안료를 개는 이유는 아교가 체온에(더 빨리
개고 싶다면 40℃의 아교수 활용) 녹아 석채 입자에 고루 잘 묻기 때문이다.


2.
접시에 물을 담고 손으로 휘젓는다.
스포이드로 골무에 묻은 석록입자까지 접시에 알뜰히 담는다.
접시에 물을 넣은 이유는 아교를 묻힌 석채 입자들이 잘 움직여지도록
하기 위함이다.


3.
받침대나 손을 활용해 안료가 담긴 접시를 기울인다.
접시를 기울이면 석채가 밑으로 가라앉고, 접시 위쪽 빈 공간이 일종의
팔레트가 된다. 칠하고 싶은 농도를 이 팔레트 부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진하게 칠하고 싶다면 접시 밑에 가라앉은 석채입자를 붓에 많이 담으면
되고 흐리게 칠하고 싶다면 안료를 조금만 묻힌다.


석록 칠하기


4.
안료를 담은 붓을 바탕지에 댄 뒤 부드럽게 끌고 내려온다.
부드럽게 붓질해야 바탕인 비단에 석채가 고르게 쌓여 입자가 비단올
사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5.
얼룩 없이 바탕에 석채를 고루 얹기 위해서는 붓에 가하는 압력과 물의
양이 일정해야하지만 입문자의 경우 석채를 칠할 때 얼룩이 생기곤 한다.
해당 면적을 말린 다음 다시 석채를 칠하면 색상이 한층 진해지며 얼룩을
없앨 수 있다.


6.
다른 면적을 칠하기 위해 물과 석채를 붓에 고르게 담은 뒤 부드럽게
채색한다. 중력에 의해 석채는 붓으로부터 계속 빠져나가고 있으므로
붓에 힘을 줄 필요는 없다.


7.
비단에 처음 붓을 댈 때 물이 흥건해 보여도 수분이 증발하고 나면 석채만
남기 때문에 칠하고자하는 면적을 한 번에 칠한다는 느낌으로 채색한다.
붓을 부드럽게 끌고 온다는 느낌으로 면적을 바림하다 보면 얼룩도 없앨
수 있다.


8.
처음 바림했던 면적이 마르고 나서 두 번째 바림할 때는 물의 양, 아교 양,
석채 양을 처음보다 적게 하여 바림하도록 한다. 물이 처음보다 많을 경우
맨 밑에 깔린 석채 입자의 아교가 물에 녹아 밑색이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9.
채색을 시작한 부분(동그라미)의 색이 진하고, 붓질을 거듭할수록 해당
면적의 색상이 연해지며 자연스레 그라데이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산과 뒷산의 입체감이 자연스레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석채를 채색할
때는 어디를 진하게 할 것인지 정해 시작점으로 정하고 진하기에 따라
바림 횟수를 달리해 바림하면 된다.





10.
칠하는 범위에 맞춰 안료와 물의 농도를 조절해 산을 바림한다.
붓질을 살살하여 이전에 형성된 채색층이 패이지 않도록 유의한다.


11.
연하게 칠하고 싶은 부분은 물감의 농도를 흐리게 만든 뒤 부드럽게 칠한다.


입도가 큰 석록


12.
석록 11번을 선택해 채색한다. 석록의 번호가 작을수록 색의 채도(彩度,
색의 선명한 정도)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입도가 작은 석록


13.
석록 15번을 선택해 채색한다. 석록의 번호가 클수록 색의 명도(明度,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가 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입자가 작은
안료의 경우 입자에 안료가 잘 묻기 때문에 아교를 적게 쓰는 것이 좋다.
입자가 작기 때문에 안료를 갤 때 훨씬 부드러운 촉감을 느낄 수 있으며
물이 담긴 접시를 기울여보면 물 위로 안료 입자 상당량이 떠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접시를 팔레트 삼아 붓에 물과 안료를 원하는 만큼 담는다.


14.
뒤에 위치한 산을 표현하기 위해 연하게 바림한다.
안료의 입자가 작아 붓질 역시 더욱 부드럽게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5.
그림이 완성되면 접시에 남겨진 석채에 뜨거운 물을 부어 아교를 제거한 뒤
접시를 말려 석채를 재사용 한다(1월호 참고).

[문 기자의 소감]
석록이라는 암석 하나에서 이토록 다양한 색상을 추출할 수 있다니!
입자의 크기에 따라 명도와 채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비로소 그 원리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붓질이 능숙하지 않아
큰 기대를 하진 않았지만 면적을 나눠 바림하다보니 저절로 그라데이션이 되어
꽤 그럴싸한 산수가 완성된 것 같아 흐뭇하네요.
산수의 풍경에, 석록의 매력에 흠뻑 취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정해진 | 정해진 진채연구소 대표

한성대학교 전통진채화 전공 석사, 동국대학교 미술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한국전통문화대학 겸임교수 등 다수의 교육, 연구기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진채연구소 대표. 고려대학교 디자인 조형학부 겸임교수이다.


저자에 관하여

월간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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